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하칼럼> ‘가정의 달’에 생각해봅니다.

 

<을하칼럼> ‘가정의 달’에 생각해봅니다.

 

5월에는 기념일이 참 많습니다. 달력을 내려서 유심히 살펴봤습니다. 어린이날, 어버이의 날, 입양의 날, 스승의 날, 세계가정의 날, 성년의 날, 5.18민주화운동기념일, 발명의 날, 석가탄신일, 부부의 날, 방재의 날, 바다의 날이 줄줄이 이어졌습니다. ‘가정’과 관련된 날이 유독 많습니다. 왜 5월을 ‘가정의 달’이라고 부르는지, 까닭을 이해할수가 있었습니다.

5월은 아름답습니다. 배추빛 연록색 수풀이며, 호사스러운 자태를 뽑내는 모란꽃이 눈부십니다. 어느 해이고 꽃샘추위가 없는 봄은 없습니다. 그렇더라도 올해는 유달랐습니다. 배꽃이 활짝 피었던 4월 중순까지 눈발이 날렸습니다. 지금 5월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천지가 따뜻한 양광으로 넘치고 있습니다.

어린이 날을 5월5일로 정한 것은 참 잘한 일 같습니다. 신록과 어린이 얼마나 썩 잘 어울립니까. 3월에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어린이들이 5월 5일 어린이날에 엄마아빠와 함께 나들이 나가기에 딱 좋은 날입니다. 젊은 부부들도 아이들 손을 잡고 나들이를 나가다 보면, ‘아! 우리 부모님들도 이렇게 우리를 이뻐했겠구나’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5월 8일 어버이날은 어린이 날에 부모님에게 죄송스러웠던 마음을 그대로 간직하라고  정한 것 같습니다. 어린이날 사흘지나서 어버이날 아닙니까. 참 교묘하고도 공교롭게 날자를 맞추어 놓지않았습니까.

어제는 얘기끝에 교육, 그것도 사교육에 관한 얘기가 나왔습니다. 어려운 살림에 사교육이 왜 필요한 것이냐, 교육이란 도대체 무엇이냐. 뭐 그런 얘기들이 다람쥐 쳇바퀴돌리듯이 반복되고, 이 사람 저 사람이 비슷한 얘기들을 했습니다.

사람은 만물의 영장이라고 합니다. 신보다는 못하지만, 만물의 우두머리로서, 만물을 마음대로 가꾸고 지배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인간이 채식은 물론, 육식이 허용되는 이유도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기 때문에 ‘괜찮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인류학적으로 가정은 사람이 만물의 영장으로서의 지위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 필요한 장치라고 합니다. 사람은 다른 동물들에 비해서 터무니없이 긴 교육기간을 갖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만물의 영장으로 필요한 교육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라는 셈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왜 사는지 잊고 지낼 때가 많습니다. 그러는 가운데 세월이 가고, 나이가 들고, 우리에게 주어진 생물학적인 시간이 가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자녀들에게 온갖 정성을 쏟습니다. 그 사랑이 우리 자녀들에게 만물의 영장으로서 합당한 내용인지 궁금할 때가 있습니다. 우리 가정에서 자녀들이 무엇을 어떻게 배우고, 우리는 자녀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내리사랑’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부모님들에게 못다한 사랑을 자녀들에게 베픈다는 뜻으로 씁니다. 누가 처음 쓰기 시작했는지는 모르지만, 참 염치없는 얘기입니다. 불의불식 중에, ‘너도 꼭 그런 자식 낳고 살아 봐라’하는 생각을 하다보면, 우리가 정말 ‘아차!’할 때가 있지 않습니까.

눈이부시도록 아름다운 5월, 가정의 달에, 몇 가지 두서없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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