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심사 대웅전 부처님을 뵈려고 법당 가는 길에 한 바탕 회오리바람이 몰아쳤습니다. 모래가루가 날리고 흙먼지가 얼굴을 때렸습니다. 법당에는 부처님 세 분이 계셨습니다. 노상 함께 계시는 그 분들 같았습니다.

법당 옆 요사채 앞길로 내려오니, 개심사의 유명한, 왕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습니다. 회오리 바람은 잣아졌지만, 살살부는 부는 봄바람에 벚꽃잎이 꽃비처럼 내렸습니다. “부처님이 법화경을 설하실 때도 아마 이랬을까?”, “여기가 도솔천인가?”싶었습니다.
거기서 청백색 벚꽃을 처음으로 봤습니다. 그 모습이 너무나 산뜻하고 청초해서 너도나도 사진으로 담으려고 나름대로 분주했습니다.


더 아랫쪽 비탈로 내려오니, 출입문이 세 개이고, 지붕이 꽃덤풀로 뒤덮힌 낡은 돌집이 있었습니다. 하얗게 보플라기가 일어난 털모자를 쓴 듯한 그 모습이, 낡고 거친 돌집에, 썩 잘 어울렸습니다.

지붕을 하얗게 덮은 꽃덤풀 때문에 그랬던가, 출입문이 세 개라서 그랬던가, 한ㅈ눈에 무언가 예사롭지 않게 집히는 바가 있었습니다. 하나하나 출입문에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문짝마다 손잡이가 달렸든 안 달렸든, 문은 그냥 문일 뿐, 특별한 점은 없었습니다.



문짝이 세 개 달린 낡은 돌집과 그 지붕을 뒤덮은 꽃덤풀을 보니, 대웅전 큰 법당에 계신 세분의 부처님과 부처님 머리 윗쪽의 호사스런 닫집이 떠오랐습니다. 저 꽃으로 뒤덮힌 낡은 돌집이 어느 시절 어떤 사람에게는 어떤 의미로든 법당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법당이 낡은 돌집일 수가 있고, 낡은 돌집이 법당일 수는 있을 것입니다. 삼존불은 삼존불이고, 세 개의 출입문은 세 개의 출입문일뿐인줄 알면서도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시 누가 압니까. 저 세 문짝에 각각 한 분씩 세 부처님 그래피티 그려넣어줄지. 그래서 저 낡은 돌집이, 부처님 세 분을 모신, 삼존불 법당이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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