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럼> 저 산 너머 또 저 구름 밖



 

기억은 참 묘한 것입니다. 사람들의 기억도 그렇지만 식물들이 더 묘합니다. 나무들이 꽃을 피우고 향기를 기억하는 것은 사람들의 것과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우리들은 좋은 일이나 궂은일이나 너무 쉬이 잊어버리지 않습니까. 오죽하면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다라고 했겠습니까. 꽃과 나무들을 보십시오. 몇 년을 지나도 꽃과 향기를 고스라니 간직하여 피고 집니다. 사람이 지난 일을 잘 잊는 것은 진화가 그 쪽으로 진행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지금 저희 집은 꽃향기 속에 있습니다. 9월부터 그랬었는데 11월말까지 이어집니다. 가을 내내 꽃향기 속에 묻혀서 지냅니다. ‘목서라는 나무 덕분입니다. 9월 금목서 부터 시작하여 10월에 은목서, 11월에 구골목서가 차례로 핍니다. 산기슭에 있는 동네인데, 아침이나 저녁이면 향기가 골목으로 떠돌아다닙니다. 전북도청이 구골목서 울타리인데, 요즘 꽃향기가 진동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봄부터 온갖 꽃들이 다투어 폈습니다. 모란은 참 허무한 꽃입니다. 기다리는 재미에 비해서 너무 쉽게 집니다.

 

우리가 어떤 것인가를 즐기려면 반드시 그 만큼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맛있는 커피 한 잔을 마시려고 별 짓을 다하기도 합니다. 딸아이가, ‘루악이라던가, 무슨 커피를 사왔었는데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떤 악기를 연주하는 것도 그렇고, 낚시나 골프, 등산, 바둑,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것이 없습니다. 취미가 없다느니, 적성이 맞지 않는다느니 하지만, 다 핑계라고 생각 됩니다. 어떤 일이나 마음을 일으키기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당장 필요하지 않은 일이면 더욱 그렇습니다. 아이들에게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얘기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어쩌다보니 물가에 끌려온 말들이라고 생각해보십시오. “공부를 열심히 해야 좋은 직장에 취직을 한다. 공부를 열심히 해라맞는 말입니까? “학교에서는 취업할 수 있도록 교육해라. 취업률이 그 학교의 수준이다맞습니까?

 

나의 고향은/ 저 산 너머 또 저 구름 밖/ 아라사의 소문이 자조 들리는 곳/ 나는 문득/ 가로수 스치는 저녁바람 소리 속에서/ 여엄염 송아지 부르는 소리를 듣고 멈춰 선다.” (김기림 향수전문)

그렇습니다. 그리움이 있어야 합니다. 시인이 먼 고향을 그리워하듯이, 문득, 아무 때나 보고 싶어야 합니다. 목서 얘기를 다시 드리겠습니다. 10년도 훨씬 넘었습니다. 교수님 몇 분과 고창 김정회 선생님 고택에 들린 적이 있습니다. 11월인데도 날씨가 추워지더니 싸락눈이 내렸습니다. 안채 뜰에 조그만 흰 꽃이 만발한 사철나무가 있었는데 향기가 진동했습니다. 그때 목서라는 나무를 처음 알았습니다. 알고 보니, 그렇게 좋은 것이 곳곳에 있었습니다. 진동규 시인도, “신흥학교에도 큰 거 있어. 그거 꽃 피면 장관이지. 향기가 그 일대에 가득 차고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제가 목서를 가까이 두고 즐기게 되었습니다.

 

얘기를 가르쳐야 합니다. 얘기 속에 진실을 담고, 잊혀 지지 않는 그리움을 심어줘야 합니다. 수학을 가르치지 않고, 수학이 담긴 얘기를 들려줘야 합니다. 가끔 미당 서정주의 시를 찾아 읽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책은 손을 뻗치면 닿는 곳에 둡니다. 학교든 집에든 어떤 시가 그리우면 바로 찾아봅니다. 언젠가 미당의 시에 반한 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순간이 있어야 합니다. 모차르트 음악이 왜 아름답다고 하는지 궁금해야 합니다. 직접 몇 번 들어봐야 합니다. 그 정도의 노력도 없이 되는 일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렇게 하면서 각자 직업을 찾아야 합니다. 보람된 삶이란 무엇인가 깨닫게 해주는 것입니다. 대학에서는 큰 것을 가르쳐야 합니다. 본인의 소명과 가치를 깨달아 그것을 실현하게 도와줘야 하는 것이지요.

 

사람을 만물의 영장이라고 합니다. 만물의 척도라고도 합니다. 진화의 덕분이지요. 육체적으로는 연약하지만, 문화와 학문과 예술을 전승하여 정신이 고귀하도록 진화를 한 것입니다. 우리 인간들의 교육 기간은 거의 20년 가까이 됩니다. 다른 동물들에 비해서 엄청나게 깁니다. 그렇게 교육 기간이 길어도 현재의 문명을 유지하기는 벅찹니다. 마음속에 그리움을 가지고 학문과 예술을 즐기지 않으면 문명은 점점 쇠퇴할 것입니다. 우리가 모두 학자나 예술가가 아니더라도 좋습니다. 즐기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식물학자가 아니더라도 꽃은 사랑할 수 있으니까요.

 

무서운 세상입니다. 사슴을 보고 말이라고 우깁니다. 말하는 사람도 사슴인지 말인지 압니다. 우리 편이 누구인지를 알기위해서 일부러 하는 짓이라고 밖에 이해가 안 됩니다. 나에게 끝까지 충성을 바칠 사람이 누구인지를 골라보자는 수작입니다. 사슴을 말이라고 머리를 조아리는 사람들도 알 것입니다. 속으로 그 자신들이 얼마나 창피하고 부끄럽겠습니까. 아베 총리를 보십시오. 일본 국민 전체를 부끄러움을 모르는 염치없는 사람들로 만들지 않았습니까. 정신이 황폐하고 마음에 아득함에 대한 그리움이 없기 때문입니다. 참으로 측은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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