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언각비> 15. 용은 뿔로 듣는다

 

용은 대개 왕이나 왕권, 위대하고 훌륭한 존재로 비유된다. 특히 용은 신통력을 가진 영물로서 사람들에게 신처럼 받들어졌다. 그런 까닭에 역대 황제들은 용의 위엄을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 자신이 용의 혈통을 이어받았다는 전설을 만들어냈다. 조선 건국 시조들을 칭송한 서사시에 용비어천가란 제목을 붙인 이유도 다 여기서 비롯된다.

용은 항상 최고의 위엄과 권능을 상징하는 존재였다. 그러나 이처럼 우러름을 받으며 위세를 자랑하는 용에게도 흠은 있다. 바로 용의 귀가 성치 않아 귀머거리이기 때문이다. 한방에서는 귀머거리를 용이(龍耳)라고 한다. 왜 그런지는 용의 속성을 알면 수긍이 간다. 용은 귀로 듣지 않고 뿔로 느낌을 알아채 듣는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귀머거리 롱(聾)자는 용(龍)과 귀(耳)로 이뤄져 있다.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위치에 다다른 사람들은 스스로를 용이나 이무기쯤으로 착각하는 경향이 크다. 어느 분야에서나 거의가 마찬가지였지만 특히 헌법상 최고 권한을 가진 사람은 더욱 그랬다. 마치 용의 권능과 위의를 갖췄다는 듯이 행세한다. 특히 지금 현직에 있는 대통령은 그 정도가 아주 심하다. 그래서 국민들의 얘기를 못 듣는 것일까? 아니면 오만과 자세(藉勢)가 극에 달해 남의 얘기를 아예 듣지 않으려하기 때문인가.

흔히들 세상을 사는 데 약간은 귀머거리가 편하다고 한다. 골치 아픈 세상사에 오지랖이 넓어봤댔자 득될 것이 없다는 뜻이겠다. 너무나 귀가 밝으면 골치 아플까 두려워 세롱(細聾)이 된 것도 아닐진대 어찌 이명박 대통령의 귀는 아예 절벽인지 알다가 모를 일이다. 물론 이렇게 된 데는 그의 잘못만은 아닐 수도 있다. 최고권력자 입맛에 맞는 사람들로만 채워진 측근들과 참모들 탓일 수도 있다. 비유컨대 미꾸라지의 말은 두렁허리가 막고 두렁허리의 건의는 무자치가 가로채며 무자치의 진언은 이무기가 걸러내기 때문에 여론이 용의 뿔까지 미칠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지금이 박정희 씨의 60·70년대도 아니고 민심을 이렇게 못 읽어서야 말이 안된다. 지금은 분명 인터넷만 접속해봐도 민심을 간단히 읽을 수 있는 개명한 세상이다.

용은 왜 귀가 멀고 뿔이 돋쳤는가. 풍우조화를 불러일으키고 길흉을 마음대로 좌우할 수 있는 여의주를 지녔기 때문이다. 때문에 귀는 닫히고 뿔만 두드러지게 돋았다. .

정부가 기어이 4대강 사업 기공식을 벌였다. 겉으로는 희망선포식이란 번듯한 이름으로 포장했지만 군사퍼레이드식 자기과시에 지나지 않았다. 기공식서 이대통령은 4대강 사업이 국민의 행복을 위한 미래사업이라고 규정했다. 이대통령은 국민 여론은 한사코 무시하면서도 자신이 밀어붙이는 사업은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한 우국의 결정이라고 강변한다. 다른 모든 사람의 견해는 수준이 낮고 자신의 판단은 통찰력과 예지력이 있다는 투다. 그래서 지도자가 고집스러우면 국민이 고생한다는 말이 나오게 된다.

흔히 남의 말을 잘 듣는 것은 겸손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을 존중한다는 뜻이 강하다. 그런데 이대통령은 듣지 못하니 겸허할 리 없고 자연히 독불장군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눈에 뵈는 게 없고 고집불통일 수밖에 없는 것은 뻔한 이치다

용은 만물의 조화능력을 갖춘 신비와 영험의 상징이다. 그 옛날 왕을 용에 비유하게 된 것이 용에게는 인간과 국가를 보호하고 물을 다스리는 능력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대통령을 왕에 비유하는 것은 시대를 거스르는 발상이지만 단순히 역할이나 위상 측면에서 가능하다면 지금의 이대통령은 용이 될 수 없다. 무엇보다 4대강이란 물을 살린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입증되지도 않았을 뿐더러 그 흔한 예비타당성조사조차 하지도 않았고 환경영향평가도 졸속이라고 비난을 사고 있다. 오히려 물로 인해 극심한 국론 분열과 민심혼란을 가중시키고 있을 따름이다. 모든 것이 다 용이 뿔로조차 듣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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