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국회의원선거가 4월 10일에 있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보니 선거사무 일정이 숨 가쁘게 짜여 있습니다. 3월 22일 후보자등록 신청이 마감된 며칠 후, 3월 27일부터, 각종 사전투표가 시작되었습니다. 재외 투표가 3월 27일부터 4월 1일까지이고, 선상투표는 4월 2일부터 5일까지였습니다. 전국 각 읍면동 투표소에서 투표할 수 있는, 일반인 사전투표는 4월 5일부터 6일까지였습니다. 저는 일반인 사전투표제도가 생긴 이래 매번 사전투표를 해왔습니다. 전국 어디서나 읍면동에 설치된 투표소를 찾아가면 쉽게 투표할 수 있는 제도가 그만큼 대단히 편리했습니다. 평소 얼마쯤은 정치에 관심이 있으면서도 투표를 안 했다는 사람을 만나면, “얼마나 바빴으면 투표도 하지 못하셨을까.” 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곤 합니다. 오늘날 대의민주주의 정치체제에서 투표는 그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뉴스에 모스크바에서 잔혹한 테러가 있었다고 나왔습니다. 공연장에서 무차별로 총기를 난사하여 확인된 사망자만 143명인데, 앞으로 더 늘어날 것 같고, 화재로 건물 자체가 무너질 것 같다 합니다. 며칠 전 있었던 대통령선거로 이제 막 영구집권에 들어간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잔혹한 보복을 다짐했답니다. 가자지구에 대해, 선제공격에 대한 보복이라며, 이스라엘이 하는 짓을 보면, 러시아가 어떻게 나올지, 생각하기조차 두렵습니다. 사람들 생각이 서로 다르다고 해서 서로 그렇게까지 잔혹할 수 있을까, ‘인간이라는 동물’이 정말 무서워집니다. 이번 우리나라 국회의원선거를 앞두고 갈라져 있는 민심도 그래서 더욱 크게 걱정됩니다. 우리나라가 흑백 TV에서 컬러 TV로 전환할 때 얘기입니다. 그때 “컬러 TV로 바꾸면 사람들이 더 잔혹해질 것이다.”라 했습니다. 사람들이 컬러 TV를 보면 훨씬 폭력적으로 될 거라는 얘기였습니다.
영화 “듄2”를 봤습니다. 상영시간이 2시간 46분이나 됐습니다. 그동안 TV에서 영화 “듄1”은 몇 차례 방영됐습니다. “듄1”도 그랬지만, “듄2”도 전체줄거리를 이해하기 어려워서 인터넷 검색을 했습니다. 그래도 영화의 줄거리가 애매해서 “듄2”를 아이맥스로 다시 한번 봤습니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통 크기의 화면으로 보면, 경로 할인을 받아서 입장료가 5천 원인데, 아이맥스는 할인이 안 돼서 입장료가 1만 8천 원입니다. 내용도 잘 모르면서 그렇게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하다니, 억울한 면도 있지만, 그만큼 재미도 있었습니다. 인터넷을 살펴보니, 감독이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주인공의 영웅담”을 보여주려는 것이 아니라, “종교전쟁의 무서움”에 대해서 말하고자 했다고 합니다. 요즘 특정한 정치인이나 정파에 대한 맹신으로 인한 폐해는 사이비 종교의 그것과 비슷한 것 같아서 오싹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존 킹 페어뱅크(John King Fairbank 1907-1991)교수는 미국 하버드 대학교에서 1936년부터 1977년 은퇴할 때까지 42년간 재직하셨답니다. 돌아가시기 2년 전인 1989년에 ‘신중국사(CHINA:A NEW HISTORY)’라는 책을 탈고하셨는데, 그분의 여자 제자인 멀 골드만(Merle Goldman 1931-2023) 교수가 수정 증보판을 1997년에 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2005년에 증보판의 번역본이 ‘까치글방’에서 나왔는데, 초판의 페어뱅크 교수 머리말 가운데 인상적인 언급이 있었습니다. “우리 (하버드 대학교) 도서관은 중국에 관해서 모든 것을 아는 체하지만, 자신의 무지를 전혀 깨닫지 못하는 저자들의 의견으로 가득 차 있다. 지식의 팽창은 동시에 무지의 크기도 늘려놓았다.” “20세기는 이전 모든 세기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이 인간이 초래한 고통, 죽음과 환경의 파괴를 목격했다.” 역사가로서 참으로 비감했었다는 뜻 아닙니까?
저도 이번 국회의원선거 결과가 참으로 궁금합니다. 마치 사이비 종교 맹신자들처럼 극단적인 지지자들로 민심이 나누어졌던 때가 또 언제 있었는가 싶고, 과연 그 결과를 두고 추종자들이 어떤 행태를 보일지도 걱정입니다. 사람들이 정치에 대해서 너무 세세하게 미주알고주알 거의 실시간으로 알 수가 있게 되었습니다. 컬러 TV로 뉴스나 드라마를 보는 정도가 아니고, 가짜뉴스도 포함된 각종 동영상을 나누어 보지 않습니까? 하루가 다르게 사람들의 성향이 점점 더 극단으로 치닫는 것 같지 않습니까? 의과대학 입학정원 2000명 증원도 무언가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첫째가 교수를 비롯한 교육여건이 제대로 갖추어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면허증만 내주자는 것인지, 시설과 여건을 보완해 가면서 점진적으로 입학정원을 증원해 나갈 수는 없었는지, 끝이 보이지 않는 극한적인 대립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매우 민망스럽습니다.
투표는 꼭 하도록 합시다. 그 지역 누가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느냐도 중요하지만, 비례대표도 뽑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번 선거는 비례대표로 어느 당을 지지하느냐가 대단히 중요하게 되었습니다. 어느 당도 과반의석을 확보하지 못하게 되면 캐스팅보트를 비례대표 의석 의원이 갖게 되지 않겠습니까. 사실 우리나라의 정치 지형을 두고 볼 때, 국회의원은 그 지역에 따라 누가 당선될지 거의 짐작 될 정도입니다. 어차피 비례대표 의석이 어떻게 될 것인지 따라서 정치판이 많이 달라질 것입니다. 각 당의 공천이 마무리되니까 그 과정을 지켜보던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시원-섭섭’한 바가 있었습니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과정과 결과를 두고 봤을 때, 양쪽이 비슷했습니다. 고 노무현 대통령이 그랬답니다. “당도 보지 말고, 인물도 보지말고, 그 사람의 정책이 무엇인지 보십시요!” 맞습니다. 그런데, 어디 후보의 정책이 보이고 있습니까?
을하
#시사전북 2024년 4월호 게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