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심 뱅겔로프가 켜는 베토벤의 로망스 바장조(Romance in F major)를 들었다. 바이올리니스트 김민 교수의 초청으로 바로크합주단을 지휘하는 도중에 관중들에 대한 써비스차원에서 한곡을 켜 보인 것이다. 베토벤의 바이올린 로망스는, 1번 G장조와 2번 F장조, 두 곡이 있다. 1번은 주제가 낮고 점잖게 낮은 B음과 g음의 중음(double stopping)으로 시작한다. 점잖고 가라앉은 중년 이후의 로망스이다. 2번은 주제가 한 옥타브 높은 f음으로 가냘프고 흐느끼 듯 시작한다. 애띠고 가냘픈 소녀의 사랑 이야기 같다. 두 곡을 모두 들려 주었으면 좋으련만, 뱅겔로프는 2번만 택했다.

뱅겔로프는 끼를 타고난 바이올리니스트이다. 도무지, 보통 사람 같으면, 아무리 연습해도 그렇게 멋드러지게 바이올린을 켤 수가 없을 것 같은 모습이다. 오래 전에 뱅겔로프가 청소년을 대상으로 시벨리우스협주곡을 지도하는 마스터클래스를 연 적이 있었다. 녹화필름인데, 기가 막히게 잘했었다. 그 즈음에 나온 DVD가 바로 바렌보임이 시카고필을 지휘하고 뱅겔로프가 바이올린을 켠 시벨리우스바이올린협주곡이었다. 바로크합주단의 김민 교수도 나이가 들어 보였다. 세월은 속일 수가 없는 것인가, 백발이 성성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