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았습니다. 무언지 모를 큰 선물을 받은 기분입니다. 다시 한 번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온 느낌입니다. 조금씩이나마 낮이 더 길어진다니 반갑습니다. 날이 늦게 어두워지고 일찍 밝아진다는 것은 축복입니다. 어두워지는 것보다 밝아진다는 것이 얼마나 좋습니까. 어두움이 울음이라면 밝음은 웃음입니다. 모름지기 두루 어두움을 밝히고 밝게 살아야겠습니다. 우리들 마음속에 어떤 어두움이 있습니까. 스스로 환하게 불을 밝혀 봅시다. 무슨 두려움이 있습니까. 불을 밝히고 찬찬히 살핍시다. 아직도 상처가 아프십니까. 스스로 가만히 어루만져 보십시오. 강물이 흐르면서 맑아지듯이 자정능력이 필요 합니다. 상처를 체액으로 서서히 감싸십시오. 시간이 주는 선물이 그런 것 아닙니까. 언젠가 진주알처럼 영롱해질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옹이들이 아름다운 무늬가 되도록 합시다.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 꼭 이뤄야 될 일 아닙니까.
오붓하게 살도록 합시다. 크고 비싼 집을 너무 열망하지 맙시다. 하물며 인생의 목적이 “넓고 좋은 집에서 사는 것”이 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가족들의 상황과 형편에 따라 다르겠지만, 좁아도 조촐하게 사는 맛이 있습니다. 형편이 어쩔 수 없다면, 원룸은 어떻고, 작은 아파트면 어떻습니까. 가족 구성원들이 서로를 아끼며 알뜰살뜰하게 사는 것이 소중하지 않겠습니까. 아예 젊어서부터 시골에 사는 것도 생각보다 그렇게 나쁘지 않습니다. 시골 사는 맛을 제대로 즐기려면 신혼 초부터가 좋습니다. 집안 살림이라는 것이 모두 그렇지만, 자질구레한 일들이 많습니다. 가족을 위해서 그것이 필요한 일이라면 재미로 알아야 합니다. 하기가 정말 싫은 일인데, “내가 가난하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라고 생각한다면 얼마나 비극입니까. 남에게 시킬 수도 있는 일이더라도, 내가 할 수가 있다면, 직접 하는 것이 옳지 않겠습니까.
소박한대로 집안을 꾸밉시다. 구성원들이 뜻을 모아서 벽지도 고르고 벽에 액자도 걸읍시다. 가까운 사람들 가운데 화가가 있다면 집값의 몇 퍼센트만큼 그림을 구입해보면 어떻겠습니까. 나이든 분들은 동양화를 좋아하고, 젊은이들은 서양화를 좋아하는 경향도 있습니다. 글씨도 좋고 사진은 또 어떻습니까. 취향이니까, 어쩔 수 없습니다. 요즘 스마트 폰 성능이 좋아져서 사진이 보통 잘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가족 앨범에서 오래된 사진을 스마트 폰으로 찍어서 복사해도 얼마든지 확대할 수가 있게 되었습니다. 오래된 부모님 사진이나 조부모님 사진을 그렇게 액자로 만들어도 보기가 좋습니다. 집안 어느 곳에 가까운 친척들 얼굴을 쉽게 볼 수 있으면 정이 더 두터워질 것 같습니다. 뜻을 모르는 액자가 있다면, 뜻을 반드시 알아보시고, 맘에 들면 걸고, 그렇지 않으면 떼어 내십시오. 차라리 김소월의 시가 더 낫지 않겠습니까.
음식은 맛있게 만들어 드십니까. 집안 식구 모두 음식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셔야 합니다. 온 식구가 모여서 쪽파도 다듬고, 마늘도 까면서, 대화를 하십시오. 파김치는 어떻고, 파나물은 언제가 맛있는지, 식성이 다를 수도 있고, 싫던 음식이 차츰 좋아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모든 음식이 재료가 비싸다고 그 만큼 맛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어떤 고급 음식이라도 음식점서 사 먹는 것보다 식자재를 사서 집에서 만들어 먹는 것이 쌉니다. 음식점에서는 같은 집이라도 식자재가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습니다. 확실히 좋은 식자재로 맛있게 먹으려면 집에서 요리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제 때를 맞춰 맛있는 햇김이나 매생이 굴국을 즐기려면 가족들이 맛도 알고 음식에 대한 관심이 있어야 합니다. 우리들 몸에 우유나 달걀이 좋은가 나쁜가는 별 의미가 없습니다. 소와 닭이 무슨 사료를 먹었느냐에 따라서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롱패딩이라는, 누비코트가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습니다. “남들이 입으니까 나도 입어야 되겠다.”라는 것은 “나의 삶을 사는 것”이 아닙니다. 어찌하여 남들이 나의 흉내를 내면 냈지, 왜 내가 남의 흉내를 냅니까. 그렇게 남 흉내를 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 아닙니까? 어렵게 아르바이트를 해서 유행하는 옷이나 최신 모델의 스마트 폰을 사는 것은 안타깝습니다. 등산용품도 메이커에 따라서는 고가의 제품이 많습니다. 나름대로 원가 계산을 했겠지만, 다분히 소비심리를 자극하는 요소가 있어 보입니다. 옷차림에 자신이 있었으면 싶습니다. 계절이나 분위기에 따라 색깔을 맞춰서 실용적이면 좋지 않겠습니까. 값 비싼 옷을 입었다고 그 만큼 더 훌륭하게 보이는 것이 아니잖습니까. 옷이 남루하다고 행여 부끄러움을 느낄 일이 아닙니다. 사람이 그 정도의 자부심은 가져야 되는 것 아닙니까?
우리들이 먹고 사는 일들에 대해서 더듬더듬 생각해 봤습니다. 새해 들어서 우리 모두가 더욱 뚜렷하게 소신을 갖고 주눅이 들지 말고 살자는 뜻입니다. 무슨 벼슬이라고 한다면서, 천박한 짓을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한 마디로 흉물들 아닙니까. 선거로 뽑은 정치인이나 관료들이 맡은 일에 대한 사명감이 없으면 비극입니다. 애초부터 본인이 전혀 실천할 생각도 없으면서 이것저것 공약을 하는 것은 계획적인 범죄, 즉 ‘사기’에 해당 합니다. 옛날에 자기들이 했던 일들은 까마득하게 잊어버리고, “x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 듯” 하는 꼴들을 보십시오. 우리들 자신들을 위한 삶을 살도록 해야겠습니다. 우리가 그렇다고 덩달아서 흔들려서는 안 됩니다. 언제까지나 남의 장단에 맞춰서 춤을 출 것이 아닙니다. 우리 장단에 당신들도 춤을 출 차례입니다. 아니면, 그 동안 춤도 못 추는 사람들의 장단에 우리가 놀아난 것입니까?
자신을 믿고 아낍시다. 타인의 삶에 자신을 비교하여 핍박하지 맙시다. 남들처럼 살기 위하여 열심히 일 하십니까. 본인 스스로를 위한 계획을 세워보십시다. 시간을 내셔서 영화도 보시고 미술전람회도 둘러봅시다. 우리에게 한 해가 다시 주어졌습니다. 가족을 위한 일이고, 친구를 위한 일이고, 자기 자신을 위한 일이라면, 일을 무서워하지 맙시다. 기꺼이 즐거운 마음으로 도와줍시다. 그것이야말로 진정으로 우리들 자신을 위한 삶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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