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럼> ‘황금종려상’

얼마 전 열린 칸 국제영화제에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황금종려상을 받았습니다. ‘황금종려상은 세계 3대 영화제라는 베니스 영화제의 황금사자상과 베를린 영화제의 황금곰상과 함께 칸 국제영화제의 최고상이라고 합니다. 쇼팽 콩쿠르에서 조성진이 우승했다는 소식 못지않게 반가웠습니다. 이런 소식을 들을 때마다 저도 똑 같은 한국 사람이라는 것이 자랑스럽고 잠시 우쭐한 생각이 들곤 합니다. 그것이 그럴만한 것이 최고의 자동차를 만드는 이탈리아 사람이 모두 최고의 기술자처럼 느껴지는 것처럼, ‘한국사람 가운데에는 예술가들이 많다.’ ‘한국 사람들은 대부분 예술적으로 수준이 높다.’라는 인상을 나도 받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이 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누가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면, 우리가 어떻게 그 내용까지를 보고 들으며 감동까지 할 수 있겠습니까. 영화나 음악, 예술은 직접 느낄 수 있어서 좋습니다.

 

누가 무엇으로 국제적으로 정평이 있는 단체로부터 최고상을 받는다는 것은 대단한 일입니다. 무엇보다 그 단체가 추구하는 정신이 무엇인가를 이해하지 않고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들이 이 시대를 똑 같이 살아가면서도 각자 어떤 생각으로 어떻게 서로 다르게 삶을 영위하고 있는지를 입고 있는 옷으로, 색깔과 모양으로, 볼 수가 있다면 어떻겠습니까. 별에 별 모습들이 문자 그대로 가관일 것입니다. 우리가 같은 시대를 사는 동시대인이라고는 하지만, 또 어느 시대든 마찬가지였지만, 세상일을 이해하고 살아가는 방식은 천차만별입니다. 어린 학생시절 운동장에서 모여서 아침조회를 할 때가 생각이 납니다. 교장 선생님의 훈화가 있기 전에 한참씩 줄을 맞췄습니다. 앞줄을 맞추고, 옆줄을 맞추고, 그 때 그 것은 쉬운 일이 결코 아니었습니다. 자기의 삶과 옆 사람들의 삶을 종횡으로 가늠해 본다는 것도 그렇습니다.

 

일요일 오후, 전주 영화의 거리에는 사람들로 북적였습니다. 일부러 낡은 영화관을 찾았지만 거기도 주차공간은 없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영화 기생충상영시간은 촘촘해서, 맨 구석 뒷자리이기는 했지만, 얼마 기다리지 않고 곧바로 영화를 볼 수가 있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저는 귀가 어두워져서 보통 때도 중요한 대화를 놓칠 때가 많습니다. 자막을 읽는 외국영화는 괜찮은데 한국영화는 놓지는 대화가 꽤 있습니다. 스토리가 연결이 안돼서 함께 간 사람에게 묻다가 몇 번 핀잔을 듣기도 했습니다. 영화 기생충도 세세한 대화 몇 가지는 그냥 못 듣고 넘어갔던 것 같습니다. 어떻든, 영화 끝부분에 가서는, ‘이 놈의 영화가 도대체 언제 어떻게 끝나지?’하면서, 결말이 너무 잔인하지 않을까 내심 불안하고 무서웠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겨우 안정을 되찾았지만, 솔직하게, 영화의 주제가 무엇인지 생각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집에 돌아오는 차안에서 집사람이 갑자기 깔깔대며 웃었습니다. 집사람은 함께 영화를 보는 내내 무서워서 제 손을 꽉 쥐고 놓지를 못했습니다. 영화 마지막쯤에는 아플 정도였습니다. ‘왜 그래? 무섭지 않았어?’ ‘냄새 때문에 그래요. 냄새가 주제였잖아요?’ ‘무슨! ? 냄새가 주제였다고?’ 외신에서도 그랬었고, ‘빈부의 격차가 전 세계적으로 공감을 얻었다는 얘기도 떠올라서, ‘냄새가 주제였다고?’라는 말이 저절로 나왔던 것입니다. ‘왜 냄새가 주제야?’ ‘냄새 때문이잖아요? 송강호가 박사장을 찌른게!’ ‘박사장이 뭐라고 했었는데?’ ‘계속 냄새가 난다. 지하철 냄새다. 햇빛을 못 보는 반 지하에 사는 사람들의 냄새다. 그랬잖아요?’ ‘그런다고, 왜 그렇게 웃어?’ ‘우리 단우가요, 할아버지 냄새난다고 하던 말이 생각이 나서요!’ ‘뭐야? 언제 그랬어?’ ‘아까, 당신이 단우에게 화장실에서 오줌을 흘리고 쌌다고 뭐라고 했을 때요.’

 

저는 한참 생각을 해 본 후에야 겨우 짐작이 갔습니다. 아무리 언론에서 내놓으라하는 영화 평론가들이 뭐라고 했든, 영화 기생충의 주제는 냄새라는 말이 맞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집사람이 깔깔대고 웃었던 이유도 기억이 났습니다. 집사람이 저에게서 냄새가 난다고 핀잔을 시작한지는 꽤 오래 됩니다. 금방 샤워를 하고 나와도, ‘그래도 냄새가 난다. 제발 귓속까지 비누칠해서 깨끗이 씻어라. 머리는 샴푸로 감아라.’ 제가 그런 말을 제 뒤에 달고 살았습니다. 그런다고 집사람이 왜 갑자기 깔깔 웃었겠습니까. 네 살 먹은 외손자 단우라는 녀석 때문이 분명했습니다. 노상 칭찬만 하다가, ‘이 녀석, 오줌도 제대로 변기에 조준해서 못 싸냐!’하고 했더니, 외할머니한테 가서 외할아버지의 흉을 본 것입니다. ‘할아버지에게서 냄새가 난다.’. 집사람이 웃다니, ‘할아버지의 냄새가 그 송강호의 냄새였다.’라는 뜻이 아니었겠습니까?

 

독일과 이탈리아는 영화제의 심벌로 곰과 사자라는 동물들을 내세웠는데, 프랑스는 깐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종려나무 잎사귀를 고른 것은 상당히 멋있어 보였습니다. 특히 종려나무의 꺼칠한 질감을 황금색으로 바꿔서 잎사귀 몇 장을 생략적으로 디자인한 것은, 송강호가 타서 더 그렇기도 하겠지만, ‘어느 천재의 아이디어인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알아보니 그것이 그 유명한 시인이자 미술가요 영화감독이었던 장 꼭도의 작품이라고 했습니다. 베니스의 성 마르코 성당 지붕에는 황금사자상이 있었습니다. 베를린의 황금곰도 사연이 있기는 하겠지요.

저에게 봉준호 감독의 황금종려상은 수상의 기쁨과 함께 어떤 슬픔도 안겨줬습니다. ‘냄새는 무섭다. 어디서 무엇을 먹느냐에 따른 그 사람의 신분을 나타낸다.’ 특히 나이가 들었다는 냄새는 빈부의 격차보다 더 무서운 것이다.’라는 메시지를 주는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을하/ 가족신문.kr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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