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가까이 오고 있음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습니다. 어디쯤 오고 있을까, 봄이 오고있을 길목을 찾아가봤습니다. 봄이 어디까지 오는지, 봄마중을 간 것입니다.

봄 마중이라고, 가까이 갈 데가 어디 있습니까, 고산 대아리 수목원에 갔습니다. 매화는 과연, 매화였습니다. 요즘 갑작스런 추위에, 비록 온실속이었지만, 동백은 피다가 까무러졌는데, 매화는 활짝 피어 반기고 있었습니다.

홍매가 이뻤습니다. 청매는 탐스러웠습니다. 이쁜다는 것이 좋습니까, 탐스럽다는 것이 좋습니까. 매화는 멀리서 보면 ‘꽃’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향기’입니다. 옛 사람들은 매화 구경은 달이 뜬 저녁 무렵에 가라고 했습니다. 그것은 남의 집 매화 구경 얘기입니다. 이른 새벽 안개속에 핀 매화꽃을 못 본 사람의 얘기 같습니다.

극락이 어떻지는 모르지만, ”극락조’라는 새는 있는 것 같습니다. 꽃 모양이 어떤 새의 머리 모습인데, 그것이 ‘극락조’라고 하니까, 그런 새가 실제로 있는 것 같다는 생각듭니다. 새의 머리 모습을 보면 극락은 확실히 좋은 곳인 모양입니다. 세상에 어떤 새가 그런 머리 모습을 하겠습니까. 어떤 귀신이 있어서 치장해준 것 같습니다. 귀신이 치장을 해줬다면, 곧 극락도 있다는 뜻 아닙니까.

호접란 비슷한데, 그런 종류 같습니다. 송나라가 망하고, 화가들은 뿌리가 뽑힌 난을 그렸습니다. 동물이나 식물이나, 뿌리가 드러나면 어떻게 삽니까. 안개속에 떠도는 물기를 흡수하며 살겠지요. ‘정한 모래틈에 뿌리를 서려두고, 미진도 가까이 않고, 우로받아 사느니라’ 가람 선생님의 ‘란초’라는 시조의 한 구절입니다. 공중에 뜬 뿌리를 보면서, 서양란도 정결하기로 말하면, 동양란 못지 않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뿌리는 통채로 왜 들었냐구요? 아프리카, 아마존, 열대우림이 송나라처럼 되었다는 것이 겠지요.

동물과 식물은 생물체라는 점에서 몇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른 새벽에 향기가 가장 짙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동서양 공통입니다. 봄 마중 나갔다가 집에 돌아오니 거실에 히야신스 향기가 가득했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그 향기를 뿝는 모습을 사진으로 담으려고 했습니다. 아침 햇살이 비칠수록, 잠간씩 돌아보면, 그 모습이 더 아름다워졌습니다. 그 때마다 몇 장의 사진을 더 찍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봄 마중을 한다고 밖에 다녀왔더니, 저보다 봄이 먼저, 저희 집 거실까지 찾아와 있었습니다. 제가 설치기만 했지, 정작 봄이 온다는 기별은 늦게 눈치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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