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감자가 나왔습니다. 감잣국이 생각났습니다. 그 당시 쪄먹는 감자와 국을 끓여 먹는 감자가 따로 있었는지 기억은 없습니다. 작은어머님께서는 감잣국을 자주 끓이셨습니다. 된장을 약간 푼 감잣국에 보리가 많이 섞인 밥이 어언 그리운 나이가 되었습니다. 모내기를 하던 풍경과 함께 논두렁에서 못밥을 먹던 생각도 납니다. 갈치는 싱싱하지 못해서 제대로 꼬리까지 달려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어쩠거나, 그 꽁댕이 없는 갈치에 햇감자를 넣고 졸인 찌개는 모내기철의 기본 식단이었습니다. 자잘한 햇감자 몇 개를 쪄봤습니다. 제가 사왔던 감자가 쪄 먹는 감자였던 모양입니다. 포실포실 맛있다고, 집사람이 잘 사왔다고, 거듭 칭찬을 했습니다. 옛날에 그런 감자는 국을 끓이면 풀어지고, 밥에 넣어도 찰기가 없다고 푸대접을 받았습니다. 푸대접 받던 물고구마도 맛있는 호박고구마로 육종 되고, 세상이 참 많이 좋아졌습니다.
코로나19 이후로 세계 경제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합니다. 물론 제일 염려가 되는 점은 코로나19가 다시 세계적으로 확산 되는 것입니다. 여러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초 중등 학생의 등교를 허락하는 등, 규제를 풀고 있지만, 백신이 개발 안 된 상태에서, 코로나19의 대규모 확산은 필연적이라고 합니다. 그것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각국의 대응이 각양각색인 점이 더 큰 문제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방역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강제적 통제도 할 수 있어야 할 세계보건기구(WHO)가 지금 어떤 상태입니까. 제가 과문한 탓인지 몰라도, 미국은 ‘영구 탈퇴를 할 수도 있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고 합니다. 대량확산(PANDEMIC)에 이어 수시확산(ENDEMIC)도 현실이 될 수 있겠다는 공포감마저 듭니다. 강대국의 정치가들이 자신들의 과오는 제쳐놓고, 자국중심의 이기적인 쇄국정책들을 펼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바둑 놓으실 줄 아십니까?” “장기 둘 줄 아시요?” “고누 눌 줄 아냐?”라는 말이 있습니다. 상대방의 품격에 따라 인사하는 방법이 달라진다는 우스갯말입니다. 바둑이나 장기, 고누가 각각 무슨 수준이 있겠습니까마는, 얘기가 그렇다는 것입니다. 소위 ‘유학’이라는 학문도 마찬가지랍니다. 공자님 이전에는 ‘쟁이’들만 있었다는 것입니다. 풍수지리라든지, 몇 가지 단편적 지식으로 이것저것 아는 체를 하는 사람들만 있었다는 뜻 같았습니다. 공자님이 나타나셔서 체계적이고 일관성 있게 유학의 수준과 품위를 높였다고 합니다. 비록 진시황이 폭군이지만, ‘분서갱유’같은 만행도 당시에 공자님 같은 훌륭한 분이 계셨다면, 설마 그렇게까지 잔인하게 했었겠느냐고 합니다. 요즘 정치판을 보면서 정치하는 사람들의 수준과 품위도 그렇습니다. ‘정치꾼’이 대부분이고, ‘정치인’도 드물고, 아예 ‘정치가’는 찾아보기도 힘들지 않습니까?
집안에 어려운 일이 있으면 어른들께 여쭙고 상의 말씀을 드립니다. 어른께서 어떻게 말씀을 하시든 집안 전체가 어려움을 함께 걱정하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지금 우리들이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실제로 경험하고 있는 것도 그런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는 잘 모르는 질병이기 때문에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을 수밖에 없고, 마스크를 착용하는 등, 정부의 시책에 호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지 않습니까. 세계 각국으로부터 우리나라가 코로나19에 대한 대처가 비교적 성공적이라는 것은 아마 문재인 대통령이, 전문가들을 앞세우고, 자신의 힘을 뺐던 결과라고 보입니다. 트럼프나 아베처럼, 감염 병에 대해서 알지도 못하면서, 정치적으로 설쳐대면, 국민들은, ‘각자도생’, 저들 멋대로 살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 세계는 ‘힘 있는 지도자’는 많지만, ‘품위 있는 지도자’는 갈수록 찾아보기가 어렵게 되고 있습니다.
“정치가에게 하늘은 국민이고, 국민들에게 하늘은 밥이다.”고 합니다. 어느 시대나 경제가 그 만큼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국민들에게 밥의 절실함이 어느 정도인지,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알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정치가들이 국민들의 절실함을 알아야 하늘같이 모실 텐데, 그런 것 같지가 않기 때문입니다. 정치를 한다는 사람들이 국민들이란 선거 때만 하늘과 같이 느껴지는 존재로 여기는 듯합니다. 밥이란 국민들이 평생을 두고 매일매일 걱정해야 되는 것 아닙니까. 정치꾼과 정치인 그리고 정치가는 그런 점에서 많은 차이가 나타납니다. 국회의원이 되려는 것 자체만을 사명감이라고 여기는 사람은 ‘정치꾼’입니다. 국민들의 밥에 대한 관심과 함께 품위를 갖췄다면 ‘정치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누가 ‘정치가’라는 소리를 들으려면 보다 높은 수준의 가치관에 입각한 사명감과 품격을 지녀야 할 것입니다.
TV에 음식 관련 프로들이 많아졌습니다. 음식 관련 프로를 볼 때마다 식자재가 다양해졌고, 생활수준도 높아졌음을 느끼곤 합니다. 예전처럼, ‘강된장에 호박잎 쌈’ 같은, 순박한 음식은 갈수록 찾아보기 어려워지고 있고, 그 맛을 아는 사람들도 별로 많지가 않은 것 같습니다. 꼭 경제적인 이유에서가 아니라, 식자재의 제 맛들을 살린 단순한 요리들을 즐겼으면 싶습니다. 재료의 값은 저렴하지만, 사실 제철의 나물류 반찬이 손이 많이 가고, 어떤 기름진 음식보다, 더 품위가 있고 좋습니다. 식생활은 삶의 중요한 한 부분입니다. 아무쪼록 가족들이 모이는 시간을 늘려서, 함께 나물도 다듬으며 얘기도 나누고, 소박하지만 지상에서 제일 품위 있는 밥상을 차려 봅시다. 정치를 한다는 사람들에게 당신들이 하늘이라고 여겨야 되는 사람들이 얼마나 소박하게 ‘밥과 국’을 밥상에 올려서 가족끼리 품위 있게 즐기는지 보여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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