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련첩(白蓮帖)을 꾸몄습니다.

정읍 칠보 무성서원에 들렸습니다. 오후 4시쯤에 연락을 해서 몇 몇 친구들이 함께 만났습니다. 무성서원 가기전에 연못이 있습니다. 계절이 아직 이를까싶었는데,  백련이 피기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붉은 홍련 보다도 하얀 백련의 향기가 훨씬 좋다는 것을 알게 된 곳이 바로 이 무성서원 근처 연못에서 였습니다.

1. 동  련 (童  蓮) 1

CREATOR: gd-jpeg v1.0 (using IJG JPEG v80), quality = 82?

어느 해 늦여름 저녁 무렵 이곳 연못에서, 헁기롭고 달콥한 백련 향기를 처음 알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때를 기억하며, 계절은 이르지만, 이제 막 피기 시작한 백련을 반갑게 쫒아가서 향기부터 맡아 봤습니다. “음, 아직은 아니군”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금 더 기다려야 그 짙은 향기를 맡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향기가 아직 너무 연하고 부드러웠습니다.

2.  동  련 (童  蓮) 2

가까운 곳에 ‘무성식당’이라는 민물고기 매운탕집이 있습니다.  고등학교 친구의 친척이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서 기회가 있으면 가끔 들리곤 합니다. 친구와 어떤 친척관계인지 올 때마다 궁금해서 물어봤을 텐데,  기억이 없습니다. 다시 주인 어른께 여쭈어 봤습니다. 친구가 주인어른의 “작은아버지의 큰아들”이라고 하셨습니다.

3. 은  련 (隱  蓮) 1

무성식당에서 이른 저녁식사를 마치고 헤어지려는데 집사람이 연꽃을 다시 보러 가자고 합니다. 순간 왠 일인가 싶었습니다. “아! 연꽃 향기는 해질 무렵, 어두워질수록 향기가 더 짙어지지!”하고 생각이 났습니다. 다시 찾아가서  연꽃 향기를 다시 맡아봤습니다. 얼마나 향기가 더 짙어졌는지 저는 잘 알 수가 없었습니다.

4.  은  련 (隱  蓮) 2

‘계춘할망’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말썽꾸러기 가수 조영남의 똑똑한 첫부인 윤여정이 주연을 맡은 영화입니다.누가 지었는지, 영화제목이 묘한 뉘앙스를 품긴니다. ‘계춘’과 ‘할망’은 서로 상반된 어감이 들기 때문입니다. 영화에서 말하는 계춘의 ‘계’를 한문으로 어떤 것인지는 모르지만, ‘계춘’을 ‘季春’이라고 쓴다면 ‘늦봄’이라는 뜻입니다. 늦봄과 할망이라니 묘하지 않습니까?

5.   은  련 (隱  蓮) 3

우리 말로 된 좋은 호들이 많습니다. 가람 이병기 좋지요. ‘가람’은 ‘강’도 되고 큰 ‘사찰’도 가람이라고 합니다. 늘봄 전영택도 좋습니다. ‘늘봄’은 한문으로 말하면 ‘영춘(永春)’이겠지만, 어디 그런게 있겠습니까, ‘장춘(長춘)’ 정도로 생각을 해야 겠지요. 그리고 늦봄 문익환이 있습니다. ‘늦봄’이라니, 문익환 목사님의 삶을 생각하면 절묘한 의미가 느껴집니다. 동지섣달 한 겨울에 “봄이 왔다, 봄이다”라고 외치신 분이 ‘늦봄’이시라니, 아름답고도 슬픈 생각이 듭니다.

6. 염 련 (艶  蓮) 1

무작정 무작위로 사진을 올릴수 없어서 니름대로 이름을 붙여서 나눠봤습니다. 인생이 그렇듯이, 모든 것들이, 어느 한 순간 어느 한 모습이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그것이 변하는 순간의 모습이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연잎에 감춰진 하얀 연 꽃 이파리가 드러났다, 가리웠다를 반복하면서 순간적으로 명멸하는 아름다움은 곁에서 바라봐야만 알 수가 있습니다. 우리는 사진의 어느 한 순간을 보고, 그것을 상상하며 즐겨야 합니다. 2차원 평면에 표현된  평면적인 모습과, 1차원의 시간의 순간적인 모습을, 다시 재조합하여, 어떻게 4차원 홀로그램으로 재구성하느냐는 온전히 저마다 개인이 갖고 있는 미적인 역량에 달려있습니다.

 

7.  염 련 (艶  蓮)  2

‘염련(艶蓮)’은, 요염(妖艶)’이라는 말의 ‘염(艶)’에서 따 왔습니다. 평범하게 우리말로 ‘연꽃 아가씨’라고 하면 좋겠는데, 요즘 나온 영화, ‘아가씨’의 내용이 너무 ‘요사(妖邪)’스러워서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8.   염 련 (艶  蓮)  3

전주에서 가까운 곳에 백련을 볼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김제군 백구면 부용리에 ‘부용사’라는 절이 있습니다. 그곳에 꽤 큰 백련연못이 있습니다. 부용사는 공주 마곡사에서 비롯되어 융성했던 근세 불교 탱화의 한 맥이 흐르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9. 풍  련 (風  蓮)  1

탱화를 그리는 스님을 ‘불모(佛母)’라고 합니다. 불화는 그 성격상 어느  절에 머물면서 몇 개월 때로는 해를 넘기면서 제작을 했습니다. 불모스님들이 전국을 떠돌수 밖에 없는 까닭입니다. 부용사는 마곡사에서 내려오신 탱화를 그리시는 금용 일섭(1900 –  1975)스님이, 김제 지역에서 머물으시다가, 세운  절입니다.

10. 풍  련 (風  蓮)  2

지금도 1900년대 초-중반에 마곡사에서 탱화를 배운 불모스님들이 전국에 널리 퍼져서 몇 대에 걸쳐서 활동하고 계십니다. 범어사에 계셨던 ‘석정(石鼎)’스님도 그런 분 가운데 한 분이셨고, 백구 부용사를 세우신 불모스님의 제자입니다.

11. 불모 금용 일섭 (金蓉 日燮, 1900 – 1975) 스님 모습

현재 일섭 스님의 제자, 또 제자의 제자들이 전국에 두루 퍼져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스님께서 1975년 입적하신 이후, 1991년에 순천 송광사에 ‘금용 일섭 불모비’가 건립되었다고 합니다. 송광사에는 일섭 스님께서 1960년에 제작하신 ‘석가모니 후불탱화’가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일섭스님 본인을 비롯하여, 제자, 제자의 제자들 가운데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분들이 16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2000년부터는 ‘일섭문도회’를 창립하여, 각종 기념행사를 열기도 하면서, ‘불교미술 일섭문도전’을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습니다.

12. 송광사 석가모니 후불탱화(373cm X 371cm)

송광사에 원래 내려오던 석가모니 후불탱화가 있었는데, 1948년 일어난 여수-순천 반란사건 때 소실되었다고 합니다. 이에 송광사 대웅전을 중건(1차)하면서 취봉선사(翠峰禪師)께서 금용일섭 스님께 제작을 위촉, 1960년에 다시 봉안 되었다고 합니다.

13. 노  련 (老  蓮)

생전에 법정스님이 순천 송광사의 불일암에 계실때 찾아 뵌적이 있습니다. 스님으로부터 조그만 방에서 차 대접을 받았는데 벽에 ‘석정(石鼎)’스님이 그리신 조촐한 그림이 걸려 있었습니다. 먹으로 그린 단색화인데 바위에서 차를 끊여 마시는 모습을 그린 것이었습니다. 그때 석정스님은 범어사에 계셨고, 법정스님께서 그림 설명도 해주셨습니다. ‘석정(石鼎)’이라는 호도 돌로 만든 솥이라는 뜻인데, 그 솥이 밥솥이었겠습니까. 그때 그 그림 속에 있었던 것과 같은, 아마 차를 끓이는 조그만 솥이였겠지요.

을하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