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주를 쑤어서 메달았습니다.

삼월이면 장을 담아야 합니다.  저의 집은 장을 담은 지 꽤 오래 됐습니다. 어머님이 편찮으신 이후 집사람이 한 두 번, 동네분들의 도움으로, 장을 담았는데, 맛이 신통치 않았습니다. 그 동안 간장은 양조간장을 그런대로 사먹었지만, 된장맛이 영 나지를 않았습니다.

작년 가을에 집사람이 동네 어떤 분께 콩 한 말을 사면서 메주를 띄워달라고 부탁을 했답니다. 얼마 전, 메주를 가져왔는데, 메주가 덜 띄워진 상태였습니다. 그대로 장을 담그면 맛이 없을 것 같아서 더 띄워서 장을 담그기로 했습니다.

사 진 1: 메주와 볏단, 그리고 벌써 복수초가 피었습니다.

메주를 처마 밑에 메달아서 띄우려면 우선 볏짚을 구해야 합니다. 볏짚에 메주를 발효시키는 미생물이 있기 때문입니다. 요즘 시골에서도 볏짚을 구하기가 힘듭니다. 가축 사료로 모두 걷어서 팔기 때문입니다. 우리 동네에 살림을 알뜰하게 잘하는 분의 집에 좋은 볏짚이 있었습니다. 비를 안맞게 비닐로 덮어서 볏짚의 상태가 좋았습니다.

사 진 2: 새끼를 꼬면서 짚이 틈실해서 농사를 잘 지으셨음을 알았습니다.

오랫만에 새끼를 꼬았습니다. 언제 제가 세끼를 꼬아 봤던가, 기억이 나지를 않습니다. 어린 시절 고향에서 몇 번 꼬아 봤던 것 같습니다. 저의 고향은 만경 강변에 있는 전북 익산군 춘포면 용연리 라는 곳입니다. 들판이 질퍽하게 넓었습니다. 저녁이면 일꾼들이 짚단을 물에 축이고 지푸라기의 맨 밑 겉대를 벗겨서 새끼를 꼴 준비를 했습니다. 시골에서는 새끼줄이 많이 필요했습니다. 짚으로 지붕을 이고, 울타리도 새끼줄이 있어야 둘러칠 수 있고, 나락 가마니도 새끼줄로 짜고, 가마니도 묶었습니다. 저도 메주를 메달기 위해서 옛 기억을 더듬으며, 새끼를 꼬아본 것입니다.

사 진 3 : 메주 잘 뜨라고 사이사이 짚을 구겨 넣었습니다. 뒤에 작년에 비가 와서 실패했던 곶감이, 1800개 넘게 깎았었는데, 그대로 걸려 있습니다.

메주를 집에 있는 정자에 메달았습니다. 정자 이름은 ‘향선정(香禪亭)’ 입니다. 집에 여러 종류의 목서랄지, 모란이랄지, 향기가 좋은 꽃 나무를 심었고, 그 향기를 맡으며 깨닮음을 얻겠다 라는 뜻으로 붙인 이름입니다. 메주를 정자에 메달고 보니 그 뜻이 새롭게 새겨집니다. 제가 내일 모레 정년 퇴직을 하게 됐습니다. 드디어 따뜻한 양지쪽에 앉아서 새끼를 꼬고, 정자에서 메주 냄세를 맡으며 깨달음을 얻을 때가 왔음을 느끼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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