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지났습니다. 하늘이 푸르고 바람이 상쾌합니다. 잠시 눈을 돌려보니 곳곳에 가을의 속살이 싱그럽습니다.

우리집 화단에도 먼 나라에서 온 이름을 기억할 수 없는 꽃들로 채워졌습니다. 채송화와 분꽃과 맨드라미는 알겠는데 그 밖에는 모르는 꽃입니다.

엊그제 맨드라미꽃이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맨드라미는 화단 귀퉁이에 그냥 시늉으로 심어놨었습니다. 그 조그만 것이 꽃을 맺더니 꽃 입술이 나날이 두툼해졌습니다. 그것이 윤기가 돋고 빛나는데, 제법 요염했습니다.

취꽃을 보려고 봄철에 취순을 잘 따지도 않았습니다. 유기질 비료도 넉넉하게 줬습니다. 그럴 일이 아니었던가, 취꽃이 너무 나자빠졌습니다.

진백은 노란잎이 보기가 좋습니다. 잎이 노란 것은 잔뿌리가 별로 없고 영양이 항상 부족하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뿌리가 부실하기 때문에 옮겨심기도 어렵습니다. 몇 그루는 죽고, 몇 그루만 살았는데, 덤으로 핀 빨간 채송화가 위로가 됩니다.

젊으셨을 때 어느 기업체에 다니셨다는 분이 취미로 채소를 가꾸십니다. 오늘은 두어 두렁 심어 놓으신 김장채소에 약을 주시고 풀을 메셨습니다.

저희집 뜰에 작년에 고수를 심었는데, 씨가 떨어져, 처서 무렵, 그러니까 8월 23일 경부터 싹이 났습니다. 그러니까, 처서 무렵에 씨앗을 뿌리는 까닭을 알 수가 있을 듯 싶은, 어떤 자연의 순환이라는 것을 내가 직접 보고 느끼고 있는 중인 셈입니다.

철망울타리에 수세미를 심었더니 제법 여러개 열렸습니다. 공터에 수세미 몇 포기를 심으면 생각 밖으로 주렁주렁 많이 열립니다. 노란 꽃도 볼만하고, 가을에 늙은 호박과 도라지 배와 함께 건강원에 부탁하여 즙을 내어 먹으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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