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갓집 가는 길’, 이동근 화백

‘이동근 화백’하면 맨 먼저 떠오르는 것은 ‘처갓집 가는 길’이라는 그림이다.  ‘외갓집 가는 길’은 복숭아꽃이 활짝 핀 과수원 옆으로 비탈진 길을 따라서 어머니와 함께 외갓집에 가는 정겨운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그 이화백을 병원에서 우연히 만났다. 한 사람은 ‘무릎이 아파서…’ 또 한 사람은 ‘혈액검사를 해보라고 해서…’. 둘 다 간밤에는 자정이 넘도록 술을 마시 것도 동병상린, 입장이 비슷했다. 두 사람 다 물리치료를 받고 가라는 의사선생님의 간곡한 처방을 뒤로 하고, 이른 점심이라도 먹자며 서둘러 병원을 나섰다.  그 시간에 술집에 간다고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시간은 오전 11시, 점심식사 시간으로는  아직 빠르다. 언뜻 물리치료를 받고 가라는 의사선생님의 처방이 옳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물리치료는 안 된다. 머리가 흰 사람 곁에 패잔병 같이 나란히 누워서 한 시간 동안이나 몸을 부려둔다는 것이 영 내키지 않는 일인 것이다.

‘그렇다’ 거기로 가자. 갑자기 효자소머리국밥집이 생각이 났다. 매일 삶는 소머리고기에 소주 한 잔이 떠오른 것이다. 고기의 양으로 봐서 두 세 사람이 먹어야 한다. 금암동에 사는 또 한 사람을 불렀다. 고기가 나오고, 드디어 12시가 막지나고  밥때가 되어 있었다.

식사 후에 화실에 들려서 커피나 한 잔 먹자고 했다. 무슨 커피맛이 그런지, 세상에 식은 숭님만도 못한 원두커피 맛이라니, 들린 길에 사진을 몇 장 찍었다. 낡은 카세트라디오에서 바이올린 음악이 나왔다. 파가니니의 ‘요정의 춤’ 같았다. 볼룸을 높이니 그런대로 들을만 했다. 시간상으로 정만섭의 명연주 명음반 프로다.

이 화백의 그림이 많이 달라져 있었다. 세월 탓인가. 그림 곳곳에 깊은 구덩이가 보인다. 깎아지른 듯 높은 산과 어둡고 무서운 골짜기도 보인다. 꽃도 그랬다. 처음에는 무슨 고흐가 그렸던 해바라기인 줄 알았다.  아니다. 자세히 보니, 그림은 자세히 본다고 알아지는 것은 아니지만, 선인장꽃이다. 그렇다. ‘샤보댕꽃’. 그것이 이화백의 새로운 이미지였다.

화실을 나와서 리베라호텔 옆에 있는 ‘김세견 수채화 전’에 갔다. 서해대학 이일청 교수가 함께 있었다. 모처럼 옛날 이야기들이 많이 나왔다. 이교수는 정년이 몇 년 안 남았고, 딸 둘은 모두 미국에서 늦게 까지 공부를 하고 있다고 했다.

몇 몇이 남문 근처 ‘문짝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잘 안 다니던 집인데, 안주가 좋았다. 내외분이 함께 가게를 꾸리는데, 아주머님 얼굴이 후덕하게 보였다.

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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