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가 일상이 되었습니다. 카톡에 ‘대통령 공약인 휴대전화 요금할인 20%가 오늘부터 시행된다.’가 떴습니다. ‘모든 이동통신사 홈페이지나 전화로 가입자가 직접 신청해야 한다.’라고 하기에, 긴가민가하면서도, 전화로 신청해봤습니다. ‘요금할인 대상자인지 알 수 없다.’라는 응답이 들렸습니다. 그 사이에 ‘그것은 가짜뉴스’라는 문자가 다시 떴습니다. 제가 꼼짝없이 가짜뉴스에 당한 것입니다. 가짜뉴스 가운데는 사람을 웃고 울리는 기발한 것들이 많습니다. 지금도 잊지 못하는 것 가운데는 ‘한글이 유엔 공용어가 됐다.’가 있습니다. 모든 가짜뉴스가 그렇듯이,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얘기’이기에, 긴가민가하면서, 매번 속게 됩니다. 가짜뉴스가 아니더라도, 뉴스 가운데에는, 잠깐 기분이 언짢으면서 지나가는 것도 있고, 두고두고 찜찜한 것이 있습니다.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인 욱일기와 일본 해군의 자위함기 얘기가 그렇습니다.
뜻글자인 한자로 표기하는 서구의 용어는 재미있는 표기가 많습니다. 1800년대 서구의 문물이 먼저 들어온 중국과 일본에서부터 수많은 서구의 용어들이 한자로 표기되기 시작했었습니다. 중국에는 이탈리아 출신의 마테오 리치(Matteo Ricci 1552-1610) 신부가 1577년에 명나라 광동성에 도착해서 1610년 베이징에서 선종할 때까지 머물면서 서구의 문물을 알렸고 수많은 서구의 용어들이 한자로 표기되기 시작했습니다. Geometry를 기하(幾何)라고 부르게 된 것은 그 당시 마테오 리치 신부에게 유클리드 기하학을 배우면서 서광계(徐光啓)라는 학자가 붙인 것이라고 합니다. 일본은 이미 막부시대인 1630년대 말부터, 네덜란드와 교역을 했고, 1800년대에는 일본의 젊은이들이 유럽을 다녀왔고, 그 가운데 니시 아마네 (西周 1829-1897)의 ‘백학연환(百學連環)’이라는 강의록 가운데 ‘예술 과학’ 등등의 용어들이 처음으로 나왔답니다.
미국의 국기를 성조기(星條旗)라 합니다. 성조기를 보면 왼편 상단 네모진 청색 바탕에 흰 별 50개는 미국의 주(state) 50개를 뜻하고, 흰색 바탕에 가로로 난 붉은 줄 13개는 초기 연방의 수를 나타낸다고 합니다. 중국의 국기는 ‘오성홍기(五星紅旗)’라 합니다. 붉은 바탕에 왼편 상단에 큰 별 하나를 작은 별 4개가 감싸고 있는 모양입니다. 큰 별은 물론 중국 공산당이고 작은 별 넷은 각각 노동자와 농민 소자산계급 민족자산계급을 뜻한답니다. 일본의 국기를 일장기(日章旗)라고 합니다. 흰 바탕에 붉은 태양을 뜻하는 붉은색 원이 그려졌습니다. ‘욱일기(旭日旗)’는 태양이 붉은빛을 뿜으며 떠오르는 모습을 나타낸 일본제국의 군기였습니다. 욱일기는 일본 자위대가 사용하는 공식 깃발입니다. 일본육군은 햇발의 수를 몇 개 줄여서 따로 깃발을 만들었고, 일본 해군은 붉은 태양의 위치를 왼편으로 약간 옮겨서 디자인한 것입니다.
찜찜한 얘기를 다시 하겠습니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애쓰는 모습이 안쓰러울 정도입니다. 혹자는 ‘우리가 컵에 물을 반 채웠으니 나머지 반은 너희가 채워라.’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이 주최한 다국적 해양 차단훈련에 일본 해상자위대 함정이 ‘자위함기’를 달고 부산항에 입항한 일을 두고 논란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국방부 대변인은 ‘자위함기와 욱일기는 조금의 차이는 있긴 하다.’고 했습니다. 지난해 일본에서 열린 국제관함식에 우리 해군이 참가하면서 논란이 불거졌을 때도 그렇게 변명했답니다. 정작 일본은 2019년에 게시한 욱일기 홍보자료에 ‘자위함기를 욱일기의 일종’으로 소개했답니다. 일본은 ‘자위함기는 욱일기가 맞고, 욱일기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인데, 우리 군은 ‘자위함기는 욱일기가 아니다.’라고 합니다. 이 상황에서,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가짜뉴스라면 얼마나 좋을까 싶습니다.
세상이 돌아가는 상황이 혼란스럽습니다. ‘오불관언(吾不關焉), 나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일이다.’라며 손사래를 칠 것인가 생각합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과 이름도 자못 생소해진 튀르키예의 대통령 선거에서 에르도안이 당선된 일이 나와 무슨 상관일까 싶기도 한 것입니다. 우리가 세상 돌아가는 상황에 지나치게 관심을 가진 것은 아닌지 싶습니다. 그러나 나쁜 정치인일수록, 특히 악독한 독재자일수록, 그런 국민의 정치에 대한 무관심과 혐오감을 좋아합니다. 우리는 세상이 어지러울수록 두 눈을 부릅뜨고 깨어있어야 합니다. 잘못된 일은 그때그때 지적해야 합니다. 제대로 된 정치인이라면 코미디 프로에 나가서 희희낙락할 시간이 어디 있습니까. 그런 정치인이 있다면 반드시 선거 때까지 기억해뒀다가 찍지 말아야 합니다. 무능한 지도자를 뽑는 나라는 정치적 후진국이고, 국회의원에 대해서도 마찬가집니다.
카톡에 건강에 대한 문자가 많이 올라옵니다. 보내는 사람이나 받아보는 사람이나 대개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잠시라도 함께 다짐해 본다는 의미가 있는 듯합니다. 주변에 의외로 저녁에 잠이 안 와서 고통스럽다는 사람이 많습니다. 불면증도 병이기 때문에 전문적 치료가 필요하겠지만, 마음을 편안하게 갖고, 식사와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운동이라고, 연예인도 아니고, 헬스클럽까지 갈 필요는 없고, 근처에 있는 둘레길을 걸어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여름에는 해가 길어서 좋습니다. 새벽 5시면 벌써 훤하게 밝아옵니다. 아침 식사를 8시에 들더라도, 3시간쯤 여유가 있고, 저녁 무렵 시원한 때에도 그런 정도 시간을 낼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술이나 담배는 어디가 아프고 난 후에 끊습니다. 그 사람이 어떻게 건강 관리를 하느냐를 보면, 그 사람의 내공이 얼마나 깊은지 알 수가 있을 듯합니다.
을하
#시사전북 2023년 6월호 게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