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럼> 뜰에 무슨 꽃이 피었습니까?

세상이 어지럽습니다. 사람들도 웬만한 뉴스는 타성이 붙어서 무덤덤 지나쳐버리고 있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인종학살이 자행되고, 한 나라가 통째로 쑥대밭이 돼도, 열강이라고 불리는 몇몇 나라를 비롯하여 세계 각국은 자국의 이해득실만을 따지기에 급급합니다. 세계 1차대전과 2차대전을 두고 보더라고 상황이 지금과 비슷했습니다. 자국의 이익을 위하여 각국은 눈치만 보다가, 프랑스와 영국 등, 유럽의 기존 강대국들이 거의 초토화 된 상황에서, 뒤늦게 전쟁에 참여했던 미국에 의해 두 차례의 세계대전은 마무리됐습니다. 그 후 세계는 미국과 러시아의 양강 체제로 재편됐고, 반세기 가까이 소위 ‘양강 냉전 체제’가 계속됐었습니다. 미국의 닉슨 대통령은 소련과 중국이 밀착되는 것을 걱정했답니다. 닉슨에 의해 그렇게 개방됐던 중국이 차츰 몸집이 커져서 작금 세계 유일의 강대국 미국에 어느덧 걸림돌이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이웃 나라 일본이 근래 들어서 돌아가는 상황이 심상치 않습니다. 세계 2차 대전의 패전국인 일본에 대한 전쟁의 뒷마무리가 어정쩡하게 처리된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 아닌가 싶습니다. 미국에 의해서 주도적으로 이루어졌던, 일본의 군부에 대한 전범자 처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던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로 전후 일본이 ‘전쟁을 일으켰던 책임’에 대한 반성보다는, ‘어쩌다가 전쟁에 졌던가’라는 아쉬움을 더 크게 느끼게 된 것 아닌가 합니다. 전쟁이 끝난 후 일본의 군부가 뼈저리게 깨달은 것은 ‘앞으로 미국을 적으로 삼지는 않겠다.’라고 작심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일본의 정치가들은 기회만 있으면 ‘전쟁 가능한 국가에서 침략도 가능한 국가로’ 나아가려고 하고 있습니다. 일본이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면 선제공격도 하겠다.’라는 말은 곧 빌미만 주어지면 언제라도 침략이 가능하다는 뜻 아닙니까?


어느 나라든 전쟁이 일어나면 한 나라의 힘만으론 이길 수가 없습니다. 몇몇 나라가 서로 동맹을 맺을 수밖에 없고, 세상에는 별별 동맹이 많습니다. 유달리 외세의 침략이 많았던 우리나라에 각종 계모임이 많은 이유를 ‘어려울 때 도움을 받기 위해서’라는 것으로 보기도 합니다. 슬픈 얘기입니다. 지금 미국 입장으로 볼 때 한국과 일본이 더 친밀해져서 군사적으로 중국을 견제해 준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물론 경제 분야에서도 협력하고 지내면 좋겠다고 여기겠지만, 일본이나 미국은 한국의 중요성이 ‘지소미아(GSOMIA)’라 하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에 있지 않겠습니까. 새롭게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자 일본 정부는 한국의 윤석열 정부를 길들이려 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주장을 완전히 뒤엎어버리고 굴복하라는 것이겠지요. ‘한-미-일 군사공동체’는 한반도 유사시에 일본 군대가 곧바로 관여할 수 있다는 뜻이 됩니다.


우리나라에서 1950년 6-25전쟁이 났을 때 유엔의 이름으로 실제 군대를 파견한 나라는 16개국이지만, 그 후 2012년에 기타 지원까지 조사를 한 바에 의하면, 63개국이 우리나라를 도왔다고 합니다. 앞으로 전쟁의 양상이 그때와는 전혀 다르겠지만, 우리나라와 동맹관계가 있는 어느 나라에서 전쟁이 발발하면, 우리나라도 파병을 안 할 수가 없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이미, 미국의 강력한 요구로, 베트남전쟁과 이라크전쟁에도 파병을 했었습니다. 전쟁의 원인은 각양각색입니다만 그 결과는 매양 한 가집니다. 요즘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 보듯이 천문학적인 재산 피해뿐만이 아니라 전혀 죄 없는 시민들을 포함하여 수많은 사람이 죽는다는 것입니다. 전쟁에 투입된 군인들은 무슨 죄가 있겠습니까. 얼마 전 윤석열 대통령이 유럽에서 ‘북대서약조약기구(NATO)’를 태평양까지 넓히자는 주장은 음미해볼수록 뜻이 심각한 것입니다.


엊그제 모처럼 고등학교 때의 친구 부부와 함께 넷이 모여서 식사를 했습니다. 친구 부인이 저에게 ‘요즘 뜰에 무슨 꽃들이 피었습니까?’라며 물었습니다. ‘지금 한창 장미가 필 때인데, 장미가 저의 집에는 몇 그루 밖에는 없습니다. 이제 범부채가 막 피기 시작했고, 홍초가 일찍 핀 것이 있습니다. 저의 집은 가을이 되면 향기가 좋은 꽃들이 많이 핍니다. 먼저 9월 말경에 금목서가 피고, 그다음 은목서와 구골목서가 차례대로 피는데, 구골목서가 피는 무렵에 눈이 내릴 때도 있습니다.’라고 꽤 장황하게 설명했습니다. 친구 부부는 오랫동안 공직에 있었고, 퇴직 무렵 전주 근교에, 두어 마지기, 밭을 사서 조그마하게 농가주택도 짓고, 농작물 약간과 꽃을 가꾸며 살고 있습니다. 부인은 하루 천 명쯤 방문하는, ‘소소한 이야기’라는, 브로그를 운영하는데, 문체가 담백하고 곳곳에 시민정신이 번뜩이는 예리한 글들을 올립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지 두 달쯤 되었습니다. 그동안 여-야가 바뀌고, 운동경기로 말하면, 공격과 수비를 교대 한 셈이 됩니다. 국회는 원 구성이 아직 안 된 상태에서 청문회를 거치지 않고 정부의 고위직들이 임명되고, 검찰총장을 추천해야 할 위원회 구성조차 안 된 상황에서, 일부러 그러고 있다는 얘기도 있지만, 대폭적인 검찰 인사는 이루어졌습니다. 장관을 비롯한 인사가 워낙 윤석열 대통령 측근들 위주로 이뤄지다 보니, 여권 내부를 포함하여, 여기저기서 볼멘소리들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일부 매체들은 품격에 맞지도 않는 ‘윤비어천가’를 읊어댑니다. 어떤 언론은, 모 장관이 출장을 가면서, 1등석을 탈 수 있는데, 비즈니스석을 탔다고, 우상화를 시도하는 듯한 기사를 썼습니다. 세상에 벼슬이 그렇게 좋은 것인가, 조그마한 뜰에 꽃이나 가꾸며, 제 친구 부부처럼, 소박하게 사는 것이 행복이라고 새삼스레 느껴졌습니다.


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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