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싸우는지도 모른답니다.

4월입니다. 전주천 버드나무 빛깔이 연록으로 짙어지고, 바야흐로, 봄이 무르익었습니다. 어언 매화와 목련은 져가고 있고, 수선이며 벚꽃은 흐드러졌고, 봄비에 모란 꽃순이 한결 여물어졌습니다. 지난해 늦가을부터 입속에 맴돌던 우리 가곡은 ‘고향의 노래(김재호 작사 이수인 작곡)’입니다. 그 2절에 나오는 ‘산골짝 깊은 골 초가마을에 봄이 오면 가지마다 꽃 잔치 흥겨우리’가 있습니다. 지금 그 ‘꽃 잔치’가, 어디를 가든 가는 곳마다,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며칠 전에는 구례 기차역 부근 섬진강 강변도로의 벚꽃길을 거쳐서 화엄사 홍매를 구경하고 왔습니다. ‘화엄매’를 구경하고 왔다고 가까운 친지들에게 넌지시 자랑했더니, 저뿐만 아니라, 먼저 다녀온 사람이 많았습니다. 돌아다니면서 언뜻, ‘어디서는 전쟁이 한창이라는데, 우리가 이렇게 태평해도 좋은가?’ 하고, 어떤 죄를 짓고 있는 듯한, 생각이 스치기도 했습니다.

저의 집 옆의 밭 주인이 몇 번째 바뀌었습니다. 저는 주인이 바뀔 때마다, 50평 남짓, 그냥 빌려서 몇 가지 채소를 부치고 있습니다. 해마다 가꾸는 품목은 약간씩 다릅니다. 청양고추와 대파, 가지와 오이 호박 부추 등등은 매년 고정적이고, 쪽파와 재래종 생강, 마늘, 고수, 바질 등은 선택적인 품목들입니다. 그 가운데 인기 품목은 단연 ‘대파’입니다. 모종은 종묘상에서 몇 차례에 걸쳐서 삽니다. 대개 다섯 단 정도인데, 밭에 비닐을 덮고, 한 포기에 꼭 대파 두 개씩, 나무젓가락 꽂듯, 심습니다. 대파는 아래 흰 대궁 부분이 길어야 상품 가치가 높은데, 그런 품종은 씨앗 값이 비싸서 구하기 어렵답니다. 올봄은 쪽파가 잘 돼서 몇 집에, 배급을 주듯, 나눠줬고, 마늘도 잘 크고 있어서 마늘대로 장아찌를 넉넉하게 담으려 합니다. 작년에는 바질을 몇 포기 심었는데, 의외로 인기가 좋아서, 올해는 몇 포기 더 심을까 싶습니다.

오는 6월 3일, 지방선거가 있답니다. 채 두 달이 안 남았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입후보자들을 비롯하여, 직접 또는 간접으로, 관련이 있는 사람은 안달이 난 듯합니다. 전화번호는 어떻게들 알았는지 문자 메시지가 쇄도합니다. 여론조사라는 것도 그렇습니다. 전화를 받으면 나이부터 물어보는데, 끝까지 조사에 응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습니다. 선거를 통하여 직책을 잘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을 뽑아야겠는데, 그것이 갈수록 어려운 일이 됐습니다. 능력이 어떻든, 점잖은 인격을 지닌 소위 ‘동양적인 군자’라면, 어떻게 ‘내가 잘났다.’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정당의 ‘공천제도’는, 정당의 성격에 따라서 또 다르기도 하겠지만, 그런 ‘군자 같은 인물’을 뽑기 위한 것이 아닙니까?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각 정당에서 공천을 잘해야 합니다. 각국의 ‘민주주의의 위기’는 바로 ‘정당 공천제도의 위기’입니다. 그렇게 보이지 않습니까?

세계가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졌습니다. 미국과 소련의 ‘민주주의-공산주의 양극체제’가, ‘소련 공산주의 체제 붕괴’로, 미국 중심의 ‘민주주의 일극체제’로 바뀌었습니다. 영화를 보면, 냉전 시대에는 ‘007-시리즈’로 대표되는, ‘민주주의-공산주의’끼리 첩보영화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던 것이, 미국 중심의 일극체제가 된 이후에는 영화의 소재가 점점 달라졌습니다. 요즈음 영화는 범죄집단들 또는 각국 정부에 속한 기관의 부정부패와 관련된 소재들이 대세를 이루고 있습니다. 게다가, 2001년 9월 11일에 있었던 소위 ‘9-11테러’ 이후, 이슬람은 거의 악마와 같은 세력으로 각인하는 영화도 많아졌습니다. 현재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무기개발을 억제한다는 명분으로 벌리고 있는 전쟁도, 자칫 ‘왜 싸우고 있는지도 모르는 전쟁’으로 끝날 우려가 있다고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갈수록 ‘이랬다-저랬다’하는 말이 그렇답니다.

이번 전쟁이 각국의 경제에 미칠 파급이 얼마나 클지, 무섭습니다. 가뜩이나 빈부의 격차가 극심한 상황에, 경제가 어려워지면, 상대적으로 빈곤한 층의 생활이 극도로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엊그제 이재명 대통령의 ‘대통령의 경제에 대한 비상대권’ 얘기를 듣고, 가슴이 철렁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윤석열에 이어 또 무슨 비상대권이냐 하는 생각도 들었고, 우리 경제가 그렇게 심각한 상황을 앞두고 있는가 하는 두려움도 느꼈습니다. 곧 있을 지방선거를 앞두고 우리나라 정치가들 행태가 거의 다들 정상적이지 않습니다. 사람에게는 타고난 바탕이 있고, 거기에 알맞은 교육과 폭넓은 경험이 필요할 것입니다. 설령 아무리 그렇더라도, 자기가 최고라고, 오만한 사람은 최악이 아니겠습니까. 훌륭한 지도자를 뽑을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그 집단의 시절에 따른 운이고 복이라는 생각까지 듭니다. 그런 복을 빌어 보고 싶습니다.

봄이 되면, 옛날 어릴 적, 고향 생각이 많이 납니다. 그런 노래들을 찾아서 들어보면 감정이 스스로 한층 야들야들해지는 듯 느끼게 됩니다. 오래된 엘피판을 찾아서 우리 가곡 몇 곡을 들어 봅니다. 요즘은 전축이 없더라도, 유튜브에서 검색하면, 어떤 곡이라도 들을 수 있어서, 제가 듣는 곡을 언제 찾아서 들어보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우리 고장 출신 소프라노 박노경 교수의, 박화목 작사-채동선 작곡, ‘망향’이 절창입니다. 채동선이 원래는 정지용의 시를 바탕으로 작곡했던 곡이지만, 저는 박화목 작사가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바리톤 오현명이 부르는, 박목월 작사-김순애 작곡, ‘사월의 노래’도 좋습니다. 무슨 ‘봄맞이 신춘 음악회’라도 여는 듯, 우리 가곡을 들으며,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왜 싸우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전쟁으로 자칫 우울해지곤 하는 마음을 호사스럽게 스스로 위로하며 꾸미도록 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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