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무엇에 “완전히 매혹 당했다.” “최상의 감정을 느꼈다.”라는 것은 신비로운 일입니다. 오르가즘은 아무나 경험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1900년대 초까지 오늘날과 같은 전자장치 없이 음악을 있는 그대로 듣고 즐겼습니다. 그 시대의 음악은, 예를 들면, ‘조미료를 치지 않은 음식’과 같았을 것입니다. 그 시절에 작곡자이자, 명 바이올린이스트였던 헨맄 비에냐프스키(1835-1880)가 그가 작곡한 ‘전설(Legende)’을 예순이 넘어서 연주하는 것을 들은 사람(H. R. Haweis)의 얘기가 있습니다. “나는 그토록 괴이한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다. 어둠속에 들려오는 귀신들의 소리, 저주 받은 영혼들의 울음소리, 그 소리를 듣고 있자니 귀신들이 정말 나타날 것 같았다.”라고 했습니다. 그는 그 뒤에도, 파블로 사라사테를 포함해서, 수많은 바이올린이스트들의 연주를 직접 들었지만 그와 같은 감동은 느낄 수가 없었답니다.
오늘날의 바이올린은 더 이상 손 볼 곳이 없는 하나의 최종 완성품입니다. 지난 300년 넘게 바이올린을 개량하려는 수많은 시도가 있었지만 구조적으로 지금보다 더 이상 잘 만들 수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바이올린은 이탈리아에서 1700년을 전 후로 아마티, 스트라디바리, 구아르네리 등, 오늘날 우리가 흉내낼 수 없는, 많은 명기들이 제작되었습니다. 지금은 그 당시보다 운송수단이 더 발달하여 더 좋은 목재를 쉽게 구입할 수가 있습니다. 제작 도구도 마찬가지로 더 다양하고 편리한 것들이 생겼습니다. 지금 우리가 옛 명기들을 흉내 낼 수가 없는 것은 결국 그 당시에 사용되었던 도료 때문이라고 합니다. 바이올린 제작에서 중요한 것은 첫째가 도료(varnish)이고 둘째는 구조와 모양(construction and dimension), 셋째 재료(material)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바이올린을 만드는 나무는 다양합니다. 앞판은 부드러운 침엽수를 쓰고, 뒤판은 단단한 활엽수를 씁니다. 이탈리아의 크레모나에 있는 바이올린 제작자들은 주로 베네치아에 가서 목재를 구입했습니다. 베네치아에는 선박을 건조하기 위해서, 알프스는 물론이고, 크로아티아, 터키 등, 지중해 연안의 유럽 각 지역에서 목재가 들어 왔습니다. 크레모나의 전설적인 제작자들은 바이올린의 앞판은 알프스에서 나오는 가문비나무를 쓰고, 뒤판은 무늬가 좋은 단풍나무를 골라서 썼습니다. 거의 모든 나무는 오래 되면, 조직에 ‘뒤틀림(curl)’이 생깁니다. 바이올린의 뒤판의 무늬는 뒤틀린 단풍나무를 어떻게 자르느냐에 따라서 결정됩니다. 단풍나무는 선박의 ‘노’를 제작하는데 주로 쓰였습니다. 그 당시 베네치아와 적대관계에 있던 터키는 일부러 노를 만들면 잘 부러지는, 뒤틀림이 많은, 단풍나무를 골라서 수출했다는 추측성 설도 있습니다.
오래 된 것들이 꼭 좋은 것은 아니지만, 오래 된 것들 가운데에도 좋은 것들이 꽤 있습니다. 이 세상의 그 어떤 것이든, 처음부터 대부분 그저 그런 ‘태작’과 함께 아주 잘 만든 ‘명품’이 약간씩 만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바이올린은 그 구조를 봐도 천재의 숨결이 느껴집니다. 우선 좌우 대칭입니다. 목재가 휘는 것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서 통나무를 ‘빗살 썰기’로 재단한 결과입니다. 바이올린은 인체와 교묘하게 닮았습니다. 외양은 좌우 대칭이지만, 내부는 그렇지 않습니다. 바이올린의 내부는 앞판에 척추가 퇴화한 듯한 ‘베이스 바’가 붙어있습니다. 사람의 배꼽이 약간 왼쪽으로 옮겨진 것과 같은 위치에 ‘사운드 포스트’라는 기둥이 있습니다. 활이 바짝 긴장된 현을 긋고 지나가면 배꼽과 척추를 통해서 온 몸이 떨립니다. 신체의 어디서부터 시작된 자극이 온 몸으로 우는 것입니다. 영혼을 울리는 소리는 온몸에서 나옵니다.
“좋은 바이올린 갖고 계시겠네요. 어떤 바이올린이 좋습니까?”라고 묻는 사람이 있습니다. “몇 대 있기는 하지만, 제가 무슨 재주로 좋은 바이올린을 갖고 있겠습니까. 바이올린에 관한 책은 몇 권 봤지요.”라고 대답을 합니다. 바이올린은 연주자의 역량에 따라서 소리가 납니다. 능력 있는 전문 연주자가 켜면 그 바이올린이 얼마짜리인지 알아맞힐 수가 없습니다. 엉터리 바이올린이 아니면, 웬만한 바이올린에서도 기가 막히게 좋은 소리가 납니다. 전문 연주자는 바이올린을 켜보면 어느 정도 좋은 악기인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먼저 바이올린 모양을 봐도 반듯합니다. 각 현의 음질과 음량이 균일합니다. 연주자가 의도한 음량으로 쉽게 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소리만 좋다고 가격이 나가는 것도 아닙니다. 악기가 건강하고, 아주 고가품은 족보가 있어야 합니다. 명망 있는 전문가의 감정서도 있어야 합니다.
바흐의 무반주바이올린 파르티타 2번의 ‘샤콘느’는 최고의 명곡입니다. 바이올린 협주곡으로는 베토벤(1806년), 멘델스존(1822년), 차이코프스키(1878년), 브람스(1878년)이 유명합니다. 파가니니(1811년)의 초절기교적인 바이올린연주가 영향을 미쳐서, 멘델스존을 제외하고, 상당기간 음악적으로 순수하고 가치 있는 곡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 뒤 요셉 요하임(1831- 1907)이라는 천재 바이올린이스트가 나타나서 바이올린협주곡이 새롭게 주목을 받았었습니다. 요하임은 베토벤의 협주곡을 알리고, 차이코프스키와 브람스가 협주곡을 작곡하게 했습니다. 바이올린 곡도 최고봉은 역시 베토벤입니다. 제대로 들으면, 협주곡 2악장 ‘라르게토’에 매혹 당하지 않을 사람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빠르고 휘황한 것에, 현혹은 되지만, 치명적으로 매혹되지는 않습니다. 우리 삶도, 매혹을 당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렇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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