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럼> 쑥과 마늘

 

단군신화는 생각해 볼수록 묘합니다. 왜 곰과 호랑이에게 쑥 한 다발과 마늘 20개를 주면서 그것만 먹고 100일간 햇빛을 보지 말라고 했을까요? 왜 그때 꼭 쑥과 마늘만을 주었을까요? 호랑이는 이내 뛰쳐나왔고, 곰은 21일 만에 사람이 되었다고 합니다. 웅녀 할머니이십니다. 환인 할아버지께서는 아들을 여럿 두셨던 모양입니다. 첫째 아들을 적자라고 하고 나머지는 서자라고 불렀다는데, 환웅 할아버지는 서자라고 했기 때문입니다. 환웅 할아버지와 웅녀 할머니가 낳은 아들이 바로 단군왕검(檀君王儉)’이십니다. ‘단군은 종교지도자를 뜻하고, ‘왕검은 정치적 지배자를 의미한다니, ‘제정일체 시대였을 때입니다. ‘()’박달나무입니다. 지난 시절 다듬이 방망이를 박달나무로 만들었습니다. 목수들이 일할 때 모닥불을 피웠는데 박달나무는 이튿날까지 불이 살아있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옛날부터 박달나무는 우리 민족에게 그렇게 신성나무로 여겨졌던 모양입니다.

 

어느 사회나 통과의례라는 것이 있습니다. 단군신화를 요즘 말로 해석하면 웅녀 할머니는 통과의례를 무사히 마쳤다.’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어떤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도 그런 검증 비슷한 것을 합니다. 첫 인상을 보고 느끼는 어떤 감정이 어느 일정한 단계를 거쳐야 비로소 서로 편한 사이가 됩니다. 오래 전에 완주군 동상면 용연마을에 시골집을 샀습니다. 가까운 분들과 자주 놀러가고 며칠씩 머물다가 왔습니다. 그 때는 제가 젊어서 동네 어른들께 예의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탓도 있겠지만, 어쩐지 같은 동네 사람으로 인정을 받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곤 했었습니다. 어느 늦가을인가, 동네 간이상수도물이 안 나올 때가 있었습니다. 물을 뒷산 골짜기를 막아서 호스로 연결해서 쓰고 있었는데 수취구가 낙엽들로 막혔던 것입니다. 물속에 들어가서 저도 동네 어른들과 함께 청소를 했습니다. 그 뒤부터 저도 마을의 일원으로 인정을 받는 듯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것이 통과 의례의 일종이었던 셈입니다.

 

평창에서 치러진 동계올림픽은 전 세계인의 축제였습니다. 저도, 경기 규칙도 모르면서, 컬링이라는 경기를 TV로 흥미진진하게 봤습니다. 정미소에 쌀을 사러 갔더니, 나이가 지긋하신 사장님 아저씨가 사랑방에서 나오시면서, ‘그 컬링인가 뭔가 하는 것이 재미가 있습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경기 규칙을 알면 더 좋겠지만, 업사이드를 모르고 축구경기를 봐도 상당히 재미있지 않습니까. 어느 때 기회가 되면 컬링에 대해서 규칙을 세세하게 알아보려고 합니다. 평창 올림픽은 우리 고장 무주에서 유치하려고 애쓴 적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 이광재 강원도 지사 때문에 평창으로 기울었다는 얘기도 있었습니다. 어찌됐던 평창 동계 올림픽은 성황리에 마무리가 됐습니다. 하루하루가 축제였고, 김여정, 김영철이 어떻고, 펜스, 이방카가 어떻고, 뉴스가 넘쳐났습니다. 주최국의 권한이었을까, 황금시간대에 우리 선수들의 경기를 볼 수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어쩌면 전 세계인이 모여 서로 얼굴을 익히는 하나의 통과의례였습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것에 따르면, 우리 인류는 할머니 한 분의 자손들이라고 합니다. 1953DNA의 나선형 구조가 밝혀진 이후, 비교적 최근에 유전자를 분석하여 얻는 결과라고 합니다. 1987년에 여자에서 여자에게로만 유전되는 형질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고, 2000년에는 남자에게서 남자에게로만 유전되는 형질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전 세계 병원에서 기증받은 태반에서 샘플을 추출해서 검사를 했더니 위쪽으로 어떤 여자 딱 한 사람으로 귀결 되더랍니다. 이름이 그렇게 불러도 적절한지는 모르겠지만, ‘이브라고 했답니다. 우리 지구의 빙하기에는 바닷물의 수면이 지금보다 1.2Km 정도 낮았답니다. 거의 모든 대륙이 연결되어 있었다는 뜻입니다. 아프리카에서 나와서 크게 세 갈래로 나누어졌는데, 일부는 유럽 쪽으로 갔고, 일부는 시베리아, 일부는 해안선을 따라 인도 쪽으로 이동했다는 것입니다. 해안선을 따라서 동아시아와 호주 쪽으로 옮겨간 경로가 가장 빨랐는데 1년에 3.2Km 정도였을 것이랍니다.

 

우리가 흑인을 보면 느낌이 이상스러운데, 흑인들도 우리들을 보면 똑같은 정도의 느낌을 갖는다고 합니다. 피부 색깔은 DNA 분석에 따르면 거의 차이가 없다고 합니다. 오로지 인류가 이동을 하면서 처했던 자연환경에 적응한 결과라는 것입니다. 피부가 검은 것은 멜라닌 색소 때문인데, 적도 지역에서 태양의 자외선으로 인한 피부 손상을 막기 위한 진화였다고 합니다. 사냥을 동물들이 그늘에서 쉬는 한낮에 했었는데, 곱슬머리도 두피에 땀을 더 오래 보존해서 체온을 낮추기 위한 것이랍니다. 북쪽으로 간 인류는 햇빛이 부족했는데, 칼슘 섭취와 뼈를 형성하는데 필수적인 비타민D를 합성하려면 피부가 흴 수밖에 없었다는 것입니다. 모든 인류의 집단에서 아기를 낳는, 그래서 칼슘이 더 필요한,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피부가 3%에서 4%가량 더 하얗다고 합니다. 중앙아시아에서 마지막 빙하기의 혹독한 추위에 직면했던 인류의 체형에도 특징이 남았는데, 우리들처럼, 평평한 얼굴, 뭉뚝한 코, 두툼한 눈두덩들이랍니다.

 

우리나라 4대 국경일 노래는 담원 정인보(1893 – 1950)선생님이 작사하셨습니다. 어쩌면 가사가 그렇게 좋은지 곰곰이 음미할수록 놀라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 구름, 바람, 거느리고 인간을 도우셨다는 우리 옛 적, 삼백예순 남은 일이 하늘 뜻 그대로였다.” 환웅이 풍백(風伯), 우사(雨師), 운사(雲師)를 거느렸다는 단군신화 얘기 그대로입니다. 쑥과 마늘 냄새가 그대로 나는 노랫말입니다. 마침, 멀리 남해바다 거문도에서는 지금 쑥이 한창이라고 들립니다. 친구 얘기를 들으니, 제주도에서는 마늘을 줄기까지 간장에 담가서 장아찌를 담는답니다. 그것을 마농지라고 했습니다. 요즘처럼 깔깔한 입맛에는, 쑥국에 풋마늘이 썩 좋습니다.


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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