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춘포
박 복진입니다.제가 이번에 다녀온 열흘의 아일랜드 도보 여행은 많은 주윗분들의 궁금증을 끌었나
봅니다. 물론 이 사실이 크게 보도 매체를 탄 것도 아니고 그냥 저를 아는
제 주변 분들의 반응이니 저의 주관적 판단입니다만, 그 중 많았던 반응은, 아일랜드가
그 비싼 비용을 들이고 열흘씩이나, 그것도 걷기만을 위해서 간 것은 무엇인가 좀
모자란 생각이 아니냐 하는 반응이었습니다. 네 그럴지도 모릅니다. 유럽의 변방 작은
농업국, 뭐 별로 볼 것도 없겠지요. 그러나 저는 볼 것 별로 없는 바로 그것 때문에
아일랜드를 간 것이었습니다.
SAMSUNG DIGIMAX A503
SAMSUNG DIGIMAX A503그리고 명색이 세계적으로 유명하다는 바로 그 도보 여행길, Wicklow Way
위클로 웨이에는 그곳의 자연 말고는 다른 아무 것도 없는 바로 그것 때문에 사람들이
해를 거르지 않고 그렇게 많이 찾아온다는 사실도 이번에 알았습니다.
너무 부드러워 그냥 눕고 싶은 파아란 농장, 마을 입구, 개인집 마당 초지들,
느릿느릿 슬로우 모션같은 동작으로 풀을 뜯고 있는 양떼들, 젖소들
그들 위로 지나가기가 민망해서인지 마찬가지 느릿느릿 가만가만 위를 가르며 지나가는
하얀 구름들. 밭에서 일구어 골라냈을 자갈들, 바위들이 자연스레 쌓여 이루어진
돌무더기 밭이랑들, 고랑들. 년중 고르고 풍부한 강우로 지천으로 흩어져 자생되고
있는 아름다운 야생화들… 그런가하면 하늘을 찌를 것 같은 숲속의 자생 수목들…
쓰러진 고목들… 화산섬 특유의 기기묘묘 바위들… 툰드라 지대같이 낮은 키의 잡목들.
SAMSUNG DIGIMAX A503
주중이지만 꼭 휴가 기간 같은 기분으로 자기 집 마당과 울타리의 잔디를 깎는 동네
사람들, 화단의 꽃을 만지는 사람들, 지붕 위에 올라 가 페인트를 칠하는 사람들,
이런 일을 하다가 이웃과 만나 몇 시간이고 딴청부리며 수다를 떠는 사람들…
그런데,
이토록 아름답고 평화로운 도보 여행길에 의당 있어야 할 것들이 없었습니다.
152km 에 이르는 이 유명한 도보 여행길에, 자국민은 물론 세계에서 걷기를 좋아하며
아마도 아일랜드 이 나라에 대한 호감을 가진 수많은 도보 순례객들이 지나가는 길이라면
의당 있어야 할 휴게소나, 화장실, 매점 혹은 그 흔한 이동식 콘테이너를 갖다놓고 길 안내
를 자처하는 정부 기관 산하 관광 부속 건물 같은 것들이 단 한 채도 없었다는 것입니다.
유명한 이 도보 순례길에 간이 음식점같은 것들이라고요? 네, 믿을 수 없겠지만
단 한 곳도 이런 곳은 없었습니다. 길에 관한 모든 정보는 책자나 인터넷 상에 잘 마련되어있고, 도보길 그 자체에는
아무것도, 반복드립니다,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단지 도보 순례객들에게 길을 안내해
주는, “ 배낭매고 지팡이 든 사람 ” 표지판이 헷갈릴 것 같은 갈림길에는 어김없이
있었습니다. 즉 아무리 초보자라도 이 표지판 ( 사진 참조 ) 만 따라가면 길을 잃을
염려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식당이나 숙소는 이 도보 여행길에서 이탈해서
한참이나 나와야 가능했습니다. 즉 도보 여행길은 철저히 도보 여행객만을 위한 길이
었습니다. 유명한 영화 촬영도 수 군데에서 이루어졌다고 하는데, 무슨 무슨 영화 촬영소
라고 써놓을 만도 한데, 단 한 곳도 이런 곳은 없었습니다.
나중에 듣기로는, 영화 촬영을 한 장소가 너무 많아 이런 것들의 팻말이 오히려 공해가
될 소지가 있어 이를 불허 했다는 것이고 또 하나, 관에서 인위적으로 그런 팻말을 갖다
붙이면 그것으로 말미암아 일반 도보 여행객에게 나름의 사색을 방해하며 잘못 선입감
을 불러 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나라를 걸으며 저는 당연 우리나라 현실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입구에서부터 올라가는 길 내내 골짜기, 골짜기 마다 넘쳐나는 간이 음식점들,
음식 쓰레기 배출물들… 조금 번듯하다면 예외없이 모모TV 에 나온 집이라는
무지막지하게 큰 간판, 그리고 정말 아쉬운 대목은, 왜 그렇게 경쟁적으로 간판들을
크게만, 크게만 만들어 세우는지요?? 간판 하나 세우며 글자 모양, 크기, 색상, 간격 등
을 주변 미관에 맞추어 조금만 더 생각을 해보면 그리하지는 않았을 것을….
물론 인구가 많은 우리네 현실과 그들의 문화를 단순비교 할 수는 없지만,
제 눈에 비친, 우리보다 국민소득이 2-3 배나 많은 그들의 사고방식은
제 부러움을 많이 앗아갔습니다. 네 우리나라도 예전에 비해 많이 좋아졌지요
그러나 우리나라, 우리 것을 아끼고 가꾸고 보존하는 저의 순수 충정의 마음으로 본다면,
아직도 우리의 의식 수준 발달이 너무 느리다는 생각입니다.
제가 너무 욕심이 많아서일까요?
그래서 저는 생각해보았습니다.
우리에게 기회가 하나 있습니다. 하늘이 우리 민족에게 내려준 마지막 선물입니다.
분단 이후 60 여 년 동안, 단 한 사람의 발자국도 허용하지 않은 비무장지대가 바로 그곳
입니다. 남북이 통일되어 이 비무장지대가 본래의 곳으로 바뀐다면, 절대로, 절대로 일체의
개발행위를 하지 말아야 됩니다. 거기 그냥 그대로 보존해야합니다. 현대 문명에 지친
도시인들은 무 개발, 무 인공, 자연 그대로를 보고 싶어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보존해야만 제가 아일랜드를 찾듯, 그곳 사람들도 우리나라를 찾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그렇게 훌륭한 생각을 해내셨습니까? 사대강 사업을 한다는 나라의 개발논리로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일이기에 특히나 여럿이 힘모아 그 일을 성사시켜야 할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