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술친구들 이야기입니다.

지난 2월 26일이었지요. 뜻이 맞는 지인들끼리 조촐한 점심을 같이 하게 됐습니다. 구성지고 감칠맛 나는 이런 저런 얘기로 분위기가 훈훈했지요. 그런 흥취가 어디 그것으로 매듭지어지던가요. 점심으로 끝이 나지 않았습니다. 자연스레 대포집으로 옮겨 탁배기 한잔이 이어졌습니다.

이 자리서 을하 선생은 여느 때처럼 시상에 잠겼습니다. 특유의 천석고황같은 습벽입니다. 한잔 거나해진 선생은 몇 순배 돌 동안에도 시작에 몰입했지요. 그 자리에서 친구에게 주는 시 한편이 완성됐습니다.

말씀만 듣고 / 뵙고 싶었습니다 // 푸른 산에 핀 / 오동꽃 // 모습만 뵙고 / 그리웠습니다// 계절이 바뀌어도 /은은한 향기//안타까움이란/ 무엇인지//궁금합니다/지금 <‘부처’ 전문>

오랜 외우 박용순 선생을 찬한 시였습니다. 시인의 심상을 얼마만큼은 알 듯도 하더군요. 무엇보다 ‘푸른 산에 핀 오동 꽃’이란 표현이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아마도 시적 긴장감이나 극적 효과를 염두에 둔 형용모순식 표현이 아닌가 합니다. 자연의 이치대로라면 오동꽃이 푸른 산에 필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을하 시인은 굳이 그 표현을 썼습니다. 바로 그 대목이 이 시의 핵심이라고도 강조하더군요.

잘은 모르겠지만 부처와 같은 성인들의 세계에서는 얼마든지 그런 절대적인 경지가 가능하겠구나라고 짐작도 해봤습니다. 시인의 설명을 듣고 보니 새삼 이 시에서 향기가 절로 퍼져 나옵니다. 부처로 비유된 박용순 선생의 풍모도 다시 보이게 됐고요.

내친 김에 을하 선생은 한 수 더 읊더군요.

친구의 고향은 // 저 산 아래 // 굽어진 비탈길//엉겅퀴 핀 동네 // 먼 산 바래기// 친구는 늙어 // 연꽃이 보고 싶답니다// 언제 잊었는지//그리움<‘향수’ 전문>

이 시에서 친구는 누구를 가리킬까요. 또 다시 박용순 선생일 수도, 아니면 머릿속에 상상하는 시인만의 친구일 수도, 읽는 독자일 수도 있지 않을 까요. 여러분께서 마음껏 자유롭게 상상하시기 바랍니다. 봄볓이 따사롭군요. 가절(佳節) 되시기를… <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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