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인사를 어떻게 드려야 될까 망설였습니다. 우리말로 ‘삼가 새해를 축하한다.’라는 뜻의 ‘근하신년(謹賀新年)’이라고 할까 하다가, ‘옛것을 보내고 새것을 맞는다.’라는 뜻의 ‘송구영신(送舊迎新)’으로 바꿨습니다. ‘송구영신’은 ‘옛 관리를 보내고 새로운 관리를 맞는다.’라는 ‘송고영신(送故迎新)’에서 비롯된 말이라고 합니다. 조선 시대 관리들의 인사발령은 매년 음력 6월과 12월의 정기적인 ‘도목정(都目政)’과 수시로 하는 ‘산정(散政)’으로 이뤄졌다고 합니다. 그 가운데 특히 6월에 이뤄지는 정기인사를 ‘오이꽃이 필 때 옮겨간다.’라고 해서 ‘과천(瓜遷)’이라고 불렀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여하튼, 무조건 새해를 반기는 것보다도, ‘옛것을 보내고 새것을 맞자.’라는 쪽이 더 나을 듯했습니다. 우리가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너무 잘 알게 된 탓인가, 지금 이 세상이, 엉망진창이고 뒤죽박죽인, 난세(亂世)라고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올해는 전 세계적인 선거의 해랍니다. 전 세계의 유권자 숫자는 약 42억 명쯤 된다는데, 그 반, 21억, 넘는 사람들이 새로운 지도자를 뽑게 된다는 것입니다. 잘 알고 있다시피, 우리나라 국회의원 선거는 4월 19일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올해 실시되는 전 세계의 중요한 선거들을 대충 살펴보겠습니다. 1월에는 방글라데시와 대만, 2월에는 파키스탄과 인도네시아, 3월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4월부터 5월까지는 인도, 6월에는 멕시코와 유럽연합, 11월에는 미국 대통령선거가 줄을 지어서 있습니다. 이들 선거 가운데 아시아 지역에 유독 중요한 선거들이 많답니다. 대만이나 인도네시아나 인도의 선거는 우리와도 중요합니다. 대만과 중국 사이에 군사적인 문제가 생긴다면 엄청난 영향이 있습니다. 각국에서 민주주의는 시련을 겪고 있고, 세계의 두 곳에서 전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금 세계는 한 마디로 ‘살얼음판’에 있습니다.
각국 지도자들의 신년사들이 연이어 발표되고 있습니다. 어차피 대부분이 정치가들이고 보니 낯 뜨거운 자화자찬과 견강부회한 ‘아전인수’격인 주장이 많습니다. 우리는 대부분 음력으로 설을 쇠었습니다. 그즈음이면 각 명문대학교의 총장 졸업식 축사가 주요 일간지 지면을 채웠습니다. 대학졸업생들에게 주는 총장님의 축사에 일반 국민도 감동과 위로를 느꼈었습니다. 선거철이면 어떤 사람들은 반쯤 미치게 된다고들 했습니다. 곧 선거가 다가온다고는 하지만 한 국가의 지도자라면 신년사만큼은, 대학의 총장님 축사 못지않게, 국민을 위로하고 감동을 줄 수 있도록 가다듬어졌어야 할 것입니다. 국민이 궁금해하는 것은 빼고, 1950년대 미국에서 있었던 매카시즘같이, 이념적으로 몰아붙여서 편을 가르려는 하는 짓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만약 정치가가 ‘양치기 소년 같다.’라는 소리를 들으면 무슨 일을 더 할 수가 있겠습니까?
새해 첫날부터 일본 이시카와현에서 오후 4시경 발생한 규모 7.6의 지진으로 소스라치게 깜짝 놀랐습니다. 우리나라 동해안 울진 등에도 많은 원자력발전소가 밀집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나라 전역에서 심심치 않게 지진이 발생하고 있어서 왠지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는 터였습니다. 원자력발전소 사고는 한 가지 원인으로만 발생하지 않습니다. 대부분 몇 가지 치명적인 잘못이 겹쳐서 일어난다는 얘깁니다. 지진이나 쓰나미로 전기가 끊겼을 때 작동돼야 할 발전기의 고장이랄지, 나쁜 일은 함께 다닌다는 ‘화불단행(禍不單行)’이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일본에는 서쪽 해안선을 따라 바닷가에도 원자력발전소가 꽤 많습니다. 이번 지진보다 큰 대지진이 나서 일본의 원자력발전소에 문제가 생긴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또한 우리나라 울진-월성 원자력발전소 주변은 얼마나 지진으로부터 안전하다고 보십니까?
이제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현실화하여 자연재해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로마클럽’은 1968년에, 인간-자원-환경 문제를 염려했던, 이탈리아의 사업가 ‘아우렐리오 페체이’의 제창으로 결성됐답니다. 1972년 <성장의 한계>라는 보고서를 내고, ‘제로성장’의 실현을 주장했다고 합니다. ‘제로성장’은 로마클럽의 요청으로 미국 MIT에서 연구한 결과로서, ‘자원의 고갈로 20세기 말에는 성장이 멈춘다.’라는 등의 내용이랍니다. 엊그제 어딘가를 지나는데, 총선 예비등록자 같았는데,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겠다’라는 현수막을 봤습니다. ‘저 말이 유권자들에게 얼마나 먹혀들어 갈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댐이나 원자력발전소 등은 보면 ‘XXX년 동안에 발생할 수가 있는 재해에 안전하다.’라 했습니다. 막상 기후의 변화를 겪어보니까, XXX년 따위는 쉽게 넘지 않았습니까? 앞으로 원자력발전소 정말 내내 안전하겠습니까?
‘송구영신(送舊迎新)’이라고 했는데, 우울한 얘기뿐입니다. 그래서 ‘근하신년(謹賀新年)’이라고 못했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지금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근간이라는 ‘삼권분립’이 작동되고 있다고 보십니까? 문재인 정부에서도 비슷했지만, 공직자 후보의 청문회가 유명무실해졌고, 국회의 입법부 기능이 대통령의 잦은 거부권으로 약화 된 요즘 현실을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불체포특권 등등 국회의원이 권한을 남용하면 볼썽사납듯이, 대통령이 사면권이나 거부권을 남용하면 어떻게 봐야만 됩니까? 사람에 따라 생각이 다르겠지만, 저는 정당도 여럿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손님이라는 입장에서 반찬의 가짓수는 많을수록 좋지 않겠습니까? 어쩌다 보니 주변에 채식주의자도 꽤 있습니다. 맛있는 몇 가지 제철 반찬처럼, 수준이 높고 품위가 있는 정당이 두엇 더 생겨서, 사안에 따라, 대통령의 거부권도 무력화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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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전북 2024년 1월호 게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