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다시 기다려집니다. 답답한 마음에 달력을 들춰봤습니다. 올해는 2월 3일이 입춘이고, 우수가 2월 18일이었습니다. 언제부터가 봄인가, 그 얘기도 인터넷을 보니 나와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기상청에 의하면, ‘9일 동안 하루 평균기온이 섭씨 5도 이상 올라간 후, 다시 떨어지지 않을 때, 그 첫 번째 날을 봄의 시작일로 정의한다.’라고 했습니다. 그런 기준으로 보면 우리나라의 봄은 얼추 3월부터 5월까지 석 달이 들어맞았습니다. 앞으로 ‘올봄은 언제 오나?’ 하면서 기다리지 말고 그냥 ‘봄은 3월부터다.’라고 여겨야겠습니다. 시골에서는 답답하면 잠깐 밭에 나가봅니다. 지난가을 비닐로 덮고 촘촘하게 꽂아둔 육쪽마늘이 성냥개비만큼씩 올라와 있었습니다. 새벽시장에 냉이가 나온 지 오래입니다. 미나리는 하우스에서 키웠다는데, 가격이 만만치 않습니다. 요즘 제주도 무에 굴과 미나리를 넣고 담근 생채는 별미입니다.
요즘 TV를 켜면 시도 때도 없이 시시콜콜 별별 모습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 감옥에 있는 윤석열 대통령이 뜬금없이 비상계엄을 발동한 때가 지난해 12월 3일이었습니다. 그 이래로, 무장한 군인들이 국회에 난입하고, 우원식 국회의장은 담장을 넘어 새벽에 계엄 해제 결의, 각종 청문회가 열리고, 대통령은 탄핵 되고, 헌법재판소에서 재판하는 실황은 연일 반복해서 방영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와중(渦中)’이라는 말을 쓰고 있습니다만, ‘소용돌이로 빨려 들어가고 있는 상태’라는 매우 심각한 뜻입니다. ‘우리나라가 혼란의 와중에 놓였다.’라 하면 아마 맞는 표현일 것입니다. 우리는 비상계엄과 무안 공항 참사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지만,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LA 산불’과 ‘무안 공항 참사’ 등으로 인한 내상 때문에 우리 모두 위로와 치료가 필요한 불안정한 상태에 놓여 있다고 여겨집니다.
우리는 살면서 문득 자신을 돌이켜 볼 때가 있습니다.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으며 무슨 일을 하면서 살고 싶은지, 이 생각 저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 사람이 평소에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사는지 그것이 곧 그 사람의 정체성이 아닌가 싶습니다. 사람은 모름지기 정체성을 올바르게 갖추어야 할 것입니다.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 사람들의 심성이 대부분 좋은 것은, 예를 들면, ‘콩을 심은 데 콩 난다.’라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농사를 지으면서 ‘노력에 따르는 결과’, 즉 ‘인과 관계’를, 얼마나 뼈저리게 체득했겠습니까? 그런 체득을 통하여 얻게 되는 정체성은 똑바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스님들은 음식을 드시기 전,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가, 이 음식을 먹을 자격이 있는가’라며 스스로 묻는다고 합니다. 우리는 자신의 노력보다 많은, 분수에 넘치는, 대접을 받는 삶을 사는 것이 아닌지 스스로 살펴봐야 할 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금처럼 궁지에 몰린 것은 ‘자업자득(自業自得)’ 아닌가 여겨집니다. 본인의 능력에 비해 너무 분수에 넘치는 역할을 맡았던 셈입니다. 국회가 총선거를 통하여 ‘여소야대(與小野大)’로 구성되었다면, 그것을 국민의 뜻으로 알았어야 했습니다. 어떻게 그런 얘기에 빠져들었는지 모르지만, 국회의원 선거를 부정선거라며, 그것을 바로잡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면 누가 납득을 하겠습니까, 혹시 윤석열 대통령이, 보수언론이라는 ‘조-중-동’까지도 제쳐두고, ‘극우 유튜브’에 빠져 그랬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언젠가 구두를 신은 채로 앞자리에 발을 얹은 채 기차를 타고 갔었다는 얘기는 타인에 대한 배려와 겸손이 얼마나 아쉬운 사람인지 짐작이 됐습니다. 자신이 지향하고 싶은 가치가 무엇인지를 그다지 고민 하지 않는, 자기성찰이 대단히 부족한 사람으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헌법재판소에서 여러 건의 탄핵 재판이 열리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재판은 일주일에 두 번씩 2월까지 일정이 잡혀있고, 한덕수 국무총리, 최재해 감사원장 등, 여러 건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난 1월 23일에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을 기각했습니다. 헌법재판소 재판관 정원은 9명이지만 현재는 8명뿐입니다. 국회 추천 헌법재판관 3명 가운데 1명을 최상목 대통령이 임명을 안 했답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고, 헌재에서 곧 선고가 있을 것이랍니다. 이래저래 우리나라 헌법재판소 바쁘답니다. 아무리 재판이라고 하지만 별별 변론이 다 나온답니다. 지난해 비상계엄 당시 군인들을 시켜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라고 했었다는데, 지금은 <국회위원들을 끌어내라!>라고 했었다고 주장하고 있답니다. <바이든 날리면…> 어쩌구 했던 변명이 잘 먹혔었다고 보는 듯합니다.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자신을 문득 돌아보는 순간이 언제일까. 미당 서정주(1915-2000 고창) 시인의 시를 읽다 보면 55살 때쯤 쓴 ‘단상(斷想)’이라는 시에 그 순간이 보이는 듯했습니다.
<구름은 동으로,/물은 서으로,/여러 새 우는 여러 산(山) 옆을/고삐에 풍경을 단 소처럼 지내 와서/나는 발 아래 못물을 본다./발 아래 고인 못물을 본다.> (시 ‘斷想’ 전문)
문학평론을 하시는 유종호(1935- 충주) 교수께서도 70세 때쯤 ‘서산이 되고 청노새 되어’라는 시집을 내셨는데, ‘반딧불이’라는 시에 삶을 돌아보시는 듯한 그런 면이 보이셨습니다.
<온 천하 반딧불이 다 모여서/보름 장이 선다 한들/은하수가 쏟아진들/세계의 어둠을 어이 하리야/인간의 그믐을 어이 하리야> (시 ‘반딧불이’ 전문)
곧 봄입니다. 우리는 그동안 저들이 하는 짓들, 잘 보아뒀다가 좋은 대통령 뽑도록 합시다.
을하
#시사전북 2025년 2월호 게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