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죽으면 이름을 남긴답니다.

찌는 듯이 무덥습니다. 이제 겨우 장마가 시작되었는데 이렇게 더우면 올여름 날씨도 심상치 않습니다. 외신에 의하면, 지구 온난화로 인한 재앙이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합니다. 가까이는 바로 다음 세대가 걱정이지만, 어쩌면 우리 인류를 포함한, 지구상 모든 생명체의 생존에 관한 문제로 보입니다. 우리가 그동안 경험했던 여름 날씨는 섭씨 35도가 넘는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됐습니까, 요즘에는 37도 38도까지 쉽게 오르지 않습니까.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전 지구적인 현상이다 보니 인류의 생존을 위해서도 비상한 대책이 절실하게 되었습니다. 허블이나 제임스웹 같은 최첨단 망원경으로 광막한 우주를 샅샅이 살펴볼수록 생명체가 살 수 있는 곳은 우리가 사는 이곳 지구뿐이랍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지구 자체를 존엄한 한 생명체로 보고 건강을 되찾도록 우리 인류가 돌봐야지 않겠습니까.

 

국제정세가 묘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리나라가 원하는 바대로, 배려해줄 것이라고 기대할 수는 아마 없는 것 같습니다. 일본이 1900년대처럼, 서태평양에서 영향력을 키우려고 미국에 밀착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미국과 친교를 더 과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지난번 미국이 이란 핵시설을 폭격할 때, 평택의 미군 일부가 참여했답니다. 만약 중국이 대만을 침공한다면 한국의 입장은 매우 난처해질 것입니다. 미국의 브루스 커밍스(1943- ) 교수는 동아시아 근세사의 석학으로 알려졌고, ‘한국전쟁의 기원’이라는 책도 썼습니다. 그분이 언젠가 우리나라에 대해 ‘자체적인 국력을 길러라.’라는 조언을 했습니다. 정말 어려워지면, 어느 나라도 믿을 수가 없게 된다는 것입니다. 실제 미국의 대통령이 공화-민주 어느 쪽이 당선되느냐에 따라 우리나라에 대한 정책의 분위기가 바뀌고 있지 않습니까?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정치 평론가가 되었고, 국제정세에 대한 비평가가 되었습니다. 아침마다 TV나 라디오에서는 소위 뉴스쇼를 방송합니다. 바둑을 직접 놓지 않더라도 구경만 오래 해도, 수가 보이고, 훈수하고 싶어집니다. 판소리도 왜 귀명창이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것이 우리나라 국민만 그러는지, 아니면 우리 고장 사람만 그러는지, 하여튼 제 주위 계신 분들은 다 그렇습니다. 엊그제도 식당에서 몇몇이 식사하면서, ‘어떤 국회의원이 철야농성을 하는 모양입디다.’ 했더니, 곁에 계신 분이, ‘아, 캠핑요?’ 했습니다. 순간, ‘참, 우리가 몰라도 될 것까지, 너무 많이 알고 있구나!’ 싶었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본의든 본의가 아니든, 거의 모든 일거수일투족이 기록된다고 봐야 합니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이 그 점은 맞았고, 일반 국민뿐 아니라, ‘빅브라더’, 정치인에게도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이재명 대통령 시대가 열렸습니다. 국무총리를 지명했고, 각 부처 장관도 지명되었거나 내정된 상태입니다. 곧 국회에서 장관 청문회가 열릴 것이고, 야당은 거의 모든 장관에 대해 임명을 반대하겠지만, 여당이 국회 과반의석을 넘으므로, 모두 장관에 임명될 것입니다. 소위 ‘3대 특검’도 이미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제일 중요하고, 온 국민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내란 및 외환 혐의’도 조사가 이루어질 것입니다. 비록 특별검사팀과 윤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과 사사건건 의견 대립을 보이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우리나라의 사법 체계가 민주주의적이다는 반증이 될 뿐입니다. 전해지는 바대로, 방첩사령부를 동원하여 “북한으로부터 전쟁을 유발하고 계엄을 선포하기 위해 평양으로 드론을 띄웠다”라면 윤석열을 비롯하여, 관련자들은, 지위의 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한 처벌을 받게 될 것입니다.

 

우리 국민 가운데 새 정부가 출범하면 여-야가 협치하는 모습을 기대한 사람이 꽤 많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대통령이 국무총리 후보자를 지명하고 국회에서 청문회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야당의 청문회 모습을 보고, 앞으로 “진정한 의미의 ‘협치’는 어렵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을 것입니다. 야당 국회의원들의 집요한 지명철회 요구가 무언가 짐작되는 바가 있는 듯 보였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국회의원 가운데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사람도 꽤 있을 것 같고, 특검이 진행되는 동안 그 사실 여부가 드러나는 상황이 올 것입니다. 국민의 힘 대통령 후보로 나섰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소속 의원의 내란참여는 정당 해산 사유가 된다”라고 말하기까지 했었습니다. 상황이 그렇다 보니, 윤 전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고, 탄핵 반대 시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사람들은 얼마나 불안하고 초조하겠습니까.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라는 우리 속담이 있습니다. 호랑이 가죽은 재미있게 얘기하려고 붙인 말이고, ‘사람은 죽은 뒤에 후세 사람의 평판을 잘 받도록 조심해서 살아라.’라는 뜻으로 여겨집니다. 속담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겠습니까만, 옛사람은 죽은 뒤에 남을 자신에 대한 후세 사람의 평판을 대단히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이 대략 짐작됩니다. 옛사람의 삶을 지배했던, ‘권선징악’이라는 말 자체가, 종교적 배경이 없었더라도, 양심이라는 원초적 본능을 배경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몇몇 정치인이나 종교인 또는 소위 사회 지도층 인사라는 위인을 보면, ‘저 사람이 죽어서 무슨 소리를 들으려고 저러는가?’ 싶을 때가 많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 재판 때도 그랬습니다. ‘그런 사실이 있습니까?’하고 판사가 물었을 때, ‘없습니다.’라고 대답하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모습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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