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 백장암, 터가 좋았습니다.

여러차례 그 앞을 지나면서도 그냥 지나쳤던 백장암을 마음먹고 일부러 찾아갔습니다. 인월에서 마천쪽으로, 즉 실상사 가는쪽으로, 가다보면, 산내도 못 가서 왼편으로 백장암으로 올라가는 이정표가 있습니다.

그 동안 백장암을 그냥 지나쳤던 것은 산을 상당히 올라간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백장암으로 가는 찻길이 잘 닦여져 있었습니다. 비탈이 꽤 심하기는 했지만, 도로가 포장이 됐고, 길 양편으로 소나무숲이 울창하고, 그 아래는 진달래꽃이 수를 놓은 듯, 풍치가 매우 좋았습니다.

백장암은 절터가 아주 좋았습니다. 상당히 높은 산, 거의 9부쯤 되는 꼭대기 부분에 꽤 크고 아늑한 터가 있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곳까지 올라와서 터를 알아보고 잡았을까,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백장암은 신라말에 조성된 것으로 보이는 3층 석탑이 국보로 유명합니다. 옛날에 그 탑이 도굴당하여 사회면에 대서특필된 일도 있었습니다. 백장암 석탑은 드물게, 거의 유일하게, 신라시대 석탑의 상륜부 장식이 온전하게 그대로 남아 있어서 가치가 매우 높다고 합니다.

3층석탑의 탑신에는 많은 조각들이 있습니다. 탑신에 가장 장식이 많은 탑이라고도 합니다. 조각들은 오랜 세월에 마모가 심했지만, 햇빛이 옆에서 비칠 때 사진을 찍으면 보다 선명한 모습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석탑과 나란이 서 있는 석등도 보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어떻게 하다가 그렇게 됐는지, 오래된 부도들이 대웅전 앞에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산신각 아래에 있는 약수터가 재미있었습니다. 산에서 나오는 약수를 긴 소나무에 홈을 파고 물길을 흐르게 만들었습니다.

대웅전 뒷쪽 높은 곳에 선원이 있었습니다.  건물은 허름했지만, 공부하기는 참 좋은 곳이었습니다. 어떤 큰 스님이 언제 나오실지 기대가 됐습니다.

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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