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희 칼럼>전북형 모샤브 협동농장 제언

인구소멸의 경고등이 오래전부터 계속 깜빡거리고 있습니다. 마침내 올해 6월 이후 전주시를 제외한 전북의 모든 시군이 초고령사회로 진입했습니다. 초고령사회란 65세 이상의 인구 비중이 20% 이상인 사회를 말합니다. 임실군의 고령화율이 40.4%로 가장 높고 그 뒤를 진안군(39.4%)과 장수군(39.0%) 등이 잇고 있습니다.

지방의 인구소멸이 청년층 유출과 낮은 출생률 때문이라는 사실을 모두가 잘 알고 있지만, 정작 그 대책은 너무나 미온적입니다. 이에 저는 청년들을 전북 농촌에 유입하기 위한 획기적인 방안의 하나로 전북형 모샤브 협동농장을 제언합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이스라엘이 전 세계에 흩어져 있던 유대민족을 팔레스타인으로 유입하기 위해 국가가 매입한 토지를 키부츠(Kibbutz) 집단농장에 거의 무상으로 임대한 정책을 벤치마킹하고, 이후 경제 여건의 변화에 따라 모샤브(Moshav) 협동농장으로 진화한 사례를 우리나라 현실에 맞게 도입한다면 일정 비율 이상의 청년들을 농촌지역에 유입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스라엘은 황무지와 진배없이 척박한 데다가 면적도 전남·북을 합한 정도에 불과합니다. 역사적으로 집단농장은 거의 실패했지만 유일하게 성공한 곳이 바로 자본주의 국가인 이스라엘입니다. 성공 원인은 키부츠의 생산물이 국가에 귀속되지 않고 공동체 구성원에게만 배분되었고, 국가의 간섭을 받지 않고 공동체가 자율적으로 농장을 운영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의 자국민 유입 정책의 벤치마킹

키부츠 집단농장은 국가 소유의 토지에서 공동생산, 공동분배를 기본 원칙으로 삼아 공동체를 민주적으로 운영하여 초기에 대성공을 거두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도덕적 해이에 의한 생산성 저하의 문제에 직면하였습니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동일한 소비 혜택을 누릴 때 나타나는 필연적인 현상입니다.

설상가상으로 1970년대 말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키부츠에 대한 재정지원을 삭감하자 20% 이상의 구성원들이 점차 키부츠를 떠났습니다. 특히 보수당 정권이 고금리 정책을 취하자 일부 키부츠가 부채 문제로 시달리다가 파산에 이르렀고, 대다수 키부츠의 생활 수준은 급격히 하락했습니다.

모샤브는 개인의 자율 경영을 도입하여 키부츠의 도덕적 해이를 보완한 협동농장입니다. 키부츠의 공동노동, 공동분배를 포기하고 모샤브는 국유토지를 각 가정에 공평하게 쪼개어 임대한 후, 가족노동을 통해 생산한 농산물을 그 가족에게만 귀속시킵니다. 이때 가족농장 간 상부상조는 적극 장려하지만 가족농장에 외부인의 고용은 절대 금지합니다. 협력에 기반을 둔 협동조합 방식의 생산양식을 고수하기 위함입니다.

마을 전체의 공공 수요와 상업적 거래는 철저히 마을 협동조합을 통해서 해결합니다. 즉, 마을 협동조합은 외부인을 고용하여 교육, 의료, 수리 등 마을의 공공서비스를 공급할 뿐 아니라, 마을에서 거래되는 대부분 상품을 공동구매와 공동판매 방식으로 독점합니다. 하지만 점차 개인주의의 확대, 개별 농가의 외부인 고용 허용 및 생산자의 직접 출하 욕구가 강하게 표출됨에 따라 모샤브의 협동조합 독점체제에도 자본주의 경영방식이 점점 확대되고 있습니다.

전북형 협동농장 운영의 기본 방향

전북형 협동농장은 초기의 자본 부담을 줄여서 청년들이 쉽게 진입할 수 있게 하고, 선진 농업 기술과 협력의 이점을 극대화하여 적정 수익을 누릴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모샤브처럼 국가가 주택과 토지를 가족 단위로 저렴하게 임대하여 진입 비용을 낮춰야 합니다. 또한 첨단 기술농업 시스템을 구축함과 동시에 마을 협동조합의 공동구매와 공동판매를 통해 협력의 이점을 누리되, 단점으로 지적되는 조합경영의 비효율성과 불투명성을 극복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첫째, 청년들을 유인하기 위해서는 자연 친화성과 현대적 편리함이 조화된 주거시설을 짓고 각 가정의 독립적인 생활을 보장해야 합니다. 마을에는 어린이 돌봄 시설, 헬스클럽, 공동정원 등 다양한 문화복지시설뿐 아니라 농장 내외부와의 소통을 위한 커뮤니티 센터가 필요합니다. 이곳에서 농업 워크숍, 네트워킹 행사 등을 개최해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고, 협동조합원 간 다양한 협업 프로젝트를 개발합니다. 농산물 가공시설, 공동 저장 창고와 배송 센터도 마련해 부가가치와 물류 효율을 높입니다.

둘째, 스마트 농업 기술과 AI 기반 시스템을 활용한 농장 운영모델을 시범 구축하여 청년 고급 인력을 유인해야 합니다. 장기적으로 전북이 AI 농업 데이터 중심지가 되어 AI 기반 농업 솔루션을 전국적으로 확산시키는 허브가 될 수 있도록 협동농장이 그 전진기지 역할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AI 기반 농업은 스마트팜, 빅데이터 센터 등 초기 투자 부담이 크지만 파일럿 프로젝트 형태로 도입한 후 성공 사례를 점진적으로 확산시키면 충분히 실현이 가능합니다.

셋째, 한국 농업의 협동조합 성공과 실패 사례를 철저히 분석하여 협동농장 운영모델을 수립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협동조합 성공 사례의 공통 요인은 특화된 작물 선택. 브랜드화와 유통망 확보를 통한 안정적인 판매 구조. 조합원 간 협력과 투명성 확보 등으로 알려져 있으며, 실패 요인으로는 시장과 유통망에 대한 이해 부족. 운영 및 관리의 비효율성. 조합원 간 갈등 및 정부 지원에 대한 지나친 의존성 등이 지적됩니다.

마지막으로, 협동조합 경영의 비효율성을 예방하기 위해서 개인들의 직접 판매와 구매를 허용하는 한편, 조합 운영의 불투명성을 방지하기 위하여 민주적 거버넌스를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막대한 국가재정이 투입되는 만큼 조합장에 의한 전횡을 방지하고 조합의 계약과 거래 과정에 비리가 없는지 철저히 감시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조합원 총회에서 선임된 5명 이상의 감사위원으로 감사위원회를 구성하여 강력한 감사 권한을 부여할 필요가 있습니다.

강동희(군산대학교 명예교수)

#시사전북 2024년 11월호 게재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