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언각비 46> 이 나라는 정치인들이 잠을 잘 때만 발전한다

“브라질은 정치인들이 잠을 잘 때만 발전한다.” 브라질 사람들이 정치인과 관련한 얘기가 나올 때마다 항용 하는 말이다. 이런 어법을 빌려 온다면 우리나라도 매 한가지다. 우리나라는 정치인들이 잠을 잘 때만 나라가 발전한다. 이렇게 말했을 때 억울하다고 항변할 정치인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요즘 같아서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터이다.

무엇보다 세월호 참극이 벌어진 뒤 이런 정치혐오는 극심해졌다. 불신과 혐오를 넘어서 저주에까지 이르렀다. 한 신문사의 여론조사 결과가 이를 말해준다.

한겨레가 서울 · 경기 · 인천 15개 고교의 2학년생 1천5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내가 위기에 처할 때 국가가 나를 지켜줄 거라 믿는다”는 응답자가 46.8%에서 7.7%로 급락했다. 열에 아홉이 국가를 못 믿겠다는 이 현실은 국가의 존재 자체를 아예 인정 하지 못하겠다는 결과 아닌가. 게다가 ‘부정부패가 철저히 감시되고 사라지고 있다’는 답은 6%에 그쳤다. 부정부패를 감시도 못할뿐더러 없애지도 못한다는 판단들이다.

 

학생들은 또 대통령과 정치권, 언론 등 기존 제도와 기성 세대에 강한 불신을 나타냈다. 구체적으로 보면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신뢰도는 6.8%, 정치권 신뢰도는 5.4%로 곤두박질쳤다. 언론에 대한 신뢰도 역시 12.4%에 그쳤다.

세월호에 관한 생각들은 훨씬 더 절망적이다. 91.2%는 ‘철저하고 성역 없는 진상규명’이 ‘비관적’이라고 답했다. ‘지위고하를 막론한 책임자 처벌’과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확립’ 역시 각각 86.2%, 86.5%가 ‘비관적’이라고 응답했다. 세월호 피해자와 유족들에 대한 보상 역시 ‘비관적’이라는 답이 80.1%였다. 고교생들의 생각이 이러하니 우리나라가 얼마나 암담한 현실에 놓여있는지 가늠이 된다.

외국에 있는 우리 동포들의 생각도 역시 참담하고 쓰라리다. 재외동포들이 지난 17일 뉴욕타임스에 다시 한 번 실은 세월호 관련 광고가 말해준다. 광고의 제목은 ‘진실은 침몰하지 않습니다’이다. 이 말에 얼마나 간절한 비원이 담겨 있는지를 충분히 대변해준다. 이번 광고는 유가족들의 아픔을 공유하고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동참을 호소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대통령의 참모들은 이런 광고를 봤는지, 보고도 대통령에게 정보보고도 안하는지 참으로 딱한 노릇이다.

광고는 “사랑하는 사람을 사고로 잃는 것은 누구에게나 끔찍한 악몽일 것”이라며 “수백 명의 한국인들에게 이 악몽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진행형”이라고 전제했다.

‘단식투쟁 중인 희생자 가족들’이란 작은 제목의 단락은 희생자 가족들의 절절하고 애타는 심정을 전한다. “지난 4월부터 희생자 가족들은 사고의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정부에 요구해왔다”며 “그들의 요구는 박근혜 대통령과 여당에 의해 지속적으로 묵살되고 있다”고 탄식했다. 또 “비탄에 잠긴 유가족을 지지하고 애도하는 대신 집권 여당 의원들은 거짓 소문을 유포하며 여론을 조작했다”며 “유가족은 사복 경찰들에게 불법사찰을 당했으며, 그들의 평화시위는 폭력적인 경찰들로부터 진압당했다”고 호소했다. 광고는 “주류언론 역시 공익을 위한 책임을 져버린 가운데 유가족들은 현재 한달 넘게 국회 앞 길바닥에서 잠을 자고 단식을 하며 진실을 찾기 위한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부정부패, 직무유기, 규제완화’란 소제목의 단락에서는 “불법적으로 개조 증축된 배는 규제 완화가 부른 정부의 부정부패와 기업의 탐욕으로 인한 산물”이라며 “재난 상황에서의 컨트롤 타워 부재 및 사고 후 7시간 동안 행방을 알 수 없던 박 대통령의 직무유기는 사고를 참사로 키우는 주요 원인이 됐다”고 진단했다.

광고는 “그러나 형식만 갖춘 검찰 수사에 의해 처벌된 사람은 선박회사 관련자와 일부 말단 공무원뿐”이라고 꼬집고 있다.

‘변화를 가지고 올 특별법 제정’이라는 제목의 단락에서는 “세월호 침몰은 단순한 사고가 아니다”며 “이것은 정부의 무능과 부패에 의한 참사”라고 규정했다.. 이러한 참사의 재발을 막는 유일한 방법은 진실규명뿐이라며 유가족이 제시한 독립된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되는 특별법만이 민주주의를 바탕으로 자유와 정의가 실현되는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유일한 방법이 될 것“이라고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이 광고는 “희생자 가족들과 함께 진실과 정의를 위한 싸움에 동참해달라”며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인권을 걱정하는 세계인들로부터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만들어졌다”고 소개했다.

수백 명의 아이들이 세월호에서 구조를 애타게 기다리다 죽어간 ‘의문의 7시간’ 동안 박대통령의 행적은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이는 곧 진상규명의 핵심 당사자가 박 대통령이라는 말도 된다. 사생활 보호나 보안상 못 밝힌다는 것은 너무나 유치하고도 어설픈 변명이다. 도대체 이 중차대한 사안을 두고 대통령이 행적을 숨겨야 할 이유가 뭐란 말인가. 이미 지난 시간의 행적을 못 밝힌다니, 그러니 국민들이 미심쩍어 하는 거 아닌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넉달이 지났다. 그러나 그 긴 시간동안 인원 구조는 한명도 못했고 아직도 10명은 시신도 못 찾고 있다. 특별법도 지지부진, 되는 게 하나 없다.

작사도방인가. 길가에 집을 짓기로 했는데 오가는 사람들의 말을 듣느라 우왕좌왕하다가 3년이 지나도록 아무 것도 짓지 못했다는 옛말이 빈말이 아니다. 이 정부가 과연 나라인가. 갈팡질팡, 우왕좌왕, 오락가락, 허둥지둥, 왔다갔다, 말 그대로 원칙도 없고 기준도 없는 허깨비 정권이다. 이제 정녕 제대로 된 세월호 특별법은 걸기대를 포기해야 할 판이다.

 

“본래 땅위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곳이 큰 길이 되는 것이다.”

40일째 단식을 계속하다 급기야 실신, 병원으로 실려간 세월호 유족 김영오씨가 페이스북에 남긴 말이다. 비장하고 처연하다. 저쯤 되면 그의 목숨마저 위태롭다. 헌데도 대통령은 오불관언이다. 자기 갈 길만 가겠다는 옹고집이다. 속내를 알 길 없는 비밀스런 대통령이다.

박대통령은 김영오씨의 면담조차 거부했다. 단식으로 자기 믿음을 나타내는 유가족들을 만나서 절통하고 애타는 심경을 한번쯤 위로하고 격려해주면 안 되는 일인가. 그다지도 대통령이란 자리가 무거운 자리란 말인가. 진정 소의한식(宵衣旰食 날이 밝기도 전에 옷을 입고 해가 진 후에야 저녁밥을 먹는다는 뜻으로, 임금이 여가도 없이 정사에 부지런히 골몰함을 이르는 말)하는 위정자는 고전 속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이상형이 되고 말았다.

오죽하면 주변에서조차 “유민아빠의 성격을 봤을 때 특별법이 제정될 때까지는 절대 광화문 광장을 떠나지 않을 것 같고, 정부·여당은 가족들의 이야기에 귀를 닫은 상태고··· 유민아빠를 지켜보는 하루하루가 너무나 고통스럽다”고 걱정이 태산이다.

돌이켜보면, 세월호 참사 당일 실시간 구조상황을 고스란히 지켜보며 우리 국민들은 “이게 정부인가” 한탄할 정도로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다들 허둥대기만 하는 구조대를 보며 세월호가 침몰되는 실상을 눈 빤히 뜨고 지켜봐야만 했다

지금의 이 뜨뜻미지근한 대처에 새누리당 의원조차도 정부에 비판의 화살을 날린다. 이재오의원은 “세월호 참사에 대해서 직접적인 책임은 세월호 선장, 선원 관련자들이다. 그들은 전부 다 사법처리 받고 있다”며 “문제는 원인규명과 정부가 지금까지 구조를 제때 못했다는 것이다. 골든타임에 구조를 제때 못한 것은 정부 책임이란 것을 입 달린 사람들은 다 얘기했다. 정부가 구조할 시간에 구조를 못해서 사망자수가 늘어났다는 것은 천하가 다 아는 일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새누리당에 대해서도 “이건 정부의 무능이 책임져야 할 문제다. 그리고 이 정부의 책임은 곧, 이 정부를 탄생시킨 집권당인 새누리당도 책임이 있기 때문에 사과하고 진상규명에 성의를 다해야 하는 거 아닌가”라며 “그렇기 떄문에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이 정부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정부를 탄생시킨 집권당에도 있다고 생각하고 열린 자세로 다음 협상에 임해주면 고맙겠다”고 전향적 협상을 주문했다. 제발 세월호 특별법에 대한 전향적인 결정으로 정치권이 다시 났으면 한다. 하여 정치에 대해서 애정은 아닐지라도 조금의 공감과 수긍이 갈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지금 정부와 정치권은 좋게 말해 ‘서자서 아자아 (書自書 我自我)’격으로 행세한다. 글은 글대로 있고 나는 나대로 있다는 말 아니던가. 대통령과 정부가 딱 그 꼴이다. 글을 읽으면서 정신을 딴 곳에 빼앗기면 될 게 뭔가. 예쁘게 말해서 그렇지 제대로 말하면 국민들을 속이고 있는 거다. 뭔가 감춘다는 얘기다. 대통령과 정부가 국민들을 상대로 야바위 치기를 할 텐가. 28사단 윤일병 사건조차도 기록을 조작한 게 드러났다. 도대체 어디까지 이 정부를 믿어야 하는가.

부디 미련하고도 아둔한 생각일랑 거두기 바란다. 한 가지 조언한다. 공룡이 사라진 이유를 말해보자. 혜성충돌설 등 갖가지 그럴듯한 이유가 나온다. 혹자는 공룡이 거짓말을 많이 해서라고 주장한다. 입과 턱이 발달했다는 얘기다. 턱없는 얘기라 비웃지 말고 새겨 들어보라. 누구의 주장이 옳은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공룡도 거짓말 때문에 절멸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살아남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 살아있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죽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살아있는 우리들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 거짓이 없어야 한다. 그렇기에 돌아가신 세월호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을 다시금 되새겨야 한다. <화산>

This Post Has One Comment

  1. 박천배

    진실은 침몰하지 않습니다. 다만, 복지부동하고 있을 뿐!

    우리 국회의원들 회기 중에 코까지 골며 자는 사람 많다는데, 어찌 한국은 발전이 아니라 거꾸로만 가고 있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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