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調査)’와 ‘수사(搜査)’, 차이가 뭡니까?

유월입니다. 옛사람은 석류(石榴)꽃이 피는 달이라며, 멋을 부려서, ‘유월(榴月)’이라고도 불렀답니다. 달력에는 24절기뿐 아니라 각종 기념일이 색색으로 적혀있습니다. 이번 달의 달력을 들여다보면, 24절기의 하나인 망종(芒種)이 6월 5일, 현충일이 6월 6일, 한국전쟁 기념일이 6월 25일입니다. 한문으로 ‘망(芒)’은 ‘까끄라기’를 뜻한답니다. ‘망종’은 까끄라기가 있는 곡식의 씨앗을 파종하는 절기랍니다. 6월에도, 4월과 5월에 이어, 우리 슬픈 역사의 아픈 흔적이 군데군데 기념일로 남아 있습니다. 현충일과 한국전쟁기념일이 바로 그것입니다. 6-25동란을 겪었던 우리의 전 세대 어르신들은 붉은 백일홍꽃만 봐도 그때의 기억이 되살아나서 몸서리가 쳐진다고 하셨습니다. 우리의 슬픈 역사는 철 따라 여기저기 만발한 장미꽃이나 산모퉁이에 흐드러지게 핀 하얀 찔레꽃마저 마냥 즐거운 마음으로 바라볼 수 없도록 만듭니다.

지난 6월 1일 토요일, 아침뉴스에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소식이 나왔습니다. 해마다 바이올린 첼로 성악을 바꿔가면서 열리는데, 올해는 바이올린 콩쿠르 차례랍니다. 우리나라 젊은 연주자들이 바이올린부터 시작해서 첼로 성악까지 연이어 우승했기에 이번에도 기대가 크다고 했습니다. 결과를 알아보니, 1위는 우크라이나 출신 드미트로 우도비첸코(25세)가 차지했고, 결선 진출자 12명 가운데 6명이 수상을 했는데, 2명이 한국계 미국인이라고 했습니다. 결선 진출자 12명 가운데 한국 국적을 가진 연주자가 3명 있었다는데, 한국계 미국인까지 합치면, 결선 진출자 가운데 50%인 6명이 한국 출신이었다고 합니다. 우리가 눈부시게 아름다운 계절에도 우리의 슬픈 기억들이 떠올라 울적하다가도, 작금 세계 곳곳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젊은 세대들 소식을 듣노라면, 새삼스럽게 한국인으로서 무한한 자부심을 느끼게 되곤 합니다.

모닥불은 자주 건드리면 꺼집니다. 스스로 타오를 수 있도록 여건을 갖추어주고, 곁에서 지켜보는 시간도 충분히 있어야 합니다. 나무를 심는 것도 마찬가집니다. 그 나무의 특징을 이해하고 그 특징에 맞게 심은 뒤, 적당한 간격을 두고 물도 주고, 관리해야 합니다. 교육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교육을 어떤 군사 작전하듯이 여긴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이 세상 모든 역사의 전쟁 대부분은 우매한 정치가들에 의해서 일어났습니다. 히틀러와 사이비 종교 집단의 교주와 무엇이 다릅니까. 우매한 정치가는 사이비 종교 집단의 교주와 비슷한 점이 참 많습니다. 우매한 정치가나 사이비 종교 집단의 교주는 공통점이 쥐꼬리만도 못한 지식으로 세상만사 모든 것을 다 아는 것으로 스스로 착각한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 아니겠습니까. 교육은 여건을 먼저 갖추어주고 곁에서 지켜보면서 점진적으로 나아가야만 될 것입니다.

‘학문(學問)이란 무엇인가?’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학(學)’이란 듣는 것이고, ‘문(問)’이란 묻는 것이랍니다. 무엇을 깊이 알려고 하는 사람은 무엇보다, 여러 사람에게, 많이 들어야 합니다. 많은 얘기를 듣고, 궁금한 것을 물어본 후에, 나름대로 가르마를 타서 정리하는 것이 ‘학문(學問)’이라는 글자의 뜻이랍니다. 다른 사람의 이론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허접한 얘기라도 잘 들을 수 있는 사람이 내공이 깊은 사람이 아닌가 싶습니다. 별것도 아닌 얘기로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이론을 납득 시키려는 사람처럼 무모한 사람은 없습니다. ‘보는 것이 곧 믿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시대에 뒤떨어진 얘기입니다. 우리 ‘오감(五感)’이란 참으로 믿을 바가 못 됩니다. 과학의 소중함은 우리의 ‘오감(五感)’이 갖는 부정확을 직접 확인하는 유일한 수단이라는데 있습니다. 우리 ‘오감(五感)’이 가짜뉴스에 얼마나 취약한지 아십니까?

‘삐라’라는 말을 들으면, ‘빨찌산’과 같이, 어떤 테러가 일어났다는 것 같은 으스스한 기분이 듭니다. 제가 어린 시절인 1950년대부터 1960년대를 거쳐 1970년대까지 하늘에서 비행기로 삐라를 뿌렸습니다. 그 시절에 좋은 일은 별로 없었고, 하여튼 경비행기에서 삐라를 뿌리면 동네 꼬마 아이들은 골목길을 미친 듯 뛰어다니며 하늘에서 땅으로 뿌린 삐라를 주웠습니다. 얼마 전 북한에서, 자기들 말로, 15톤가량의 쓰레기를 3500개의 풍선에 매달아서 우리 쪽으로 날려 보냈다고 합니다. 그동안에 우리 쪽의 탈북단체들이 북으로 날려 보낸 삐라에 대한 보복인지 견제인지 알 수 없지만, 기상천외한 짓거리에, 그냥 웃고 넘어갈 수도 없었고, 긴급하게 국가안전보장회의까지 열렸던 모양입니다. 만약에 전쟁이 벌어져서 쓰레기 풍선이 아닌 화학무기였으면 어떻게 됐을까 싶었고, 이렇게 전쟁이 쉽게 일어날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채상병 사건 얘깁니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22대 국회에서도 특검을 벼르고 있다고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공수처가 나름대로 수사를 하는 모양새를 보이면서 여러 경로로 대통령실과의 연관성이 드러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조금 더 시간이 지나가야 알 수 있겠지만, 지금까지 들리는 바에 의하면, “해병대 조사단은 조사권만 있었고 수사권은 없었으므로, 대통령실이 무슨 얘기를 했다고 해도, 수사를 방해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듯합니다. 그렇다니까 일반 국민은 궁금한 것이 ‘조사(調査)’와 ‘수사(搜査)’, 차이가 뭘까? 가 돼버렸습니다. 법률적인 내용은 검찰 출신인 윤석열 대통령이 잘 알겠지만, 제 소견으로는 “해병대 조사단이 조사한 내용 그 자체를 대통령실이 오히려 수사한 내용으로 잘못 이해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또, ‘조사(調査)’와 ‘수사(搜査)’는 백지 한 장 차이뿐 아닙니까?

을하

#시사전북 2024년 6월호 게재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