‘모란첩(牡丹帖)’을 만들었습니다.

올해도 ‘모란첩(牡丹帖)’을 만들었습니다. 해마다 피는 꽃이 똑 같은 것 같아도  새로 피는 꽃이 더 좋습니다. 오래된 사진첩을 보면 오래된 화석을 보는 듯 합니다. 사진은 찍자마자 사실 그 순간부터 이미 화석아닙니다.지나간 것은, 오래된 것이나 바로 지나간 순간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향기는 다릅니다. 향기는 잠간이지만 살포시 남는 것이 있습니다.  그 살포시 남는 것이 지나가버린 순간을 더 그립게 하고 안타깝게 합니다.

여우는 어린 왕자에게 노랗게 익은 보리밭만 봐도 그리워질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그리워해주기를  바란다는 얘기였습니다. 쌩 떽쥐베리는, 여우의 얘기가, 향기처럼 퍼져서, 이 세상 어디엔가 있을 누구엔가에게도, 당신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던 것 같았습니다. 우리가 눈을 감으면, 아름다운 모습은 시야에서 사라지지만, 꽃에서 품어져 나왔던 향기는, 꽃의 모습을 또렸하게 기억하게  합니다. 눈으로 보는 모습은 그 잔상이 순간적으로 사라지지만,  향기는 지난 순간을 기억하게 해주는 연속성이 조금 더 깁니다. 향기는 꽃이, 시야에서 사라져도, 어둠속에 있어도,  아직도 그 곳에 존재함을 환기 시켜주고, 우리에게 그 모습을 기억하게 만듭니다. 향기보다 더  여운이 더 긴 것이 그리움 같습니다. 너무 오래 되어서 그 모습도 향기도 기억이 안 될 때 문득 발을 멈추게 하는 것이 그리움 아닙니까.

우리들의 삶은 어떤 인연으로  서로 만나서, 어느 순간 동안만 곁에 가까이 두고 바라보다가, 그 모습이 사라지면, 그 향기를 조금 더 기억하는 것까지 입니다.꽃의 향기가 사라진 뒤에도, 조금 더 오랫 동안, 어떤 화음의 여운처럼,  조금 더 그리워하는 것까지, 꼭 거기까지가 우리들의 삶입니다. 꽃을 기억하는 것처럼, 우리들도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것이라도 남아있는 거기까지가, 꼭 거기까지가 우리들입니다.

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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