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
춘포
박 복진입니다.
노래라고는 딱 한 가지밖에 모르셨던 생전의 제 모친께서 즐겨 부르셨던 노래, 그것도 수줍어서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해 딱 첫 소절만 부르셨던 노래, 노래방이 있나, 마이크 시설이 있어 분위기가 그럴듯한 장소가 있나, 일 년
열 두 달 농촌에서 이런 잡것들하고는 담을 쌓고 지내시다가, 년에 딱 한 번
저절로 흥이 나는 때. 그럴 때 부르시던 노래의 첫 소절은, 요즈음같이 봄
아지랑이 가물가물 피기 시작하고 개나리 노오랗게 피기 시작하며 하늘높이
종달새 지지대는 4 월의 노래였습니다.
“ 봄이로구나아, 봄이로구나아, 딱공산 꾀꼬리는 꾀꼬올.
앞산의 호랭이는 어흐응 …. ”

테두리 귀퉁이의 대나무 살대 부러진 소쿠리를 허리 옆구리에 차고서 밭으로 향하는
밭둑길을 걸으시며 부르시던 그 노래, 아니 불렀다기보다 날숨처럼 아무런 의식없이
그냥 흘러나왔을 그 흥얼거림의 노래, 저는 이제야 그 노래의 참된 흥을, 진짜로다가
그 참 뜻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곳 양평에서 시골 생활을 시작하면서 첫 번째로 맞은 지난 겨울은 정말로 혹독한
추위의 연속이었습니다. 걸핏하면 폭설이었습니다. 그런 시련의 겨울날들이 모다덜
물러가고, 세상에나 이렇듯 부드러운 햇살이, 저렇듯 간지러운 냇가 물살들의 합창이,
발아래 이렇게 말랑말랑한 흙의 감촉이 , 이렇게도 예쁜 노오란 산수유 꽃이 피어날
줄 어이 알았겠습니까?
오늘 아침 새벽 달리기는 정말로 축복이었습니다.
얇은 셔츠 한 벌, 그 위에 혹시 몰라 겹쳐 입었던 얇은 바람막이용 쟈킷 복장은
조금 달리다 금방 등 뒤의 땀을 느끼게했습니다. 그래서 둘둘 말아 허리춤에 차고서
룰루랄라 싱그런 남한강 새벽 강변 바람을 콧굼기에 양껏 집어넣었습니다.
아, 이래서 봄은 콧노래를 생산하나봅니다.
살갗을 스쳐지나가는 강변 바람이 정말로 상쾌합니다. 이른 이 시각에
부지런한 농부는 밭을 일구려고 말라비틀어진 지푸라기 잡풀을 모아 태우고 있습니다
그 연기가 앞 산 허리춤 위를 넘지 못하고 길게 산허리에 금을 그어놓았습니다.
지금은 봄이 여기까지만이라고 몽당 붓자루로 굵은 줄을 그어놓은 것 같습니다.
봄.
그리고 싱그러운 아침나절의 강변가 살랑 바람,
이제 마악 움트기 시작하는 세상 풋 것들의 쏘옥 올림 굿의 대합창 무대인 대지,
이 황홀한 대 자연에 나 자박자박 새벽 뜀질을 하노나니,
아, 봄은, 봄은 정녕 살아가는 모든 것들의 축복이 아닌가 합니다
그래서 우리 모친 그렇게 서툰 노래지만 이 대지에 감사했나봅니다
먹을 것, 입을 것 궁한 그 시절 모진 겨울이 다 갔음을 기뻐했나봅니다.
“ 봄이로구나아, 봄이로구나아, 딱공산 꾀꼬리는 꾀꼬올,
앞산의 호랭이는 어흐응… !!! “
춘포
박 복진
( faab 마라톤화 대표 )

저에게도 “이찌 니 산 시… “라고 일본말로 하나 둘 셋 넷 세는 법을 가르쳐주신 기억이 납니다.
어느 해 봄이던가, 제비집을 부쉈다고 넋이 빠지게 혼이 났던 생각도 나고.
그리고 뒤안 마늘밭 두렁에 군데군데 핀 샛빨간 양귀비꽃도 떠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