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1일이 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는 춘분이었습니다. 뜰에는 봄을 알리는 꽃들이 차례로 피고 있습니다. 복수초는 핀지 이미 오래되었고, 영춘화, 미선나무, 수선화, 히야신스, 매화, 천리향… 줄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애기수선화입니다. 수선화는 품종에 따라 피는 시기가 다릅니다. 몇 년전 겨울, 꽃집에서 애기수선화 화분을 샀었습니다. 봄이 오기 전에 화분을 거실 창가에 두고 꽃을 봤습니다. 꽃이 시든 뒤 남은 구근이 아까워 뜰에 심었는데, 그 수선화가 해마다 봄이면 일찍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다른 수선화들은 꽃대가 올라오고 있는 중입니다.

미선나무꽃입니다. 개나리꽃을 닮았습니다. 실제로 개나리나무에 접을 붙인다고 합니다. 개나리꽃은 향기가 거의 없지만, 미선나무꽃은 향기가 진합니다. 꽃은 일반적으로, 무슨 꽃이나, 흰색꽃이 향기가 강한 것 같습니다.

영춘화입니다. 꽃모양과 색깔이 꼭 개나리 같은데, 개나리꽃 보다 훨씬 먼저 핍니다. 그래서 이름부터 ‘영춘화’랍니다.

홍매입니다. 복숭아나무에 접을 붙입니다. 밑둥우리에서 복숭아순이 올라오곤 합니다. 청매보다 비교적 일찍 꽃이 핍니다.

청매입니다. 꽃을 봐서 좋고 열매를 따서 더 좋습니다. 저녁무렵 향기가 짙습니다. 그때 벌떼들도 윙윙 달려듭니다. 때를 맞춰 향기를 뿜는 것입니다.

목련입니다. 꽃샘추위에 꽃이 얼었습니다. 목련은 피기전에가 아름답습니다. 꽃봉오리의 보오얀 솜털이 기집애 목아지를 보는 것과 같습니다.

지난 겨울, 거실에 몇 그루 꽃나무를 두었습니다. 추위에 약한 천리향과 계화, 그리고 히야신스를 햇볕이 따뜻한 창변에 놓았습니다. 그 덕에 겨우내 향기속에서 지냈습니다. 꽃향기들이 어찌나 짙은지 옷에도 향이 배었습니다. 아침이면 ‘간밤에 춘향이가 자고 간 듯’ 했습니다. 먹물을 풀어 몇 자 써서 기분을 내고 싶었습니다. ‘향박산장’이라고, ‘향이 밤에 자고 가는 산장’이라는 뜻을 담으려고 했습니다. 거실 창 윗쪽에 붙였습니다. 표구는 안 했습니다. 글씨가 좋았으면 각을 해서 걸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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