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직 시집, ‘붓으로 마음을 세우다’

전용직 시인의 시집 ‘붓으로 마음을 세우다’를 받아 읽었습니다. 우편으로 보내온 봉투에 주소와 수신인-발신인을 붓으로 썼는데, 책 제목도 제목이거니와, 처음에는 어떤 서예가의 문집인 줄 알았습니다. 봉투를 뜯고 책 갈피을 펴니 비로소 낯이 익은 시인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책 뒷면에 있는 전정구 교수의 짧은 평과 함께 복효근 시인이 쓴 해설과 시를 살펴봤습니다

사  진 1: 전용직 시인(시집 갈피에 있는 모습)

전용직 시인은 호병탁 시인 전정구 교수와 함께 우연치 않게 막걸리집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꽤 많은 얘기를 나눴던 것으로 기억이 됩니다만, 그 때 전시인이 서예에 조예가 깊은 줄은 전혀 눈치를 못챘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전시인이 그 만큼 과묵하다는 것을 느낍니다. 시인의 시는 시인의 글씨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시집에 동봉한 짧은 메모를 봐도 단정하고 깔끔한 인품과 내공을 알 수가 있을 것 같았습니다. 몇 번을 봐도 보통 글씨체가 아닙니다. 시인이 쓴 시도 놀랍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사  진 3:  전용직 시인의 친필

시인의 시는 ‘머리로 쓴 시가 아니라 체험에서 나온 시’였습니다. 일상생활에서 실제 경험하고 있는 바를 시로 표현하는 것은 참으로 어렵습니다. 우리들의 일상이란 어쩌면 대개 비슷하고, 그 평범한 가운데 내재하고 있는 기쁨과 아픔을 느끼는 것이 시인으로서 출발점이라면, 그것을 시라는 형식을 빌어 표현하는 것 또한 시인으로 타고난 자질뿐만 아니라 많은 적공을 필요로하는 지난의 과정입니다. 전 시인의 시를 읽으면서 시인이 느끼고 전달하고자했던 감정을 읽는 사람이 또 다시 느낄수 있다는 것은 시인의 시적 내공이 대단하다는 얘기가 됩니다.  시인의 시 한 편 보기로 합니다.

<붓으로 마음을 세우다>

붓을 꼿꼿이 들어

글씨를 썼다

마음을 세우라던 글씨공부

쟁기를 이겨야만 밭갈이 할 수 있다던

아버지 말씀 따라

꼿꼿이 세워보지만

보습이 얕아 밭갈이 서툰지

내 글씨는 비틀거린다

해질녘

귀갓길 소처럼

워낭소리 요란한데

붓의 주인 되지 못한 나는

낡은 쇠줄 붙잡혀

끌려가는 어설픈 서생이다.

붓글씨는 붓을 꼿꼿이 세워서 써야 된다고 합니다. 서예는 붓끝이 가는 곳을 알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시인은 어떤 일이든, ‘붓을 세워야 한다는 얘기’와  평소 ‘아버님의 말씀’을 잊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심리적으로 잘 쓴 글씨처럼 바르게 살아야 된다는 의식이 곳곳에 깔려 있는 것입니다. 그야말로 수도사적인 삶의 모습이 그대로 엿보입니다.

시인의 아호가 참 어렵습니다.  계우(계우  qie niu)인데, 계가 어려운 글자였습니다.

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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