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수명 100세 시대다. 이제 ‘늙음’은 한탄과 자포자기의 대상이 아니다. 거스를 수 없는 삶의 다른 모습이요 적나라한 현실이다.
한 번 생각해보자. ‘늙음’이란 무엇이던가. 고대에는 신을 모시는 사람만이 머리를 기를 수 있었다고 한다. 그만큼 공동체에서 제례는 대단히 중요한 행사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례를 주관한 이들은 경험과 지식이 풍부한 노인이었다.
한자 ‘老’는 ‘耂와 ‘匕’로 이뤄져 있다. 耂는 머리카락을 길게 기른 사람의 모습을 나타낸다. 여기에 지팡이 모양인 匕를 더해 뜻을 확실히 했다. 글자에서 드러나듯 노인의 위상이 지금과 많이 달랐다는 말이다.
한자의 기원을 밝힌 책 ‘설문해자’도 이를 입증해준다. ‘깊이 생각하다’는 뜻의 ‘考’(고)는 ‘老’와 같은 글자라고 풀이하고 있다. 요컨대 ‘늙음’은 바로 ‘쓸모 없음’이 아니라 ‘현명하고 지혜로운 경륜자’라는 말이 된다. 한자 ‘考’ 속의 머리 긴 노인은 ‘老’의 노인에 비해 더 구불구불한 지팡이를 짚고 있다.
考에 대한 해석은 이렇다. ‘늙다’라는 뜻에서 발전해서 ‘자세히 생각 한다’는 의미로 확장됐다. 달리 말해 나이든 이들은 충동적으로 행동하기보다 경험을 바탕으로 충분히 생각한 후 현명하게 결정한다는 얘기 아닌가. 때문에 늙었다고 한탄하지 말고 경륜이 늘었다고 자부할 일이다. 그러나 오늘날은 노인이 왜 이다지 푸대접을 받아야 하는지 딱하고 안타깝기 그지없다.
문제는 늙었다고 맥없고 기력 떨어진 모습으로 살아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크게는 유심소작(唯心所作) 또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만사가 마음먹기에 달렸지 않은가. 그런 후 작지만 꾸준한 실천을 해가는 것이 필요하다.
그 실천에는 저마다 나름의 방법이 있겠으나 대표적인 사례를 꼽아보고자 한다. 100살을 훌쩍 넘긴 현역 의사 히노하라 시게아키(日野原重明)박사의 ‘사는 방법’이 그것이다. 그는 일본 성누가국제병원의 이사장이며 매일 입원환자 회진과 외래환자 진료를 하고 강연과 집필, 교육, 사회봉사활동을 하는 등 왕성한 삶을 사는 그야말로 ‘슈퍼 할아버지’다. 1911년 일본 야마구치 현 출생인 그는 열 살 때 급성신장염, 스무 살 때 폐결핵을 앓았으며, 59세 때 일본 적군파 비행기 납치사건을 겪었다. 인생에서 세 번의 큰 위기를 극복해냈던 인물이다.
어떤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결코 좌절하지 않고 인생의 또 다른 긍정적인 면을 발견하며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비결이란 무엇일까. 100살이 넘도록 활력 넘치게 사는 자신의 건강 비결에 대해 히노하라 박사는 이렇게 밝힌다.
“건강한 삶의 비결은 간단합니다. 조금 적게 먹고, 몸을 귀찮게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그는 자신이 의학적인 관점에서 결코 건강한 몸 상태가 아니라고 고백한다. 1931년에 폐결핵을 앓은 이후 80년 넘게 쭉 병과 더불어 살아왔다는 점에서다.
히노하라 박사가 말하는 新노인 장수 건강생활지침을 소개한다.
먼저 항상 걷는 습관을 지니고 몸을 쉴 새 없이 쓴다. 부지런히 몸을 움직여야 한다는 얘기다. 다음으로 노년건강의 최대의 적은 낙상 골절이다. 때문에 잘 구르는 연습을 한다. 골절을 막기 위해 잘 넘어질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몸에 좋은 심호흡과 복식호흡을 한다. 더불어 몸을 항상 깨끗이 씻어 냄새가 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자주 손을 씻고 상한 음식은 먹지 않는다. 술은 최대한 억제하고 담배는 반드시 끊는다. 일하는 데서 보람을 갖고 즐거운 마음으로 생활하자. 긍정적인 마음으로 매사에 임하면 일이 쉬워진다. 쉬지 말고 무엇이든지 일을 해서 취미를 찾는다. 규칙적이고 지속적인 유산소 운동으로 건강한 체력을 유지한다. 음식은 싱겁고 담백하게 골고루 섭취한다.
일본 최고의 장수의학 전문가이자 장수노인인 그는 건강하게 살려면 스트레스가 없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것이 행복 문턱을 낮추는 비결이라는 설명이다.따라서 스트레스를 내려놓으려면 연습이 필요하다고 그는 말한다.
우선 죽는 순간까지 인생의 현역으로 산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역설한다. 마음가짐의 문제다. 다음에 사랑하는 마음으로 모두를 대하고 즐겁게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많이 사랑하고 많이 사랑받는 사람이 오래 건강하게 산다는 뜻이다. 또 항상 창조하는 일을 하고 남을 위해 산다고 마음먹어야 한다.
살기 어려운 것은 어느 세상에서나 똑 같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정신건강에 유리하다. 남이 쉽게 찾아오는 집을 만들어 사람들과 활발한 교제를 한다. 젊은 사람들의 관심사에도 귀를 기울인다. 늙었다고 젊은이들과 거리를 둬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웃음으로 얼굴에 주름을 늘려보자. 정신건강에 도움이 되는 웃음과 여유를 가져야한다는 뜻에서다. 그러려면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취미생활을 가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환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의사를 찾는다. 이상의 요령이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다. 문제는 얼마만큼 실천하느냐다.
병원에 있는 그의 다이어리에는 105세가 되는 해인 올 2016년도에 해야 할 일이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이런 나를 보고 사람들은 ‘연세도 많으신데 너무 바빠서 피곤할 것 같아요‘라며 걱정스레 말하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별로 피로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만약 이것이 나에게 ‘의무’로서 강제로 부과된 것이라면 과로나 수면부족을 느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나는 내게 주어진 시간에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하고 있는 것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몇 시간 더 일한다고 해도 스트레스를 받기는커녕 오히려 즐겁고 감사한 마음으로 기꺼이 일할 수 있습니다.”
주어진 시간에 진정 원하는 일을 하고 있기에, 히노하라 박사는 피곤하기는커녕 즐겁고 감사한 마음이란다. 100살 하고도 또다시 다섯 살을 넘게 사는 현역 할아버지 의사의 열정을 보면 참 멋지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추구해야할 ‘행복한 삶‘이란 이런 모습이 아닐까. 그의 삶에서 ‘행복해야 한다’ 는 당위의 과제가 아니라 필연의 명제임이 드러난다. <화산>

마음에 와닿는 글이네요 ^^ 일체유심조! 항상 마음가짐을 새로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