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오월입니다. 슈만의 연가곡 ‘시인의 사랑’을 부르는 음악회에 다녀왔습니다. 군산대학교에 재직하고 있는 테너 이재식 교수의 독창회였습니다. 이른 봄 베토벤의 ‘아델라이데’가 최고라면, 늦은 봄 오월에는 ‘시인의 사랑’이 딱 제격 입니다. 하이네가 쓴 노래의 첫 가사가 ‘모든 가지마다 꽃이 피는 눈이 부신도록 아름다운 오월에 나는 사랑을 가졌어라.’라고, 정말 퇴폐적일만큼 낭만적이기 때문입니다. 이재식 교수는 얼마 전에 베토벤의 연가곡 ‘먼 데 있는 연인에게’로 독창회를 갖기도 했었습니다. 음이 단단하고, 음색이, 저는 음반으로 들었지만, ‘피셔 디스카우’나 ‘프리츠 분덜리히’ 못하지 않고, 저 개인적으로는, ‘에른스트 헤플리거’ (1919-2007)와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군산상공회의소 건물의 ‘동우 아트 홀’은 아담했고, 엄중한 코로나19 상황에서, 뜻밖의 좋은 음악회는 대단한 호사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그럴 가능성은 충분히 있었지만,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이 바뀌니 확실히 민심은 무섭구나 하는 생각이 났습니다. 박원순과 오거돈 두 전직 시장들이 모두 ‘미투’에 연루되어 물러난 마당에, 어느 여당의원의 주장처럼, ‘여당이 아예 시장후보 공천을 안 하느니만 못하게 됐다.’는 말을 실감했습니다. 시장선거를 앞두고 여론조사의 결과가 압도적으로 여당에 불리하게 나왔지만, 선거의 귀재라는, 이해찬 전 대표조차 여당의 승리를 예측하지 않았습니까? 지난 번 국회의원 선거에서처럼 ‘숨은 표’를 믿었던 모양인데, 그 것이 얼마나 허무한 것인가, 아마 이번 결과를 보고 간담이 서늘했을 것으로 짐작이 됩니다. 곧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검찰총장이 결정되면, 여–야 없이 대선정국으로 접어들게 됩니다. 말은 민심을 얻기 위해서 그런다고 하겠지만, 또 앞으로 여–야가 어떻게 정쟁으로 허구한 날을 허비할지, 지레 짜증이 나고, 걱정이 됩니다.
코로나 19 백신을 두고도 말들이 많습니다. ‘노인이 백신을 맞으면 대단히 위험하다.’는 뿐만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이 1차 백신을 맞을 때, 주사기를 바꿔치기 했다. TV에서 국민들에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는 척하고, 실재로는 간호사가 다른 주사기로 다른 백신을 놨다. 자기는 다른 안전한 백신을 맞고, 국민들에게는 위험한 백신을 맞으라고 한다.’는 등등, 별별 가짜 뉴스들이 떠돌고 있다고 합니다. 군사독재시절에 여러 형태로 민주화운동이 벌어졌었던 일들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집니다. 때때로는 저런 상식이하의 우매한 사람들을 위하여 누구는 갖은 고난을 겪으면서 민주화운동을 했고, 소위 ‘언론의 자유’라는 것을 쟁취하느라고 피를 흘렸었느냐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곤 합니다. 이런 마당에, 남의 말을 듣고, 사리 분별이 전혀 닿지 않는 얘기에 휩쓸려서, 사실인 양 함께 왈가왈부하면, 우리가 어떻게 되겠습니까?
제가 이곳, 전주 근교, 시골로 이사 온지도 만 32년이 넘었습니다. 딱 한 번, 땅을 빌려서, 300평쯤 밭농사를 지어 본 적이 있습니다. 그 때 저의 능력이 미치지 못함을 깨닫고, 지금은 30평쯤 될까, 텃밭 7두렁을 가꾸고 있습니다. 봄철에는 무엇보다 날씨가 좋고, 누구에게 부탁하여 경운기로 두렁을 쳐주면, 고추를 비롯한 채소 몇 가지 심고, 일 할만 합니다. 금년에는 크게 마음먹고, 재래종 생강을 4두렁 심었습니다. 고추와 가지 몇 포기, 밭 둘레에 호박, 가시오이는 집 안팎으로 여기저기 심어 뒀습니다. 호박잎은 늦가을까지 유용한 반찬이 되고, 이곳저곳 심어둔 가시오이는, 퇴비를 넉넉하게 주면, 쉽게 많이도 열립니다. 여름철 오이냉채는, 생강은 꼭 넣어야 되는데, 입맛을 돋우는 별미입니다. 그것도 일이라고, 괭이질이라도 하면, 낮잠을 한 숨씩 자곤 합니다. 이 책 저 책 뒤적이지만, 끝까지 읽는 책은 많지 않습니다.
인도 출신으로 미국 예일대학교 교수인 나얀 찬타(1946- )가 쓴 ‘세계화, 전 지구적 통합의 역사 (Bound together)’라는 책은 작년, 영국의 저명한 전기 작가 E. H. 카아(1892-1982)가 쓴 ’20년의 위기 (Twenty years’crisis, 1919-1939)’라는 책은 최근에 구해 대충 봤습니다. ‘나얀 찬타’의 책은 마침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중이어서 매우 실감이 났었습니다. 인류가 어떻게 아프리카로부터 전 세계로 이주하여 지금처럼 살게 되었는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유연하게 이야기를 풀어 갔습니다. 가까운 사람들에게는 꼭 권하고 싶은 내용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강연으로 유명한 ‘카아’의 책은, 인류는 1900년대 들어 꿈과 자신감으로 넘쳤던 시기였는데, 왜 세계 1차 대전이 끝나고 20년 만에, 그렇게 쉽게 또 세계 제 2차 대전이 다시 일어났느냐는 것을 정치체제와 민족주의 등의 관점에서 살폈습니다.
오늘 날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의 근원을 ‘카아’의 얘기들 속에서 발견할 수 있을 듯 싶었습니다. 1, 2차 대전이 그렇게 쉽게 일어났던 이유는, 첫 10년은 온갖 희망에 차 있다가 그 다음 10년간에는 엄청난 절망으로 급전직하했다는 점이라고 봤습니다. ‘카아’는 ‘민족주의와 그 이후’라는 글에서 “19세기는 정치적 이상을 민족을 통해서 달성했지만, 오늘날 이상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민족이라는 단위는 부적절하고, 심지어 방해가 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오늘날은 무엇보다도, 정치적 이상보다도, 사회적 정의를 실현 시켜야 되는데, 그 것은, 첫째 기회균등, 둘째 결핍으로부터의 자유, 셋째 앞의 두 요소들에 역동성을 부여할 수 있는 ‘완전 고용’이라고 봤습니다. 한 마디로 말해서, 지금은 ‘사회정의’의 시대라는 뜻 아니겠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