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옛 풍속 가운데 ‘청참(聽讖)’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세시풍속 사전에 ‘설날 아침 일찍 밖으로 나가 처음 듣는 짐승의 소리로 한해의 운수를 점치는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조선 순조 때 홍석모가 쓴 ‘동국세시기’에도 그런 내용이 보인답니다. 징후를 판단하는 방법은 지역마다 달랐었는데, 어떤 지역에서는 ‘날짐승이 먼저 기동을 하는 것을 보면 그해에 바람으로 인한 피해가 있고, 소가 먼저 움직이는 것을 보면 그해에 풍년이 든다.’라고 봤답니다. ‘개가 먼저 짖으면 그해 도둑이 많이 들고, 까치가 울면 길하고 까마귀가 울면 흉하다.’라고 보기도 했고, 집 주변에 키 큰 참가죽(깨중) 나무를 심는 이유도 까치가 집을 짓도록 해주기 위한 것이라는 얘기가 있습니다. 우리 조상들이, 맞든 틀리든, 그렇게 점이라도 쳐 봤던 것은 자연의 순리에 어긋나지 않게 살면서, ‘복을 많이 받고 싶다.’라는 기복의 뜻이 담긴 것 아니겠습니까?
옛사람들은 날씨가 갑자기 돌변하는 것도 두려워했답니다. 여름에 우박이 내리는 등, 기온의 변화가 심하면, 세상에 큰 난리나 전쟁이 일어날 징조로 보고 무서워했다는 것입니다. 물론 오늘날처럼 각 나라 안팎의 지정학적인 정세에 대해 밝지 못했었던 탓도 있지만, 조상 대대로 잔혹한 전쟁을 치른 민족으로서, 민중들의 잠재의식 속에 남아있는 공포감에서 비롯된 것일 수가 있겠습니다. 우주를 거대한 하나의 생명체로 보고, 한 무리의 사람들이 엄청나게 무서운 나쁜 짓을 하면, 하늘과 땅이 가만히 있지 못하고, 몸서리를 치는 것으로 봤었다는 것입니다. 전혀 근거가 없는 비과학적인 얘기로 들리지만, 어느 특정한 한 사람의 운명을 두고 보거나, 지구상의 어떤 특정한 한 나라의 역사를 보더라도, 그렇게밖에 이해할 수 없는 순간들이 간혹 있기 때문입니다. 어느 시대든 세상이 어지러워지면 제일 고통 받는 것은 민중들이었습니다.
어느 집단이든 지도자 한 사람을 잘 뽑았다고 쉽게 세상이 좋아지는 것이 아닙니다. 아무리 훌륭한 지도자라도 일할 수 있는 역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직책에 대한 업무를 얼마나 정확하게 파악하느냐 하는 것과 그동안 쭉 내려오고 있는 기존 체제가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고착이 된 타성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대단히 어렵기 때문일 것입니다. 누가 윤석열 대통령을 보고 ‘대통령이 되려는 목적을 달성한 사람이다.’라고 했던 말이 기억됩니다. 곱씹어 볼수록 ‘의미가 심장 하다.’라고 느껴집니다. 어떤 직책 자체가 목적이라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의사가 되고 싶고, 판검사가, 대학교수가, 회사 사장이 되고 싶고, 그래서 그렇게 된다면 어떻다는 말입니까? 그렇게 되어서 뻐기고 잘난 척하려는 것만 빼면 다른 능력은 모자란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비극입니다. 비극도 그런 비극이 없습니다.
미국의 링컨 대통령 얘기가 있습니다. 선거운동 기간에 링컨 후보를 위한 어떤 찬조 연설가가 ‘우리 링컨 후보는 진즉에 풀타크영웅전을 읽었고 그들의 훌륭한 점을 모두 본받고 있습니다.’라며 입이 마르도록 칭찬을 했었답니다. 그때까지도 풀타크영웅전을 읽고 있지 않았던 링컨은 어떻게 했을까요? 군중들 앞에서 ‘사실은 제가 그 책을 읽은 적이 없습니다. 저 사람의 말은 거짓말입니다!’라고 했을까요? 링컨은 그날로, 그 찬조 연설가의 말을 뒤늦게나마 더 보완하기 위하여, 그 책을 수소문하여 구입하고 읽기 시작했었다고 합니다. 누가 그런 링컨을 향하여 거짓말쟁이라고 손가락질을 할 수가 있겠습니까. 대통령을 감싸고 주위에서 별별 듣기 좋은 소리로 아부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겠습니다. 옛 어른들이 신혼부부에게 ‘아들 낳다지!’하시며 덕담을 주셨습니다. 아부를 덕담으로 듣고 실제로 그렇게 되도록 노력했으면 참 좋겠습니다.
훌륭한 지휘자는 교향악단을 맡으면 우선 각 파트의 악장들을 실력 있는 사람으로 채웠다고 합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 태생인 세계적인 지휘자 조지 셀(1897-1970)이 미국의 클리브랜드 오케스트라를 맡았을 때도 그랬었답니다. 그분은 기존의 단원들에게 너무 냉정하게 오디션을 다시 하고 훈련을 혹독하게 시켜서 원성이 자자했었다지만 클리브랜드 오케스트라를 세계적인 악단으로 키워냈답니다. 오케스트라로 말하자면 행정부에서 장관은 악장에 해당할 것입니다. 장관이 그 분야 업무에 정통하고 능력이 있어야 그 부처가 쇄신되고 발전할 것이 아닙니까.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를 거쳐서 지도자를 뽑다가 보니 곁에서 가까이 도움을 줬던 사람이 꽤 많이 있었을 것입니다. 설령 그렇더라도 일단 지도자로 선출되면, 선거 과정을 떠나서, 그 집단이 가지고 있는 인재들을 적재적소에 등용하여, 최고의 팀을 만들어야만 할 것입니다.
요즘 뉴스를 보노라면 불안하기 짝이 없습니다. 머지않아서 어떤 대단히 나쁜 일이 일어나는 것은 아닌가, 여러 가지 소식들이 불길한 흉조처럼 느껴집니다. 본인은 어떻게 여길지 모르겠지만, 대통령이 입을 열 때마다 한 마디 한 마디가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그때마다 번번이 대통령실에 있다는 사람으로부터 되잖은 변명을 들어서야 어찌 되겠습니까. 세상에서 무서운 사람은 성경책 한 권만 읽은 사람이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저 사람이 얼마나 똑똑하고 잘나면 저럴까, 밑도 끝도 없이 자만한 사람을 보면, 무슨 흉조라도 보는 듯 한숨부터 나옵니다. 코로나19를 두고도, 과학적으로 방역을 안 했다고, 얼마나 문재인 정부를 비난하고 조롱했었습니까. 과학적인 방역을 하겠다던 그 사람들,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드러나고 있는 현상들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마치 불길한 징후들이 엿보이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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