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생활, 꽤 괜찮습니다.

전주 근교 색장리에 들어온지 만 20년이 넘었습니다.  돌이켜 보면 세월이 빠르기도 하지만 하루하루가 참으로 아름다운  나날이었습니다. 봄이면 봄대로, 여름이면 여름대로, 어느 계절, 어느 날이고, 언제나 이곳 시골 생활은 맑고, 곱고, 향기로웠습니다.

눈 앞에서 스쳐 지나가는 그런 모습들을 그냥 나 혼자 보기가 안타까울 때가 많습니다. 사소하지만, 잠시 생각해 보면 오묘한 자연의 섭리가 느껴질 때도 있었습니다. 그런 주변의 얘기들을 여러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다는 마음이 자주 솟았습니다.

재작년에는 집 뜰에 정자를 지었습니다. 네모난 ‘사각정’을 지으려했고, 일부 목재는 진즉 준비를 해 뒀었습니다. 막상 공사를 시작하려 하니, 주위에 계신분들이 이왕이면 ‘육모정’이 좋다고 하셨습니다. 육모정으로 규모가 커졌고, 장마철에 어렵게 공사가 이루어 졌습니다.

정자 이름은 정자를 짓기 전부터 생각해 뒀습니다. ‘향선정(香禪亭)’입니다. 저의 집은 뜰에 잔디밭으로 된 빈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철쭉 등, 왠만한 나무은 울타리 밖으로 쫓아냈습니다. 울안에는 소나무 몇 그루, 매화, 홑동백, 서향, 여러 종류의 목서, 모란 등등으로 제한하였습니다.  서향이나 목서류는 향기가 기가 막히게 좋습니다.

이른 봄 매화 향기부터 시작하여 초여름까지는 서향의 향기가 진동합니다. 9월 중순부터 11월까지는 ‘목서류’들이 저의 집의 향기를 책임집니다. 정자 이름을 향선정이라고 붙인 까닭은 바로 그 향기들 때문이었습니다. 곧 ‘향기속에서 깨달음을 얻겠다’는 취지였습니다.

무슨 글자이든 ‘선(禪)’자가 붙으면 뜻이 참 그윽해 집니다.  고창 ‘선운사(禪雲寺)’도 그렇고, 추사가 쓴 글씨 가운데 ‘명선(茗禪)’이라는 글귀도 그렇고, 동양학자 조용헌선생의 전주 교동에 있는 ‘담선당(談禪堂)’이라는 당호도 그렇습니다.

저의 집 ‘향선정(香禪亭)’이라는 한자의 뜻을 ‘고문자자전(古文字字典)’에서 구체적으로 알아봤습니다. 뜻 밖의 의미가 있었습니다. ‘향(香)’은 가마솥(曰)에 쌀(禾)을 넣고 삶은 모양이라고 되어 있었습니다. 향기란 것이 저는 꽃 향기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였던 것입니다. 생각해 보니 맞았습니다. 어떤 꽃 향기가 ‘밥 짓는 냄새’와 비교할 수가 있겠습니까.

‘선(禪)’은 ‘고요할 선’이라고 합니다. 제사상(示) 옆에 개인 무기(單)들을 놓은 모양이었습니다. 제사를 모시기 위해서 무기들을 제사상 옆에 놓았으니, 조용할 수 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단(單)은 위 네모 두개가 돌맹이들이랍니다. 도리깨 처럼 막대기 끝에 돌맹이를 메단 형태의, 옛날 사냥이나 싸울 때에 쓰던, 개인 무기라는 것입니다. ‘정(亭)’은 언덕 위에 원두막 같은 집 모양을 뜻했습니다. ‘선(禪)’의 본래의 뜻에 요즘 불교적인 의미가 들어있을 이유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저의 집 정자의 이름은 여전히 ‘향선정’이라고 부르기로 했습니다.

<향선>에서는 이곳 전주 근교, 색장리, 시골 생활을 그때 그때 소개하려는 의도로 붙인 이름입니다.  앞으로 그런 얘기들을 쓰겠습니다.

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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