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하여 두 달 가까이 되었습니다. 새 정부는 ‘이재명정부’라는 공식 명칭과 ‘국민주권정부’라는 별칭을 함께 쓰기로 했답니다. 정권의 별칭은 김영삼 대통령의 ‘문민정부’부터, 김대중 대통령의 ‘국민의 정부’,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까지 이어졌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집권 초반에 잠깐 ‘실용정부’라고 불렀다가 ‘이명박정부’라고 바꿨습니다. 그 이후 정권 이름은, 박근혜, 문재인, 윤석열 모두, 별칭 없이, 이름 뒤에 정부만 붙여서 불렀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당선되면 차기 정부를 ’국민주권정부‘라 칭할 것’이라 했습니다. 실제로 취임 당일 국무총리와 비서실장 등 1차 인선을 발표할 때, ‘국민주권정부의 새 출발을 시작한다.’라고 했습니다. 이름 뒤에 정부만 붙였던 정권들의 특징은 ‘대통령 자신의 이름이 갖는 자신감’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자신감도 만만치 않은 것 같습니다.
자신감이 지나치면 자만심이 됩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민 대통합을 외치고 누구보다도 더 ‘협치’를 강하게 주장해왔습니다. 그래서일까, 새 정부의 고위직 인사를 보면, 그렇게 엉뚱한 사람을 누가 추천했는지 의아한 경우가 꽤 있었습니다. 혹시 이재명 대통령 자신의 능력으로 ‘어떠한 결함이 있는 사람일지라도 나는 그 사람을 바르게 고쳐서 잘 쓸 수 있다.’라는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언 듯 들리는 바에 의하며, 여타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는 폄하하고 극언을 하면서, 유독 이재명 대통령에게는 ‘민족의 축복’이라고 하고, 이 대통령을 예수와 비교하면서, ‘천재성을 가진 이 대통령이 5년이 아닌 20년을 할 수 있도록 헌법도 바꿔야 한다.’라고 하는 사람을 정부의 주요 직책에 중용했다지 않습니까? 또 극우 인사에게 추천받아 임용했는데, 여론 때문에, ‘자진사퇴’ 시킨 일도 있지 않습니까?
‘아부’란 참 무서운 것입니다. 전주고등학교와 공주사범대학을 졸업하고, 전북대학교 사범대학부속고등학교에도 재직했고 서울로 올라가 정년 퇴임하신 김재희 교장 선생님 얘기입니다. 그분이 군대생활을 학군장교(ROTC)로 했는데, 장교 기본 훈련이 끝난 후 제 부대로 배치 받았을 때랍니다. 아침에 사병이 세숫물을 따뜻하게 데워 가져왔더랍니다. 첫날은 ‘그것이 무슨 짓이냐!’며 혼냈는데 둘째 날도 가져오니까 셋째 날부터는 기다려지더랍니다. 지난번에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관련 담화를 발표하러 나왔을 때 모습이 생소했습니다. 누군가 나와서 대통령이 앉기 편하도록 의자를 뒤로 뺐다 다시 앞으로 밀어주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혼자 나와 의자에 앉으면 어떻다고 저러는가 싶었습니다. 지금도 국무회의 할 때 대통령의 착석은 그렇게 할 것입니다. 모든 대통령은 다 얼마만큼 아부에 익숙해져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 8.15 광복절 때 ‘국민임명추대식’을 할 것이랍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소셜미디어(SNS)에 행사를 소개했답니다. 국민 1만 명을 추첨으로 선발하여 광복절 행사에 초청하고, ‘나의 대통령을 임명한다.’며 임명장 낭독하고, 대통령은 이를 수락하는 형식이라고 합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안철수 의원을 비롯하여, ‘지금 대한민국 대통령이 이재명임을 모르는 사람이 있느냐. 대선 이후 취임식도 열었고, 국회에 와서 시정연설도 했는데 또 무슨 임명식을 한다는 말이냐.’라고 하고 있습니다. ‘독립투사와 애국지사를 이 대통령 경축식의 병풍으로 세우겠다는 뜻’이라며 ‘너무도 가볍고 낯 뜨거운 발상’이라고 지적한 것입니다. 제가 봐도 이대통령의 자신감과 나르시즘은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대통령은 이미 되어 있으니 임명식 절차는 빼고, 앞으로 국민을 하늘같이 섬기겠습니다.’라고 거듭거듭 밝히면 될 일 아닙니까?
세계 거의 모든 국가를 상대로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한 소위 ‘관세 전쟁’이 막바지에 들어선 모양입니다. 일본에 이어 유럽연합과 ‘15% 일괄 관세’로 협상을 마쳤답니다. 그런데 미국의 가장 핵심적인 협상 대상인 중국과는 ‘협상 시한을 다시 90일 유예했다.’고 합니다. 그런 상황이니 여기저기서 ‘동맹국은 매섭게 몰아대면서, 중국엔 관대한 미국 관세 방망이’라는 자조 섞인 한탄이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미국이 잔뜩 생색을 내면서, 일본이나 유럽과 마찬가지로, 15% 일괄 관세로 진행이 될 듯합니다. 최종적으로는 8월에 이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하여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통해서 확정된답니다. 우리나라 야당은 참으로 걱정되는 수준의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소위 몇 선이나 된다는 국회의원이 ‘정상회담을 위해서 관세 협상을 양보하고 있는 것은 아니냐?’라 했답니다. 철부지 같은 소리 아닙니까?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에 대한 ‘내란 음모 재판’이 이렇게 지지부진하게 오래 갈 줄은 몰랐습니다. 그것은 한편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와 사법제도가 아직 건실하게 작동되고 있다는 얘기지만, 우려되는 바도 전혀 없지 않습니다. 또 아직도 부정선거 운운할 뿐 아니라, 거기에 동조하는 사람이 그렇게 많은 줄 몰랐습니다. 요즈음은 몇몇 종교단체가 정치에 개입했고 어떤 야당 국회의원에게 억대의 불법적 정치자금이 흘러 들어갔다는 얘기가 들립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 되게 난감한 일입니다. 여당 국회의원들도 보기에 딱한 사람이 많습니다. 대통령이나 대통령실의 눈치를 너무 보지 않습니까? 눈치가 지나치면 그것이 곧 아부가 아닙니까? 이재명 대통령도 이런 혼란스러운 시기에, 차마 그럴 리가 없겠지만, 자기만족하고 나르시즘에 너무 빠져서는 않될 것입니다. 앞으로 며칠 후 광복절 행사를 어떻게 하는지 두고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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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전북 8월호 게재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