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시대> 2010년 6월호’에서 전재
“중국은 ‘북한의 인질’에서 벗어나라”
이 홍 종 정치학박사/부경대 국제지역학부 교수
중국 내 일부 지식인들은 중국이 국제사회와 함께 천안함 사건을 일으킨 북한에 대해 ‘과감한 조치’를 취하라고 촉구했다. ‘과감한 조치’란 북한정권의 붕괴까지 염두에 두는 것이라고 이들은 밝혔다. 줘따페이(左大培) 중국사회과학원 경제연구소 연구원과 허칭(河淸) 저장대 예술대학 교수 등 80여명은 지난 5월 20일 ‘유토피아’란 웹사이트에 발표한 글에서 “천안함 침몰 사건과 관련, 한국인들의 분노가 중국으로 쏟아지고 있고 중국에 ‘책임을 다하는 대국(大國)’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한 학자가 ‘환구시보’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중국은 이미 ‘북한의 인질’이 돼버렸다”고 지적했다. 이들 지식인은 “어떤 학자는 너무 늦기 전에 북한에 대해 ‘과감한 조치(果斷措施)’를 취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같은 날 중국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한 학자가 한국 정부가 천안함 사태에 대해 국제사회와 공조해 과학적이고 신중한 대응을 했다며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남북한에 대해 등거리 외교를 펼치고 있는 중국에서 이 기고문은 게재된 지 하루 만에 삭제돼 중국 정부가 천안함 사태에 대해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장롄구이(張璉괴 王+鬼 ) 공산당 중앙당교 교수는 20일자 중국 신민망(新民網)에 올린 기고문에서 “한국 정부는 사건 발생 후 조사의 진전과 증거를 확보함에 따라 점진적으로 결론을 얻어냈다”면서 매우 신중하게 처리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장 교수는 “한국은 조사결과의 과학성과 신뢰성 제고를 위해 민·군 합동조사를 하고 미국, 영국, 호주 등 각국 전문가가 공동으로 참여해 결론을 도출했다”면서 “이는 중대한 문제에서 소통을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국제사회의 모델이 될 만하다”고 호평했다. 장 교수는 기고문에서 중국 측의 책임 있는 태도도 주문했다.
장 교수는 “중국은 이 문제에서 어떤 한쪽을 일방적으로 편들어서도 안 되며 한쪽을 위해 죄가 없다고 변론해서도 안 된다”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자 책임 있는 대국인 중국은 국제사회와 함께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및 동아시아의 장기적인 평화·안정을 수호하기 위해 실질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또 “한국은 유사 사건의 재발방지를 위해서라도 외교, 경제, 군사적 강경조치를 취할 것”이라면서 북한에 대한 무력 사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발표 직후 전쟁을 언급하며 반발한 북한에 대해서도 “전형적인 전술이기는 하지만 실제 행동에 옮길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장 교수는 “천안함 사건 발생은 한반도 비핵화가 파괴된 것과 상당한 관련이 있다”면서 “한반도 비핵화가 깨진 뒤에도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유지될 수 있다고 믿는다면 이는 너무 선량한 염원(순진한 생각)일 뿐”이라는 말로 칼럼을 마무리했다.
천안함 사태에 대해 북한보다는 한국 쪽으로 기운 중국 전문가의 견해를 담은 이 기고문은 게재된 다음날인 21일부터 신민망을 비롯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삭제됐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중국 정부가 한국으로부터 통보받은 조사결과를 자체적으로 평가·분석 작업을 진행하는 상황에서 나온 이 기고문 내용은 중국 정부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것일 수 있다”면서 “사이트에서 삭제된 것은 중국 정부가 천안함 사태를 상당히 민감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 내에서 개혁적인 지식인들은 소수에 불과하고 이들의 의견이 정부정책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이다. 하지만 국책연구원과 대학교수 등이 포함된 일단의 학자들이 인터넷을 통해 공개적으로 의견을 발표했다는 점에서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중국 내에 다양한 대북 시각이 표출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 정부의 천안함 침몰사건 조사결과 발표 이후 국제사회의 대북 비난 여론이 거세지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의 제2차 전략경제대화가 지난 24일 부터 이틀간 베이징에서 열렸다. 그리고 5월 마지막 주말에는 한중일 3국정상회담이 국내에서 열렸다.
미국은 중국과 전략경제대화에서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대북 제재를 위한 중국 협조를 강도 높게 요구하였다. 사건의 심각성을 감안할 때 당연한 대응이다. 미국과 중국은 북한의 도발을 중단시키고 국제평화를 증진시키기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 국제사회는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미국과 중국, 두 나라의 책임 있는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중국은 테러를 응징하는 유엔의 국제공조 구축 전선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그것이 장기적으로는 중국의 국가 이익에도 부합된다는 것을 중국은 깨달아야 한다. 지금까지 북한의 무력 도발이 계속되는 데에는 중국의 책임이 크다. 중국이 북한의 도발에 강력히 반대하는 데도 북한이 그렇게 위험한 불장난을 계속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중국은 북한의 도발에 대해 좀 더 책임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
천안함 사건에 대해 지금까지 중국이 보인 태도는 심히 무책임하고 객관성을 잃은 처사로 사려된다. 중국은 천안함 사태 발생 직후 북한의 연루설에 대해 “구체적인 증거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막상 한국 정부의 천안함 조사 결과 발표를 통해 천안함 침몰이 북한의 소행임을 보여주는 증거가 밝혀졌음에도 계속 애매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우리는 한미동맹을 토대로 중국을 설득하는 데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한국은 중국의 무시할 수 없는 무역상대국이자 중국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중국도 무엇이 중국의 국익과 북한에 정말로 도움이 되는지를 판단하여 어서 빨리 ‘북한의 인질’에서 벗어나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혁 개방의 길로 가도록 설득해야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