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가 대지를 적시고 있습니다.

이번 봄은 그런대로 봄비가 자주 내리고 있습니다. 옥정호를 비롯한 댐의 물은 거의 고갈상태지만, 조그만 저수지에는 제법 물이 찼습니다. 얼마 전 지나쳤던 주암댐은 바닥을 드러냈고, 광주를 비롯한 전남 일대의 생활용수 공급이 위태롭다는 소식이 알려진 지도 오래전입니다. 그동안 웬만큼 비가 내렸다면, 산에 나무가 우거졌기 때문에, 댐이 그렇게 고갈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한반도의 기후가 갑작스레 바뀐 탓인가 아니면 생활용수를 너무 많이 썼던 것인가, 딱히, ‘절수’ 말고는, 어떤 해결책도 보이지 않는 상황입니다. 우리나라의 산에 숲이 우거져서 내심 그렇게 자랑스러울 수가 없었는데, 곳곳에서 대형 산불이 일어난 후, ‘침엽수를 중심으로 조림한 탓’이라는 얘기가 들립니다. 옛날에 소나무를 ‘망국수’라 했지만, 언제부턴가 ‘흥국수’로 불립니다. 지금 농작물을 한창 심을 때입니다. 봄비가 내리다니, 얼마나 반갑겠습니까?

우리 농촌에도 요 몇 년 사이에 무엇인가 변화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유기질 퇴비가 저렴하게 우선 공급됩니다. 정부의 지원으로 시중 가격의 반으로, 경작하는 농지의 규모에 따라서, 물량을 신청하고 구매할 수가 있는데, 대부분의 농가가 최대로 확보하려고 합니다. 유기질 비료는 가축분뇨 또는 콩깻묵으로 만드는데, 몇 년씩 묵혔다 사용하면 냄새도 별로 나지 않습니다. 작년에는 ‘신동진벼’는 추곡수매를 받지 않아서 소동이 났었습니다. 알려진 바 이유는, ‘신동진벼’는 소출량이 많기에 쌀 생산량을 줄이기 위해서’ 때문이랍니다. ‘신동진벼’는 밥맛이 좋아서 많은 입맛이 적응된 많은 소비자가 찾는 품종이라는데, 유독 전북지역 쌀 농가들의 53%가량이 경작하는 품종이랍니다. 전북 농민이 충분히 지역 차별로 느낄 수밖에 없는 대목이었던 것입니다. 현재는 농민들 저항이 워낙 심하다 보니 정부에서 한 발 뺀 상황 같습니다.

소위, ‘로칼푸드’라는 새로운 유통시스템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국민소득이 높아진 이후에 일어나기 시작한 ‘웰빙 현상’ 가운데 하나로, ‘안전한 식품과 유기농 식재료’를 찾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유통시스템으로 보입니다. ‘로칼푸드’라는 새로운 유통시스템이 인기가 있는 것은, 무엇보다 생산자의 인적 사항을 밝혀 소비자에게 식재료의 안전성을 보장해주고, 생산자 농민에게는 농산물이 판매되자마자, 일정한 수수료를 떼고, 즉시 개인 통장으로 입금되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입니다. 로칼푸드 매장에서 다른 생산자가 내놓은 농산물과 나란히 진열되었을 때, 자기 농산물이 더 낫게 보이려는 마음은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렇게 경쟁하다 보면, 본인의 농산물을 더 잘 가꾸고 싶고, 더 잘 마무리해서 ‘본인의 이름을 고급브랜드화’하고 싶은 욕심도 생길 것입니다. 앞으로 더 많은 농민이 참여할 것 같습니다.

올해 들어서 ‘농산물 모종’을 파는 가게가 부쩍 늘었습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농산물 모종’은 종묘상에서만 팔았는데, 지금은, 봄 한 철, 곳곳에서 각종 모종을 팔고 있습니다. 최소임금제가 실시된 이후, 업종이 무엇이든, 웬만한 가게에서는 인건비를 감당할 수가 없게 되었고,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떤 모임에서, ‘1인당 식대가 만칠천 원쯤’이라 해서 그 음식점에 가보니, 가격이 올라서 이만천 원이 되어 있었습니다. 모두가 수긍해서 넘어갔지만, 높아진 물가를 실감했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나온 얘기입니다만, ‘집에서 먹는 한 끼 식사는 얼마만큼 계산하면 될까요? 한 만 원쯤은 되겠지요?’ 해봤습니다. 한 분이 말씀하셨습니다. ‘만 원이요? 이만 원도 더 넘을 겁니다. 요즘 물가가 얼마나 비쌉니까?’ 하셨습니다. 사실은 저도 그렇게 생각했었고, 채소도 가꾸고, 될 수 있으면 자급자족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전주 변두리 시골에 산지도 어언 삼십삼 년이 넘었습니다. 그동안 거의 해마다 상추며 쪽파 대파 청양고추 등등을 심었습니다. 어느 해인가는 고구마를 고구마순가격만 20만 원이 넘게 심어서 10kg 들이 상자로 75상자가 넘게 수확한 적도 있었습니다. 고구마는 해마다 신품종이 나와서 순 값이 꽤 비쌉니다. 시골에 살면 기본적인 채소는 텃밭에 심어야 좋습니다. 필요하면 요리를 하는 도중에도 자체 텃밭에서 바로 해결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여름이면 강된장에 청양고추를 넣고 끓여서 호박잎을 데쳐서 싸서 먹는 것이 별미입니다. 쪽파도 가을 쪽파보다도 봄 쪽파가 더 연하고 맛있습니다. 날이 풀리면 쪽파가 두툼하게 살이 올라 어떻게 무슨 반찬을 해도 맛이 그만입니다. 텃밭이 없으면 화분에 심어도 두엇 되는 식구는 자급자족할 수 있습니다. 공력과 시간을 생각하면 나물 반찬이 최고 좋은 고급 반찬입니다.

세상이 어떻게 더 험해질런지 짐작하기도 무섭습니다. 윤석렬 정부 초기부터 별별 일로 시끄럽더니,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은 벌써 몇 주째 월요일마다 전국을 돌아가면서 윤석렬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미사를 드린답니다. 윤 대통령의 미국순방도 상황이 어쨌으면 미국언론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본인의 선거를 위해 우방을 압박하지 말라.’고 했겠습니까. 김태효 안보실 부실장은 ‘미국의 핵을 사실상 공유하게 됐다.’고 떠벌렸다가 백악관은 그것이 아니라며 반박을 했겠습니까. 그게 가짜뉴스가 아니고 무엇입니까? 지난 4-19 기념식에서 윤 대통령이 한 말은 더 끔직합니다. ‘민주화운동을 한다면서 불손한 세력들이 4-19정신을 훼손하고 있다.’라는 것 아닙니까? 4-19를 누가 훼손했습니까? 박정희를 비롯한 군인들 아녔습니까? 이럴 때, 우리 모두 자중자애하며, 푸성귀라도 심고, 사태를 면밀히 지켜보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을하

#시사전북 2023년 4월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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