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갈수록 어수선해지고 있습니다. 지난 4월, 코로나19라는 먹구름이 드리운 채 치러진, 국회의원총선에서 여당의 압승을 거둔 뒤, 잠시 조용해지나 싶었던 정치판이 다시 난장판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21대 국회는 의원들만 뽑아놓고 개원은 한 없이 미루기만 하다가, 1987년 개헌이후, 역대 최장이라는 45일 만에 겨우 문을 열었습니다. 국회가 문은 열었지만 어떻게 됐습니까. 여야가 법사위원장 자리를 놓고 있는 힘을 다 쏟으며 줄다리기를 하더니 결말은 또 엉뚱하게 나지 않았습니까? 저는, 제 1야당인 미래통합당이 “법사위원장 자리를 주지 않으면 모든 상임위원장 자리를 맡지 않겠다.”고 말했을 때, 그냥 엄포로만 알았습니다. 미래통합당이 정말로 ‘공성계(空城計)’로 나올지 몰랐다는 말씀입니다. 나관중이 쓴 ‘삼국지’를 읽어 본 사람들이라면 기억 할 것입니다. 제갈량도 ‘공성계’를 쓰면서 얼마나 떨고 간담이 써슬했었는지를!
‘서양의 르네상스가 언제부터 언제까지냐’ 라는 것이 논란이듯이, ‘삼국지의 재미는 어디부터 어디까지냐’ 라는 것도 얘기꺼리입니다. 삼국지는 ‘도원결의’부터 시작해서 제갈량이 죽으면서 재미가 끝난다고 합니다. 저는 ‘도원결의’부터 관운장이 죽기 전까지가 재미있었습니다. 유비 관우 장비 셋이 저들 나름대로 ‘한(漢)’의 정통성 어떻고 하면서, 의형제 맺고 강호를 누비는 장면이 좋습니다. ‘무후탄금(武候彈琴)’이라, 성문을 활짝 열고, 제갈공명이 성 위에서 악기를 타는 모습은 나이 지긋한 독자의 가슴을 시리고 아프게 합니다. 그 때 위나라의 10만 대군을 이끄는 사람은 ‘사마의(179 – 251)’입니다. 얘기가 묘해집니다. 상대가 지략가였기에 때문에 공성계가 통했었습니다. 우리 국회에서 원용되고 있는 듯한 ‘공성계’와는 꽤 다르지 않습니까? 김종인 위원장이 제갈량도 아닐 뿐 아니라, 이해찬 대표도 사마의가 아니잖습니까?
언론에 모처럼 낯선 용어가 떴습니다. 처음 들어보는 용어였습니다. 얼마 전 ‘내 노라’ 하는 두 검사끼리 몸싸움을 했다는데, 거기서 나온 말이었습니다. 인터넷을 이리저리 뒤졌습니다. ‘독직폭행(瀆職暴行)’, 한문용어였습니다. ‘직업을 더럽히는 폭행을 했다.’라는 뜻이었습니다. “전쟁이 끝나면 병기를 씻어서 농기구를 만들고, 전쟁이 시작되면 농기구를 벼려서 병기들을 만든다.”라는 말이 생각났습니다. 제가 어쩌다, ‘독직폭행’이라는, 전문법률용어까지 찾아보게 되었나 싶었습니다. 농사일을 그만두고 농기구로 병기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은 아니지만, 현 우리나라의 정치판이 사람들을 생업에만 전념할 수 있게 하지도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랫동안 독재체제를 거쳐 오면서, 공무집행이라며 수없이 이뤄졌던 폭력들이 기억나서, “왜 그런 법률용어가 있다는 것을 우리들은 몰랐었지?”라는 안타까운 질문을 해보기도 했습니다.
수도권 아파트 값이 터무니없이 많이 오른 모양입니다. 수도권 아파트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본래부터 투기 할 목적은 아니었지만, 갑자기 수십억 돈방석에 올라앉게 된 것입니다. 원래 아파트 값이 지금처럼 폭등하게 된 것은, 이명박 정부 말기 때, 아파트의 분양가격 상한제와 다 주택 보유 억제 법률들을 국회에서 풀면서 시작 되었다고 합니다.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그런 규제들을 풀면서 앞장선, 여야를 불문하고, 국회의원들 가운데에는 수도권에 아파트를 몇 채씩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아파트 가격을 안정시키려면 투기를 목적으로 여러 채를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정부에서 법률을 만들어 제도적으로, 불이익을 줘야겠는데, 집을 한 채만 갖고, 투기 목적 없이, 살고 있는 사람들을 어떻게 배려하느냐가 문제 같습니다. 집값이 오르면 세금은 더 내야하지만, 그런 경우 어떻게 차등을 둬야할지, 걱정이 됩니다.
국회에서 소위 ‘공성계(空城計)’ 비슷한 흉내를 내고 있는 것은 지극히 위험한 발상으로 보입니다. 야당은 정부–여당과 당론에 따라 사안을 봐서 협조도 하고 반대도 해야 할 것입니다. 상임위원장을 전혀 맡지 않는 것은 정부–여당이 모든 책임을 지라는 뜻으로 이해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제 1야당이 몫의 국회부의장은 왜 뽑지 않고 있습니까? 정부–여당에게 모든 책임을 지게 한다는 것과, 정부–여당이 독재를 휘두른다는 말은 전혀 다른 뜻 아닙니까? 얼마 전 해괴한 기사를 봤습니다. 박근혜 정부 때 국무총리를 2년간이나 맡았다는 사람 얘기입니다. 어떤 언론에 의하면, 그가 훌륭한 국가의 원로인데, 과연 그렇습니까?, 지금 국가가 무너지고 있으니 국민들이 일어나라는 취지의 나라 걱정을 했다는 것입니다. 그 말이 제게는 박근혜 대통령을 위해 촛불혁명이라도 일으켜 달라는 참으로 염치없는 얘기로 들렸습니다.
‘독직폭행(瀆職暴行)’은 ‘국가의 공정한 기능’을 위해서 범죄로 규정한 행위랍니다. 두 가지의 종류가 있는데, 권리행사를 방해했다는 ‘직권남용죄’가 있고, 수뢰와 증뢰를 합쳐서 표현하는 ‘회뢰죄’가 있답니다. 검찰 고위간부들 사이에 휴대폰 ‘유심칩’을 확보하고자 하는 과정에서, 언론에서 몸싸움이라고 했습니다만, ‘업치락뒤치락’ 했던 모양입니다. 법을 잘 아는 분들이라 양 쪽이 법적으로 시비를 가릴 것이라고 합니다. 국회에서 벌어진 장관후보자 인사청문회나 국정현안 질의응답을 보면, 질문도 답변도, 천박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언제부터 우리가 이렇게 공개석상에서 아무 꺼릴 것 없이 얘기를 하게 되었느냐는 점입니다. 그야 말로 옛날에는 끽 소리도 못하던 사람들이, 내란을 선동하는 듯 하는 발언을 포함해서, 별별 얘기들을 하는 것을 보면 가관들입니다. 국민들을 어떻게 보고들 그러는지, 한심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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