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황> 고하 선생님, 뵙고 싶었습니다.
고하(古河) 최승범(1931- ) 원로 시인께서, 병상에서 틈틈이 쓰신, 시조 12 편을 발표하셨습니다. 얼마전 출간 된, 연대동인 제 9시집 ‘환희, 붉은 사랑’에 게재하신 것입니다. 선생님께서 고수풀을 좋아하신다기에 텃밭에서 뽑고, 최근 재 발간된 이이화 선생이 쓰신, ‘한문공부’ 1권을 갖고, 출근길에 고하문학관에 들렸습니다.

사진:고하 최승범1, 고하문학관 2010.11.5 아침
고하선생님은 지난해 일종의 뇌졸증으로 심하게 앓으셨습니다. 뇌혈관의 일부가 막혀 뇌수술을 받으신 것입니다. 1년이 지난 지금은 자랐지만,머리깔도 모두 깎으셨었습니다. 그때, 병상에 계실 때 머리속으로 시를 쓰셨고, 그 시들을 이번 동인집에 실으신 것입니다.
먼저 선생님께서 직접 쓰신, 동인집에 적힌, 시작노트 부터 보겠습니다.
“가까운 것에서 보다도 먼 것에 정이 간다. 나이 탔일까. 그것만도 아니다. ‘온고지신’을 모른다고 말할 사람이 있을까.
요는 오늘을 사는덴 새것만을 챙기고, 옛것은 그저 깡그리 버려야 한다는 생각들이다.
나의 지난 세월 되돌아 보아서도 그랬다. 후회막급이다.”

사진:고하 최승범2, 고하문학관 2010.11.5 아침
그럼 선생님의 시, 몇 편을 소개해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택호
-지난 풍속도
택호 부름을 들으면
정겹기도 하였지
-영촌 할머니
-오지 아짐
-삼천 댁
-둔떳집
섬기고
따르던 저 소리
이젠 아슴한
귓결이여.
서리꾼
-지난 풍속도
모깃불 여윈 밤
노인네 잠 들었나
낌새 살핀 아이들
외 서리를 나선다
밤하늘
외오 모른 체
끄먹대는
저 별빛
모닥불
-지난 풍속도
어머니 박적물에
등멱 받아 몸 식후고
할머니 팔베개 하여
별자리도 익혔었지
한여름
고향의 밤은
모닥불도
정겨웠어
가람과 난초
-지난 풍속도
꽃이 벙글 무렵이면
때를 놓지 않으셨다
벗도 청하시고
먼산 구름도 부르셨다
이 사람
-‘안주야 오사리멸치’
아닌가의
말씀이셨다
청개구리의 설움
-지난 풍속도
개굴 개굴 청개구리
왜 저리도 우는가
엄마 말 엇놓았던 일
후회 되어 운단다
안안산
비 묻어 오는 날이면
더욱 섧어
운단다
바람치기
-지난 풍속도
누기진 서책 펼쳐
가을볕을 쬐인다
정자관 쓴 모습의
한 선비 어려든다
이제는
빈 그림일 뿐
빛도 바람도
없다
고비
-지난 풍속도
할아버지 문갑 너머
오동나무 고비에는
돌돌 말린 편지 그림 시전지도 있었지
어스름
달밤 챙긴 봉황새가
다 물어가고
이젠 없다네

고운 창호지에 수묵화로 다가오는 맑은 달빛 그림 가슴 절절이 물살이 되어 흐르는 말씀, 제 마음의 정원에 고풍스러운 큰 나무로 새겨 이 세상 사는 동안 등불로 밝히고 메마른 정신을 정갈하게 살찌우겠습니다. 깊이 감사합니다.