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막한 슬픔이 까마득하게 밀려옵니다. 그 슬픔을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나눌 수는 없을까, 소위 ‘편승 애도’라도 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저도 ‘편승 애도’라는 말은 요즈음 며칠 사이에 들은 새로운 용어입니다. 남이 조문 갈 때, 본인은 바쁘다는 핑계로, 조의금만 부탁하는 것이 ‘편승 애도’로 보입니다. 그러던 것이 이제 더 진화해서, 카톡에 부고가 올라오면,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라며 몇 자 올리고, 조의를 마치는 일도 다반사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때우자니 마음으로는 부끄럽지만 어떻게 하겠습니까. 저는 여객기가 공항에서 착륙하던 중 폭발했다는 뉴스를 장흥 천관산 숲길을 걷다가 들었습니다. 세월호 해난사고가 일어났을 때는 서울 친지 집에 있었다는 기억이 났습니다. 큰 사건들은 처음 들었던 장소까지 기억되는 것 같습니다. 이번 참사 소식 이후, 저의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이 어느 수준인지 깊이 생각해봤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잡다한 지식이 아니라, 타인에 대하여 우리가 느끼는 공감 능력이 아닌가 싶습니다. 제 기억으로, 성경에, “우리가 너희를 향하여 피리를 불어도 너희가 춤추지 아니하고 우리가 호곡하여도 너희가 가슴을 치지 아니하였다.”가 있었습니다. 성경을 찾아서 다시 봤더니, ‘호곡(號哭)’이 아니라 ‘애곡(哀哭)’으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장터에서 어린이가 같은 또래들에게 한 말로 인용되었기 때문에 뜻을 조금 완곡하게 바꾼 것 같았습니다. 마치 ‘애이불비(哀而不悲)’이나 ‘애이불상(哀而不傷)’처럼 말입니다. 어떻든 우리가 살면서 느끼는 희로애락(喜怒哀樂)을 함께 나누며 느낄 수 있는 이웃이 날이 갈수록 드물어지고 있는 것은 매우 불행한 일입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해봤자 얼마나 공허한 말인지 모두 아는 세상입니다. 그래서 진심을 가진 성직자의 위로와 격려가 필요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전주에서 호남고속도로를 타고 내려갈 때가 있습니다. 정읍에 미쳐 못 가서, 유사시에 비행기 활주로로 쓸 고속도로 구간이 나옵니다. 어느 땐가 승용차 운전을 하면서 거리를 재어보니, 제 기억으로, 2.5 Km쯤 되었습니다. 고속도로를 설계할 당시에는 점보 여객기까지 이착륙할 상황은 생각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유사시에 쓸 활주로 길이와 평상시 여객기가 이착륙하는 공항의 활주로 길이는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인천공항은 길이가 3.7Km, 김포공항은 3.6Km이랍니다. 무안 공항은 2.8Km인데 3.16Km로 연장 공사를 하고 있답니다. 그것을 두고 모 언론에서는 “승객이 없어서 고추나 말리는 활주로를 왜 연장해서 예산을 낭비하느냐”라고 했답니다. 새만금에 계획된 공항은 활주로가 2.5Km랍니다. 어디는 바다를 메꿔서 활주로를 만들면서, 뻘밭을 메꾸는 활주로를 두고 무슨 꿍꿍이로 그러는 짓들인지 모르겠습니다.
소위 말하는 12/3 윤석열 내란 사건, 또는 실패한 친위쿠데타를 보면, 아는 것도 별로 없고 잘 난 체만 하는 지도자 밑에 무슨 훌륭한 인재가 있을까만은, 면면이 참 가관으로 보입니다. 어쩌다가 보니까 그랬을까, 윤석열만 나오면 신문 만평에 술병이 그려져 있습니다. 사실인지 모르지만, 어느 언론에서는 알콜 중독치료 얘기까지 나오지 않았습니까? 탄핵을 받은 이 상황에서도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랍니다. 인간이 한덕수 국무총리처럼 그렇게 쉽게 망가질 수 있는지, 슬펐습니다. ‘고건 회고록’에 한덕수 총리 얘기가 나온답니다. 고 총리가, 노무현 대통령이 탄핵 되어, 권한 대행을 할 때, 한덕수는 총리실의 국무조정실장이었답니다. 한 실장이 고 총리에게 “노무현이 탄핵 되면 대통령 후보로 나서라”라는 취지로 얘기했다가 고 총리에게 면박처럼 당했답니다. 어찌 한덕수 총리의 지금 속내가 짐작이 가십니까?
법원이 고위공직자수사처가 내란 우두머리와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신청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와 관저 수색영장를 발부했다고 합니다. 법원이 윤 대통령 내란 등 혐의가 어느 정도 소명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이 된답니다. 소명이란 범죄를 증명하는 단계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인정된다는 의미랍니다. 우리 속담에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가 있습니다. 아직도 윤석열 대통령을 옹호하는 세력들은 궁색하기 짝이 없는 궤변을 늘어놓고 있습니다. 국민의 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현직 대통령령을 증거인멸의 염려도 없는데 조사 날짜를 대통령 측과 협의하여 정 할 것이지 구속영장 발부했다며 불만을 토로했답니다. 제가 볼 때 말리는 시누이들 행태가 가관입니다. 만약 법원에서 친위쿠데타로 최종 판결이 나면 정당으로서 국민의힘 존폐가 심히 염려됩니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는 우리나라 헌정사상 초유랍니다.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났고, 결과적으로 절대로 선출돼서는 안 될 대통령이 뽑혔던 것입니다. 이제라도 합리적인 방법을 모색해서 민주주의가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해야 합니다. 만에 하나,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기각 판결이 내려져도, 지금까지 알려진 정황만으로도 윤석열은 계속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올봄 새로운 대통령을 뽑는 선거는 반드시 있다고 봐야 합니다. 혹자는 먼저, 대통령 4년 중임제 등, “개헌부터 하고 대통령 선거를 하자.”고 합니다. 시국의 엄중함을 모르는 바보거나 무슨 꼬임에 빠진 사람들로 보입니다. 개헌은 새로 뽑는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우면 됩니다. 제발 이번 대통령은 정당도 지역도 보지 말고 능력과 사람 됨됨의 품격을 보고 뽑도록 합시다. 그런 사람 누가 있는지 지금부터 잘 찾아보도록 합시다.
을하
#시사전북 2025년 1월호 게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