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의 미소’ 하면 누구나 떠오르게 되는 모습이 있습니다. 바로 서산군 운산면에 있는 백제시대의 마애석불입니다.

고유명사가, 사람이나 도시의 이름 처럼, 많은 사람에게 잘 알려지거나 유일한 어떤 것이라면, 우리에게 ‘백제의 미소’는 거의 고유명사에 가까운 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어깨 뒤에서 비취는 햇살 때문에 ‘백제의 미소’는, 우리가 사진으로 봐왔던 것 처럼, 환하게 웃으시는 모습이 아니셨습니다. 그러나 그 미소가 이디 가겠습니까. 입구 불이문(不二門) 옆 안내문에 있는 활짝 웃으시는 모습도 있고, 우리 기억속에 있는, 부처님의 여러 모습이 겹쳐져서 보였습니다. 어쩌면 등 뒤에서 비취는 햇살 때문에 그 실누엣이 더 장엄한 어떤 것을 느끼게 해줬습니다.

마애석불이 있는 용현골짜기를 오리쯤 더 들어가면, 마애석불 부처님의 원찰이었다는, 보원사지터가 있었습니다. 남아있는 부지만 봐도 그 규모가 어마어마 했습니다.

산골 깊은 오지에 어떻게 이렇게 큰 규모의 사찰이 있을 수 있나 싶었는데, 그 당시, 중국과 부여를 잇는 주요한 길목이었다고 했습니다. 보원사에는 크기가 2.7m나 되는 국내 최대의 철불이 있었다는데, 지금은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 모셔져 있다고 했습니다. 현재 보원사지에 남아있는 보물은 석탑과 목판들 뿐이였습니다.


돌아오는 길은 연초록 신록으로 둘러싸인 산길이었습니다. 산들이 높지 않고, 다소곳하게 우리가 돌아오는 길을 감싸며있는 듯 했습니다. 마침 신록의 좋은 계절에 기억에 남을만한 나드리를 한 것입니다. 돌아오는길 내내, 그런 생각끝에, “아! 아무리 아름답고 좋은 것이라도 그 순간 지나가면 과거가 되어버리고 추억이 되고 마는구나…” 또, “아주 오래 된 옛날의 일이나 바로 이순간 지나가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그리운 것이 되는구나!”라는, 그러저러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아름다운 하루가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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