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색 고구마의 힘

자색 고구마의 힘

안녕하십니까
춘포
박 복진 입니다

우리 둘은 서울 집에서 아침 7 시가 되기도 전에 차를 발진시키어
남한강을 따라 양평 시골집을 향해 차를 몰았습니다. 아내는 옆 자리에서 재잘재잘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동네 누구 아줌마 아들 장가 보내는 데 며느리 혼수감이 어떻고,
이바지가 어떻고, 등 등, 나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화자가 청자로부터 자기 말을 듣고 있는건지 안 듣고 있는건지 의심이 안 갈 정도로만
중간 중간 눈치껏, 성의껏 대꾸를 해 주었습니다.
딸 시집 보내는데 친정 어머니가 식장에서 젊게 보이려고 얼굴에 보톡스를
맞는다든가, 한 달 계약으로 피부 관리를 받는다든가 하는 이야기는 정말로 너무 한심해서 듣고싶지 않은 이야기이거던요 그런 나의 무성의를 아내는 알아챘습니다
이야기가 조금 진행되다가 이쯤이면 내가 한 마디 반문을 해야할 것 같은
순간이 되어 내가 한마디 말을 거드는 의미의 반문을 했는데 아뿔싸 !
지금까지 진행되어온 화제와 동떨어진 엉뚱한 질문이었던 것입니다

” 당신 지금 내 이야기 듣고 아야기하는 거야? ”

” …….  ”

왜 여자들은 쉴 사이없이 재잘거리는 것인가?
조금 가만이 앉아서 차창 밖으로 지나가는 남한강의 그림을 감상하면
안 되는 것인가?? 이런 생각이 들었지만 이 또한 눈치채면 안되겠기에
열심히 운전이나 집중하자 ! 라고 내 자신에게 말을하고
또 그것을 실천에 옮겼습니다 드디어 차가 양평의 우리 집, 쏘나티네에 도착했습니다
나는 분위기 쇄신을 위해 조금은 과장해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내가 어제 당신 주려고 빨아놨다 강조하며 아내의 면 장갑을 찾아주고,
다용도실 창고에 가서 호미도 찾아다주고
울트라 마라톤 할 때 쓰는 햇볕 가리개 용 면 두건도 갖다주고
그리고 마당 앞의 텃밭으로 나가 내가 앞서서  고구마 줄기를
걷어내어 아내가 고구마를 캐기  좋게 해 주었습니다

드디어 아내의 첫 호미질에서 고구마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대구에서 살다 시집 온 도시 처녀 아내는 곧 감동의 함성을 질러대기
시작했습니다.

” 우아 !  이 고구마 좀 봐,  우,,,, 와,  신기하다..어떻게 그게 이렇게
땅속에 들어있다냐?  와, 정말 신기하다.  색깔 좀 봐.. 어떻게
이렇게 곱냐???  …  ”

그리고 그 감동이 혼자서는 참기 어려운듯 서울에 계시는 장모에게, 자기 엄마에게,
즉각 손전화를 때리는 것이었습니다.

” 엄마, 뭐 해 ?  우리 지금 고구마 캐쟎아,  이것 봐
자색 고구마야, 자색..  주렁주렁 해…. 파면 막 나와 !!!!   ”

네, 이게 왈 자색 고구마라는 것인가 보네요.  이 지방 고구마도 꽤 유명하다고
들었습니다.  해서 지난 늦은 봄, 아내랑 양평장에 가서 고구마순을 사와 땅속에
묻어 심은 게 오늘 이런 결실을 보게 된 것입니다.

저는 기실,  자연의 신비를 직접 실감있게 깨닫지는 못하고 살았습니다.   무역
한답시고 30 여 년 동안 오대양 육대주를 쏘다니다보니 농산물이라던가, 나무라던가,
꽃이라던가 하는 것들은 항상 저하고는 거리가 있어왔거던요.
그런 제가 우찌우찌해서 이렇게 시골 생활을 하다보니 모든 게 신기하고 정말이지
조물주에게 진심으로 경외감이 생기었습니다.

조금전 아내 꾸중으로 야기된 우리 둘 사이의 서먹한 공기는 이제 씻은듯이 없어져
버렸습니다. 아, 자연은 이렇게 위대한 가 봅니다.  아내로 부터 제가 핀잔을 들은 게
집 떠나서 17, 8 km  지점, 나머지 30 여 km 를 달려오며 풀리지 않던 어색한 분위기
실타래가 한 번의 호미질로, 자색 고구마 몇 덩이로 해결되었습니다.

주말 늦은 밤, 자색 고구마 한 바구니를 차 뒤 트렁크에 싣고
다시 서울 집으로 향하는 귀경길의 고속도로,

아내는 모처럼의 흙일로 고단해서 코까지 골며 옆에서 잠에 빠졌습니다,
혼수니 이바지니 하는 나의 관심 밖 화제는 안들어줘도 되었습니다
밀물과도 같이 서울로 향하는 차량, 차량, 차량들의 불빛이 만들어내는
황홀한 야경을 조용히 감상하며 운전대를 잡은 손가락으로 탁 ! 탁 ! 작은 흥으로
장단도 만들어보았습니다

자연은 위대합니다
오늘 우리가 캔 자색 고구마의 힘은 정말로 큰가봅니다

춘포
박 복진
( faab 마라톤화 대표 )

This Post Has 2 Comments

  1. zahng

    자색 고구마의 자태가 아름답습니다. 오븐에 구어먹기 좋은 크기입니다. 고구마나 감자를 굽은 두꺼운 철판으로 된 오븐이 따로 있습니다. 물기 없이 까스레인지의 불을 약하게 하여 30분-40분 동안 굽습니다.

    저희 집은 호박 고구마를  네 상자 쯤 수확했습니다. 고구마는 캘 때 조그만 상처가 나도 그 부분에서 부터 썩기 시작합니다. 자색 고구마는 ‘맛’ 보다는 ‘색깔’이 좋답니다. 갈아서 각종 음식의 색깔을 내는데 쓴다고 합니다.

  2. 고마우신 정보 감사합니다.  내일이 양평 장날이니 한 번 나가서 굽기용 솥을

    찾아봐야겠습니다.  가마솥도 하나 장만해서 마당 한 켠에 설치해야하는 데

    일이 만만치 않을 것 같아 손재주 좋은 동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춘포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