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과 상식? 깡그리 무너졌습니다!

관상(觀相)이란 ‘사람의 생김새를 보고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랍니다. 사람의 관상을 특정한 동물로 표현하는 소위 ‘동물 관상법’이 한때 선풍적으로 많은 관심을 모았습니다. 특히 사이버 한국외국어대학교 백재권 겸임교수가 매스컴을 많이 탔습니다. 백 교수 아니더라도 더 오래전 누군가 우리 고장 모 대학교 총장의 관상을 ‘누에 상’이라고 짚어서 깜짝 놀라는 감탄을 자아냈었습니다. 어떻든, 백 교수는 누구나 알 수가 있는 정치가들의 ‘동물 관상법’으로 압도적인 세간의 인기를 얻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관상에 대해서는 이미 검찰총장을 지낼 때부터 ‘악어상’으로 봤습니다. ‘걸을 때 머리를 좌우로 흔드는 모습도 악어를 닮았다’라고 했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일소(農牛)’,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진돗개’, 국민의 힘 한동훈 대표는 ‘원숭이’,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는 똑같은데, 사나운 ‘살쾡이상’이라고 했습니다.

대통령집무실을 용산 쪽으로 옮길 때 여러 가지 소문이 많았습니다. 대통령관저도 청와대에서 육군참모총장 관저 터로 바꾸려 할 때, 내부 제보에 의하면, 풍수 도인이 다녀갔다는데 누구였냐는 것입니다. 그때 세간의 관심은 영부인 김건희 여사와 가깝다는 ‘천공(天空)’이 관저의 풍수를 살펴본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천공은, 인터넷에서 살펴보니, 대구 출신으로 본명이 이병철입니다. 별별 논란 끝에, 관저를 보고 갔던 이는, 백재권 교수로 밝혀졌습니다. 당시 청와대 이전 팀장이었던 국민의 힘 윤한홍 의원과 김용현 대통령 경호처장이 동행했다고 합니다. 천공도 다녀갔었는지는 알 수 없고, 어떻든, 천공이 아닌, 백 교수의 판정승이랄까, 어떻든 천공은 아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뒤, 풍수를 누가 봤었든, 육군참모총장 관저가 별로였던지, 대통령관저는 외무부 장관 관저 터로 위치가 바뀌었습니다.

백재권 교수가 윤석열 대통령을 ‘악어상’으로 보면서, ‘악어가 얼마나 음흉한지 아느냐’라고 했습니다. 전혀 뜻밖의 얘기였습니다. 그렇게 윤 대통령에 대해서 호의적으로 두둔하는 듯한 사람이 할 얘기가 아닌 것 같았었기 때문입니다. 어느 시점에서든 다가올 미래의 운명을 예언한다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입니다. 고대 그리스에서도 점을 많이 쳤다고 합니다. 지중해를 뺑 둘러서 여러 이름난 곳이 있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이랍니다. 신전의 지하층에는 갈라진 바위틈으로 유독가스가 주기적으로 분출했는데, 무녀들은 생명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가스가 나올 때 지하로 내려갔답니다. 가스에 취해서 무녀들이 횡설수설하면 유효한 듯한 말을 다른 무녀가 받아 적었답니다.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모든 예언은 그래서 의미가 이중적입니다. 백 교수도, 나름대로, 출구전략을 숨겨 놓은 것으로 보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공정과 상식’을 외치며, 이재명 후보를 0.73%라는 정말 근소한 표 차이로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우리 국민 모두는 그야말로 기대하는 쪽과 실망하는 쪽으로 꼭 반반씩으로 나뉘었습니다. 우리 고장에는, 기대하는 쪽보다 실망하는 쪽이 훨씬 많았지만, 그래도 더러는 ‘잘할 것’이라고 확신하는 사람도, 제 친구 가운데, 있었습니다. 국민 대개는 윤 대통령이 정권 초기부터, ‘여-야 공동 정부’ 가까운, ‘협치’를 하리라고 예상들을 했습니다. 그때 누군가 이름을 밝히지 않은 사람의 얘기가 들렸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아마 지금까지 들어보지 못한 대통령이 될 것이다. 윤석열은 그동안에 우리가 생각했던 정치가가 아니다.” 늦어도 한참 늦었지만, 이제 그 말이 무슨 뜻인 줄 짐작이 됩니다. 가장 큰 정치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 대통령을, ‘정치인으로 보지 말라.’, 그냥 ‘검사로 봐야 한다.’라는 것, 아닙니까?

단 하루에, 2024년 8월 31일, 참으로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아침 9시쯤 ‘윤 대통령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임명 재가’라는 자막이 나왔습니다. 대통령 몫으로, ‘이진숙-김태규’를 방통위 상임위원으로 임명했답니다. ‘하마스 1 인자 하니예, 이란 대통령 취임식 직후 피살’ 속보도 떴습니다. 이스라엘이 얼마나 이란을 얕잡아 봤으면 저럴까 싶었습니다. 이스라엘이 이란까지 초토화하려는 것 같았습니다. 야당은 방통위원장 탄핵안을 8월 1일 국회에서 발의하겠답니다. 오후가 되자 대통령이 임명한 이진숙-김태규 두 사람으로 방송통신위원회 전체 회의를 5시에 비공개로 연답니다. 8시 뉴스를 보니까, 문화방송(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와 한국방송(KBS) 이사 선임안을, 대통령이 임명한 두 사람만으로, 의결했답니다. ‘릴레이식으로 ‘탄핵안-자진사퇴-임명’을 반복하면서, ‘공정과 상식’을 무시하고, ‘언론장악-쿠데타’를 한 셈입니다.

지도자가 신뢰를 잃으면 할 수 있는 일이 아예 없습니다. 여당 소속 의원의 구심력도, 지난번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상당히 약화 되지 않았습니까. 22대 국회의원의 임기는 윤 대통령의 임기보다 더 깁니다. 다음 국회의원 공천권을 윤 대통령이 더 이상 행사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앞으로 여당 소속 국회의원의 구심력은 더 약화 되고, 원심력은 더 커질 것입니다. 이 상황에 누가 봐도 윤 대통령의 출구전략이 어떤 것인지 잘 보이지 않습니다. 야당 대표를 범죄자로 보고, 범죄자와 어떻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느냐는, ‘검사로서의 시각’이 이렇게 꼬이게 만든 것 아닙니까. ‘우물은 가물 때 파라,’는 옛말이 있습니다. 야당의 힘이 셀 때 못 이기는 척, 옛날 ‘국회선진화법처럼, 게임의 룰’을 만들어야 합니다. 언젠가 혹시 야당이 됐을 때 보험이 되지 않겠습니까. ‘공정과 상식’을 내동댕이쳐버린 검사 출신 윤 대통령은 절대로 모르겠지만!

을하

#시사전북 2024년 8월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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