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불가사의한 형님 예산 ‘1조원’

세상엔 불가사의(不可思議)한 일이 많다. 그저 어안이 벙벙해질 때가 적지 않다. 그래서 고요히 나만의 세계에 빠져있거나 잠깐 한눈을 팔고 있으면 세상은 나와 한 없이 먼 거리를 떨어뜨려 놓는다. 하여 나만 먹통인가 하는 낭패감에 휩싸이게 된다.

무엇보다 어떤 재주 좋은 이들은 눈 깜작할 새 어마어마한 과업을 후닥닥 해치운다. 짧은 소견으로는 감히 헤아리기조차 힘든, 상상을 뛰어 넘는 수퍼맨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이상득 국회의원이 세인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형으로 잘 알려진 바로 그이다. 그의 돈 챙기는 실력은 가히 초인적이다. 이명박 정부 이후 3년 동안 무려 1조원이 넘는 예산을 당겼기 때문이다. 2009년 4370억원, 2010년 4359억원, 내년 예산 1790억원이니 물경 1조하고도 519억원이다. 딱 벌어진 입을 다물기 어렵다. 말이 1조원이지 웬만한 수리 감각을 갖지 못한 이들은 개념을 잡기도 어려운 숫자다. 아무리 수의 개념이 확장되고 컴퓨터로 연산한다고 해도 1조라는 단위는 만만한 수가 결코 아니다.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수의 범위에 든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한 국회의원이 이다지 엄청난 규모의 예산을 눈 하나 깜작 않고 따먹는다는 것은 바로 불가사의 그 자체다. 설사 뭔가 신통방통한 재주를 지녔다고 해도 이게 예삿일은 아니다.

도대체 예산이란 돈 주머니가 어떻게 생겼기에 그처럼 천양지차인가. 어떤 이는 열린 창고마냥 그냥 쓸어 담으면 되고 어떤 이는 애면글면 속을 태워도 몇 푼 건지기 힘든 것이 에산이다. 참으로 극과 극이다.

불가사의란 사전대로라면 ‘사람의 생각으로는 도저히 미루어 알 수가 없이 이상야릇함’을 나타낸다. 그러나 본디 불교의 영향을 입은 말로 화엄경에는 무한에 가까운 시간이나 공간을 뜻한다. 수학적으로는 10을 64번 곱한 크기다. 너무나 큰 수라서 상상하기 힘듦으로 이처럼 표현한다.

어쨌거나 이쯤 되면 이상득의원이 챙긴 예산은 이른바 ‘형님 예산’이라는 별도의 칭호가 필요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본인이 아니라고 한들 이다지 눈에 띄는 활약상을 평범히 취급할 수는 없겠기에 그렇다. 무엇보다 이의원의 능력도 있었겠지만 알게 모르게 이대통령의 형이라는 위세가 작용하지 않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만약 그렇다면 예산확보는 ‘따먹는 놈이 장땡이고 못 먹는 이가 칠푼이’일 수밖에 없다. 하여간 ‘어리석은 모사(謀士)’가 ‘현명한 바보’를 쥐락펴락하는 것만은 분명하다.

하기는 워낙 정신없이 돌아가는 세상인 만큼 뻔할 뻔자인 형님 대접을 놓고 그다지 넋을 빠트릴 일은 아닐 수도 있겠다. 그래도 이건 영 아니지 싶다. 괜한 분풀이 심사는 아니건만 ‘형님’의 활약이 어쩐지 입맛을 쓰게 한다. <이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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