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되자 바이올린 소리가 낭랑해졌습니다. 바이올린은 특히 습도에 민감해서 계절에 따라 소리가 다르게 난답니다. 비싸고 좋은 악기든 그보다 못한 악기든, 어차피 소리는 악기마다 다릅니다. 좋은 악기는 맑고 윤기가 나면서도 강하고 풍부한 소리를 연주자가 의도하는 대로 쉽게 낼 수 있다 합니다. 언감생심, 그런 명품은 어떻게 해보겠다고 꿈을 꾸어 본 적이 없고, “도대체 무엇이 얼마나 좋으면 그렇다느냐?”라는 생각은 수도 없이 해봤습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가까이 전문가 두 분이 계셔서, 시시때때로 바이올린에 관한 얘기를 귀동냥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한 분은, 지금은 퇴직하셨지만, 군산대학교 음악과 바이올린 전공 양희정 교수님과 한 분은 현재 군산에서 바이올린 공방을 열고 계시는 이영철 선생님이십니다. 저는 바이올린 연주도 제작도 문외한이지만, 저의 분수를 모르고, 바이올린은 꽤 여러 대 갖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바이올린은 무슨 나무로 만드느냐가 궁금했습니다. ‘앞판은 부드러운 침엽수, 뒷판은 단단한 단풍나무’라는 것이, 어설프지만, 그런대로 수긍이 가는 얘기로 들였습니다. 나무는, 같은 수종이라도 지역에 따라 재질이 달라지니까, ‘어느 특정한 수종의 나무’라고 말할 수가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탈리아의 크레모나 브레시아 등의 악기 제작자들은, 그 당시 도시국가였던, 베네치아에서 목재를 샀답니다. 베네치아에는 선박을 건조하기 위하여 발칸반도를 비롯한 여러 지역으로부터 목재를 들여왔답니다. 앞판으로 쓰이는 가장 좋은 가문비나무(spruce)는 남쪽과 북쪽의 티롤, 보헤미아숲, 카르파티안산 등지에서 왔고, 뒷판으로 쓰이는 단풍나무는 헝가리, 루마니아, 달마티아, 바바리아, 티롤 등지 것이랍니다. 해발 1000m – 1500m의 비교적 바람이 심하게 불지 않는 지역에서 자란 나무가 좋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좋은 악기는 바라보는 것만으로 재미가 있습니다. 바이올린의 부분마다 생김새가 또렷하고, 무엇보다 품위가 있습니다. 바이올린은 1500년쯤까지 약 30년에 걸쳐 서서히 완성되었다고 합니다. 오늘날과 같은 바이올린의 아름다운 모습은, 목공 기술자들의 창작이 아니라, 누군가 예술가의 안목과 아이디어가 보태졌을 것이라 추측됩니다. 벤베누토 첼리니(1500-1571)가 쓴 자서전 가운데 실제적으로는 건축가였던 아버지 지오바니(Giovanni)와 할아버지 안드레아(Andrea)가 1505년부터 1510년경까지 악기도 만들었다는 얘기가 나온답니다. 또 다른 사람으로는, 여러 방면에 천재성을 보인,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 1452-1519)의 얘기도 있습니다. 바이올린의 앞판 에프-홀(f-hole)의 f도 레오나르도가 신세를 진 프랑소와 1세의 첫글자(이니셜)을 딴 것으로 추측하고 또 그것을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고 합니다.
바이올린의 아름다움은 각 부분이 황금비율로 되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요즘은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명기를 모델을 복제하고 있습니다. 대개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Antonio Stradivari 1644-1737)와 바르톨로메오 주세페 과르네리(Bartolomeo Giuseppe del Gesu 1698-1744) 악기 가운데 원본을 고릅니다. 바이올린은, 영국의 산업 혁명 후 중산층이 늘어남에 따라, 1900년 전후 수요가 엄청나게 많았고, 그만큼 많이 제작되었답니다. 독일 동남부 산골에 쇤바하 (Schonbach)라는 조그만 도시가 있는데, 악기 제작용으로 1896년 1월부터 4월까지 기차로 한 칸에 10톤씩 81칸의 나무가 공급되었답니다. 옛날, 쿠이퍼(Johannes Cuypers 1724-1808)는 사후 32년까지 목재가 남았다는데, 명기는 비축된 같은 목재로 연구하며 만들어야지, 쇤바하에서 처럼 대량 생산으로는 좋은 악기 제작이 불가능했었답니다.
요즈음 바이올린은 구조적으로 옛날 악기와 다릅니다. 지판(指板 finger – board)의 각도가 높아졌고, 길이가 길어졌습니다. 옛날 바로크 시대 악기의 지판 각도를 높이려면, 뒷판 맨 위 반달 모양의, 버튼(button)을 덧붙입니다. 중산층이 늘어나자 연주 홀의 크기와 구조도 달라졌습니다. 모든 객석에서 무대가 잘 보이는 포도밭(vineyard) 모양이 대세입니다. 악기 소리가 커지고 음정은 더 높아졌습니다. 피아노 열쇠 구멍 근처, 라(A)의 높이가 헨델의 시대에 A=392 cycle/second였고, 1788년경 프랑스 파리에서는 A=409c/s, 소위 모차르트 음정은A=421c/s였는데 1850년경 빈과 등에서 A=442c/s를 쓰자 국제협약으로 각각, 1858년 A=435c/s, 1939년 A=440c/s 정했지만, 현재 어떤 데에서는 A=450c/s로 연주를 한답니다. 스트라드 바이올린은 A=404c/s를 기준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지금 혹사 하는 중이랍니다.
제가 구경했던 좋은 바이올린은 유럽 여행하는 중에 박물관에서 본 것이 있고, 양희정 교수님께서 갖고 계신 것, 그리고 이영철 마에스트로가 제작한 악기뿐입니다. 양 교수님은 오래전에 뵈옴(Vuillaume)이 만든 것을 쓰시다가 근래에는 루뽀(Nicolas Lupot)가 1785년 만든 악기를 좋아하십니다. 제 악기 가운데 그런대로 소리가 괜찮은 악기는 숙련된 제작자가 수리를 잘한 것들입니다. 얼마 전에도 겉모양은 괜찮은데 왠지 소리가 시원찮은 악기를 이영철 선생님께 앞판을 뜯고 다시 깎아주시라고 했더니 새로운 악기가 됐습니다. 양희정 교수님께서 비유하길 “앞판은 전축으로 말하면 프리앰프고 뒷판은 파워앰프다.”라고 하셨습니다. 제가 깜짝 놀라서 “그 비유는 누구의 얘기입니까? 양 교수님 본인이세요?”라고 물어봤습니다. 바이올린은 뒷판보다 앞판이 좋아야 소리가 잘 난다고 합니다. 바이올린, 참으로 신비한 악기입니다.
을하
#시사전북 2024년 11웛호 게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