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호 시인의 시집 ‘홀통 바다’를 읽고 소개하고자 합니다. ‘홀통 바다’는, 무엇보다도, 편편 마다 일상생활에서 빚어진 삶과 꿈이 그대로 녹아있는 듯 해서 반가웠습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고 바라봤던 모든 풍경들이, 성능이 좋은 카메라로 찍은 듯, 디테일들이 선명하고 알맞는 크기의 액자에 갈무리되어진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럼 시를 한 편 보겠습니다.
민들레
나는 간다, 과거로부터
그 어디로든 가서
가서 주소를 지우고 나면
미련이야 무엇이리
그 세월 위로 더께가 지고
되짚어 생각하니
애먼 시간들을 붙들었던 우리
눈시울도 많이 젖었더니
바람이 말했지
소라껍질에 갇힌 소리로는
서로를 묶지 말자
홀씨 하나로 떠나는 민들레처럼 가자
나 어디로 가서 눈먼 섬이 되어
주소를 지우고
멍 푸른 그리움 앓던
흰 물살이 되려네
이 시를 읽고 저는 미국의 여류시인인 ‘에밀리 디킨스’의 신비로운 분위기가 떠올랐습니다. 민들레 홀씨와 시간과 공간을 함축한 방법이 약간 방향이 다르지만, 비슷한 감흥도 많기 때문입니다. 디킨스가 일관되게 무후의 처녀로서 자연을 봤다면 조승호 시인은 딸 여섯에 아들 하나를 둔 동양의 처사로서 민들레를 노래한 것 같습니다. 디킨스의 예민한 서정이 ‘깨지기 쉬운 순수’라면, 조승호의 삶에서 느낀 감흥은 ‘깨어질 수 없는 순수’라고 보여집니다. 조시인의 시에서 불연듯 금강경의 ‘응무소주이생그심(應無所住而生其心)의 경지가 느껴지는 것은 그만한 삶의 질량이 시의 바탕을 이루고 있는 까닭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오늘은 조승호 시인이 시집을 냈다고 고하 최승범 선생님께 인사를 드렸습니다. 고하 선생님께서는 축하하신다며 한사코 점심을 내시겠다고 하셨습니다. 평소에 고하 선생님의 곧고 완고하신 성품을 잘 아는지라 못이기는 척 말씀대로 따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고하 선생님을 따라서 전주 정혜사 근처의 ‘맑은 콩 순두부’라는 두부 전문 음식점으로 갔습니다. 바지락생두부찌게에 돌솥밥이 정갈하고 맛이 있었습니다. 돌솥밥은 밥을 푸고나서 물을 부어 두면 누릉지가 맛있습니다. 숭늉과 함께 누릉지를 먹을 때는 밑반찬으로 나온 ‘무우나라스께’가 별미였습니다. 모처럼 고하 선생님께서도 밥과 찌게를 모두 비우셨습니다. ‘입맛은 건강의 척도’라는 말이 생각났습니다. 그 만큼 고하 선생님의 건강이 좋아지신 것 같아서 매우 다행스러웁게 느껴졌습니다.

점심을 마친 후 음식점 근처에서, 고하 선생님과 조승호 시인 두 분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조승호 시인의 주소는 <전주시 덕진구 인후동 2가 1543-21 >이고, 이메일은 <sagunja53@hanmail.net>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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乙河 장택상 교수님 배려로 30년 만에 古河 최승범 교수님을 뵙는 영광스러운 날입니다. 고맙습니다. 古河 선생님께서는 당신의 시집과 문학지 몇 권을 손수 챙겨넣어 주시고 점심식사도 함께 하셨습니다. 고운 추억이며 해맑으신 영혼의 향기도 함께 가슴 깊이 담을 수 있어서 크리스마스가 금상첨화로 휘황한 날이 되었습니다. 그야말로 화려한 외출이며, 장교수님께서 사 주신 막걸리로 가슴을 데우며 하나 둘 스쳐 내리는 눈발을 헤아려 볼까 해요. 다시금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