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의민주주의의 비극은 내가 뽑은 정치가가 내 뜻과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제도가 그렇고 인간이라는 속성이 그러니 내 뜻과 다르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아프리카나 남미 후진국들의 통치행태를 보면, 어떻게 저러나 싶었지 만, 그 나라들도 나름대로 선거를 통하여 정치가들을 뽑았다고 하지 않는가. 국민들이 지도자를 뽑았지만, 그 지도자가 국민의 뜻을 헤아려서 정치를 한다는 보장은 애초부터 없는 것이 대의민주주의의 비극이라면 비극인 셈이다. 그렇다고 국민의 수준은 높은데 정치가들의 수준만 낮다라고 볼 수도 없다. 그런 수준의 지도자를 뽑은 그 국민들도 같은 수준이라고 얘기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새해들어서도 우리나라의 정치판은 조용할 것 같지가 않다. 세월호 사건도 이제 겨우 특위가 구성되었을 뿐이니 앞으로 어떻게 논쟁이 전개될 것인지 산너머 첩첩 산이요, 청와대 문서 누출 사건도 이대로 마무리가 될 것 같지가 않다. 교체한다던 국무총리를 임시로 그대로 둔지도 일 년이 가까이 되는대도 청와대에서는 별 말이 없다.
사람은 그 사람이 가까이하고 있는 친구들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우리가 박근혜 대통령을 이해하려면 청와대 비서진들과 정부의 장차관들의 면모를 볼 수 밖에 없다. 국민들이 바꾸는 것이 좋겠다고 아무리 건의해도 대통령이 필요한 사람들이라면 바꾸지 않을 것이다. 지금 있는 사람들을 보면 박근혜 대통령을 이해할 수 있다는 근거가 바로 거기에 있다.
김기춘 비서실장은 김영삼 대통령 선거운동 당시에 ‘부산 초원복집사건’으로 유명하다. ‘우리가 남이가?’라고 지역 감정을 노골적으로 부추긴 인물이다. 또 노무현 대통령 탄핵발의시에는 국회 법사위원장으로 탄핵에 앞장을 섰었다. 한 마디로 국민화합과는 동떨어져도 한참 동떨어진 사람이다. 과연 박근혜정부 들어서서 지역감정 운운은 얘기꺼리도 못되게 방치해 버렸다.
“왜 박근혜 정부에는 경상도 출신이 그렇게 많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 걸작이었다. “능력 위주로 뽑다보니 우연히 그렇게 됐다.”는 것이었다. 오죽하면 여당출신 그 당시 강창희국회의장도 “군사 독재 시절에도 그렇게는 않했다.”라고 했겠는가.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후, 북방정책, 즉 남북관계도 여전히 교착상태에 있다. 우리정부의 주장은 한 마디로 “북한이 핵을 폐기한다면 북한을 지원하겠다”라 것인데, 북한이 먼저 핵을 폐기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북한의 핵을 중국이나 미국의 힘을 빌려서 물리적으로 제거하기 전까지는 북한에서 자진해서 폐기할 가능성은 없을 것이고, 6자 회담도 북한에 대한 정치적 압박 외에는 별 의미가 없어져버린 상황이다. 북한은 핵을 보유한채 대화를 하고자 한다. 2015년 신년사에서 북한 김정은위원장은 “정상회담, 못 할 것 없다.”라고 밝힌 모양이다. 우리 정부는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고 않는데 태연하게 정상회담을 받아드리기도 어려운 형편일 것이다.
우리나라가 어쩌나 이렇게 되었는지 답답할 뿐이다. 우리들이 뽑은 지도자들인데, 우리들 자신을 자책할 수 밖에 없다. 그 나라 대통령의 수준이 곧 그 나라 국민들의 수준이다. 국민들의 수준은 높은데 수준 낮은 대통령이 뽑혔다는 것은 있을 수 없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있을 수 없다. 민주주의는 국민들이 눈을 부릅뜨고 정치가들을 지켜봐야 한다.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 누가 말과 행동이 다른지 지켜보고 꼭 기억해야 한다. 거짓말쟁이가 자기가 거짓말 한다고 밝히는 사람은 없다. 정치가들도 마찬가지다. 잊지말고 다음 선거때까지 꼭 기억하자. 그것이 민주주의를 지키는 유일하고도 가장 좋은 비결이기 때문이다.

잘 읽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합니다.
공감합니다. 그 대통령을 국민들이 좋다고 뽑았으니, 어쩝니까? 선택의 순간은 잠깐이지만 그 후유증은 5년씩이나 되니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