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통신> 이 얼치기 농사꾼
나는 태생이 시골이라고는 하나
가진 논마지기 없어 논일도 해 본 적이 없고
부친의 가세가 워낙 빈곤하여 손바닥만한 밭뙈기 하나 소유한 게 없어
밭일 또한 해보지 않았다.
나는 그렇게 나의 유소년 시절을 보냈다
그러나 낳고 자란 곳이 시골인지라
시골의 모든 풍속들은 방문만 열고 나가면
내 두 눈속에 스멀스멀 그득 그득 기어들어왔다
그래서인가?
고향떠나 오대양 육대주를 넘나들며 외화벌이 하면서 나는 생각하길,
한 푼 두 푼 모으고 모아
나이들어서는 시골 생활을 하리라 꿈꾸어왔다.
그리고 나는 그 자그마한 꿈을 실현하는 중이다
마당 옆 작은 텃밭에 배추 모종을 해서 이제 이것들이 제법 굵어간다
얼추 귀동냥으로 들은 이야기로, 배추는 속이 꽉 차게 둥치를
묶어주어야한다고 했다
동네 노인네 한 분이
( 그래봤자 나하고 나이 차가 그리 많이 안 난다 )
양평 읍네에 가서 끈을 사다가 묶어주라고한다
그러나 내 고향의 유소년 시절에 얼핏 본 기억이 맞다면,
내 고향분들은 타작이 끝난 지푸라기로 대충 묶어준 것 같았다
플라스틱 노끈 보다는 이게 훨씬 더 환경 친화적이기도하고…
그래서 시장의 노끈 사는 것을 취하하고
앞 마당의 논에 널부러져있는 지푸라기로
두 두렁 배추를 묶어보았다
묶어보니 멋있었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그것도 일이라고, 한 두렁 시작한지 십분도 안되어
꾀가 생기기 시작했지만, 울트라 마라톤 정신으로 끈질기게
다 마무리했다
나는 혼자 흡족해 했다
나는 이렇게 위대하다
나에게는 이렇게 희미한 기억을 되살리어 내 손 끝에 재현시키는
재주가 있나보다. 화석에 묻힌 수 억년 전 공룡의 정자 인자를 추출,
이것으로 난자와 교합시키어 공룡 새끼를 탄생 시키는 과학자 처럼…
나는 나의 유소년 시절 기억으로
지푸라기를 이용, 배추 두 두렁어치를 다 묶었다.
이것은 내 생각으로, 정말이지 엄청난 사건이다
나는 커피를 한 잔 타서 들고 마시며
데크에서 이것들을 바라본다
석양이 조용히 진다
오늘 이 얼치기 농사꾼이 해낸 무시무시한 업적에 놀라
가만 가만 뒷걸음치며
해가 서산으로 진다
춘포
박 복진


얼치기라니요. 어떤 도저한 경지에 다다르신 것 같습니다.
글에서는 푸근한 흙내음이 나는 군요. 분명 배추포기는 지푸라기로 사진에서처럼 묶었던 것으로 선명한 기억이 납니다.
더구나 울트라 정신에는 깊은 존경의 마음을 보냅니다. <화산>
시골에 들어온지가 21년째이지만, 한 번도 김장을 담글 만큼 배추농사는 잘 짓지 못했습니다. 배추가 어지간히 잘 되지 않으면, 비싼 양념값을 들여서 김치를 담글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저의 집 김장 규모는 평균, 배추 60포기, 무김치 3다발, 동치미, 섞박지(무와 배추를 썰어서 함께 섞어 담은 김치) 약간 정도입니다.
금년에도 배추 모종을 50포기쯤 처서(9월 20일경)무렵에 사다 심었는데, 참 어중간한 상태입니다. 시래기로 삶아서 먹기는 크고, 김장하기는 속이 않찼습니다. 금년에는 별도로 소금에 절여서 김치 찌개용으로 쓸까 합니다. 배추는 ‘요소비료’를 줘야 줄기가 연하고 속이 꽉 찬다고 합니다. 첫 배추농사가 사진을 보니 잘 되었습니다. 양념을 골고루 넣고 김치를 잘 담아서 내년 가을까지 맛있게 드시기 바랍니다.
을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